차곰차곰·에나·삐치각질 아시나요… 첫날부터 쏟아진 우리말

조선일보
입력 2019.10.09 03:29 | 수정 2019.10.09 07:53

[조선일보 100년 기획 / 말모이 100년, 다시 쓰는 우리말 사전] [2] 말모이에 어떤 말들 모였나
북한 방언부터 1020 신조어까지… 이틀만에 전국서 1300여개 모여
큰아버지의 평북 방언 '맏아바지', 화장품 전문가 '뷰덕'도 올라와
10년간 수집한 방언 보내오기도

차곰차곰하다, 응등거리다, 국물장, 말방나물….

사전에 없는 아름다운 우리말들이 세상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조선일보가 문화체육관광부, 국립국어원, 한글학회와 함께 시작한 '말모이 100년, 다시 쓰는 우리말 사전'(malmoi100.chosun.com)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할머니·할아버지에게서 들었던 옛말, 고향 이웃들이 여전히 쓰는 구수한 방언, 10대·20대 젊은이들이 새로 만든 흥미진진한 단어들이 쏟아져 나왔다.

학생들은 색색의 펜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단어를 종이 위에 그렸다.
8일 방탄소년단의 노래 안무를 배우고 있던 학생들에게 설문조사 결과를 보여주자 강의실이 금세 시끌벅적해졌다. 학생들은 색색의 펜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단어를 종이 위에 그렸다. /세종학당
말모이 홈페이지가 열린 지난 7일 오전부터 8일 오후 8시까지 모인 어휘는 1300여개. 이틀 동안 등록된 어휘는 경남·경북 방언이 가장 많았고, 충청·전라·강원·제주에 북한말, 신조어까지 다양하게 올라왔다. 다른 지역에선 들을 수 없는 고향의 입말들이 수두룩하다. '차곰차곰하다'는 '차갑고 시원하다'는 뜻의 충청도 방언. '지독히도 덥더니 입추 지나자 바람이 차곰차곰한 게 살맛 난다'는 예문이 올라왔다. '응등거리다'는 '못마땅하여 얼굴을 찌푸리다'라는 뜻의 전남 방언. '아따, 너는 으째 맨날 응등거리고 있냐?'처럼 쓸 수 있다. 경북에선 '민들레'를 '말방나물'이라 하고, 전남에선 '공기놀이'를 '공돌뺏기'라고 부른다.

경남 진주에 가면 '에나가?'란 말을 들을 수 있다. '에나'는 '진짜'라는 뜻의 진주 방언. 예를 들어 이런 대화가 오간다. "나 어제 고백받았다." "에나가?(진짜니?)" 제주도에선 '음식의 간을 맞추는 데 쓰는 짠맛 나는 흑갈색 액체(간장)'를 '국물장'이라고 부른다. 며느리가 시어머니에게 물었다. "게믄 콩나물국에는 뭐 놧수과?" 시어머니의 답이다. "난 국물장만 놔." 표준어로 풀면 "그러면 콩나물국에는 무엇을 넣어요?" "나는 간장만 넣어"라는 뜻이 된다.

우리에게 생소한 북한 어휘도 올라왔다. '맏아바지'는 '큰아버지'를 뜻하는 평북 방언. 부자(父子)가 주고받는 대화문을 보자. "야, 큰아바지레 오셋네?"(아버지) "아니요. 맏아바지만 오세시오."(아들) 이를 표준어로 풀어쓰면 다음과 같다. "야, 할아버지 오셨니?" "아니요. 큰아버지만 오셨어요" 이 밖에도 '삐치각질'(남의 일에 참견하는 일), '들비장질'(심사가 뒤틀려 남들 보란 듯 다른 일에 투정부리는 행위) 등이 북한 지역 방언으로 등록됐다.

젊은이들이 새로 만든 신조어도 볼 수 있다. '뷰덕'은 '화장품에 대한 박식한 정보를 가지고 잘 활용하는 뷰티 마니아'를 뜻하는 신조어. '뷰티(beauty·아름다움)'와 '덕후(마니아)'라는 일본어 파생 신조어가 결합한 말로 최근 인터넷 등에서 많이 쓰인다. '마음의 상처'를 줄여 만든 신조어 '마상'도 올라왔다. "넌 내게 마상을 줬어" 같은 문장을 요즘 10대·20대들이 즐겨 쓴다.

오프라인 반응도 뜨거웠다. 실무를 맡은 전국국어문화원연합회 사무국에는 참여 방법을 묻는 독자들의 문의 전화가 쏟아졌다. 김형주 사무국장은 "자신이 모은 방언집을 우편으로 보내겠다는 분, 인터넷을 쓸 줄 모르니 대신 입력해달라며 전화로 불러주시는 분들도 있었다"며 "이틀 동안 전화가 폭주해 업무가 마비될 정도"라고 했다. "사라져가는 옛말과 방언을 모은다는 취지가 반가워 새벽부터 입력했다" "이런 한글 기획을 오랫동안 기다려왔다"는 격려 전화가 쇄도했다.

강원도 강릉에 사는 최길시(76)씨는 10년 전부터 수집한 강릉 방언 1135개를 사무국 이메일로 보내왔다. 최씨는 "중·고등학교 국어 교사를 하면서 내 고장 방언에 대해 관심 갖기 시작했다. 우리 할머니·어머니가 쓰시던 단어, 친척·친지들이 즐겨 쓰는 말들을 꾸준히 모아오던 참에 기사를 보고 바로 전화를 했다"며 "말모이 사전을 만드는 데 보탬이 되면 좋겠다"고 했다.


말모이에 올라온 단어

◇독자들이 말모이에 올린 우리말과 뜻풀이

‘말모이 100년, 다시 쓰는 우리말 사전’ 운동에 첫날과 둘째날 독자들이 올려준 우리말 중 그래픽에 소개된 단어 100개와 뜻풀이입니다. 단, 이 말과 뜻풀이는 아직 국어학자들의 검수를 거치지 않았습니다.


차곰차곰하다 : 차갑고 시원하다의 충청도 방언

오돌개 : 뽕나무 열매 ‘오디’의 충청·전라 방언

한소찌다 : 걸리적거리는 것 없이 한가롭고 편안하다

꾀복쟁이 : 벌거숭이의 전라도 방언

사참하다 : 아슬아슬하게 간신히 하다

임댕이 : 이마의 제주 방언

조롬 : 어떤 사물의 뒷편을 뜻하는 제주 방언

소풀 : 부추의 경상도 방언

들비장질 : 심사가 뒤틀려 남들 보란 듯 다른 일에 투정을 부리는 행위

엥그라보다 : 못마땅하여 노려보다

수루매 : 오징어채 볶음의 경상도 방언

꼬도리 : 고등어의 경남 방언

포리똥나무 : 보리수나무 또는 보리밥나무의 전라도 방언

놀멍놀멍 : 천천히라는 뜻의 제주 방언

민하다 : 바보같다(모자라다)의 이북 사투리

데숭하다 : 하는 짓이 어설프고 서툴다

마상 : 마음의 상처를 줄여 만든 신조어

덧정머리 없다 : 정 떨어진다, 정이 안 간다, 진저리 난다는 뜻의 경상도 방언

훌칭이 : 쟁기

몽창시럽다 : 행동의 정도가 심하다

낸내하다 : 잠자다는 뜻의 경상도 방언

털핑이 : 행동거지가 조심성이 없고 들뜬 사람

지릉 : 간장의 경상도 방언

개미가 없다 : 맛이 없다는 뜻의 경상도 방언

대리다 : 노를 당겨 저어서 배를 왼쪽으로 돌게 하다

송구두 : 아직도를 뜻하는 평안도 방언

낭 : 나무의 제주 방언

고디 : 고둥의 경상도 방언

국물장 : 음식의 간을 맞추는 데 쓰는 짠맛이 나는 흑갈색 액체를 뜻하는 제주 방언

미춘갱이 : 정신이 미친 사람이라는 뜻의 경상도 방언

널찌다 : 떨어뜨리다의 경상도 방언

히찝 : 콩나물을 삶아서 콩가루에다 버무려서 만든 잔치 음식

꺽갱이 : 지렁이의 경상도 방언

호상지다 : 즐겁고 유쾌한 기분이나 느낌이 있다

말방나물 : 민들레의 경북 방언

소막 : 소를 기르는 곳

하꼬 : 물건을 넣어 두기 위하여 나무, 대나무, 두꺼운 종이 같은 것으로 만든 네모난 그릇

공돌뺏기 : 공깃돌을 가지고 노는 아이들 놀이의 전남 방언

맏아바지 : 큰아버지의 평북 방언

사고디 : 다슬기의경상도 방언

아심찮다 : 생각지도 않았는데 참 고맙다

뿔구룸허다 : ‘붉다’보다 덜 붉은 상태를 가리키는 말

정구지 : 부추의 방언

군서방 : 샛서방의 함경·강원 방언

따개다 : 가르다의 강원도 방언

겡물 : 바닷물의 전남 방언

감셍이 : 감성돔의 전남 방언

빼담 : 서랍의 경남 방언

너드랑 : 얕은 경사가 있고 큰 돌이 많아 소나 말을 몰고 가기 어려운 지형

삐치각질 : 남의 일에 참견하는 행태

고매 : 고구마의 경남 방언

쏴개다 : 일이 고되다

도꾸이 : 단골 손님 또는 거래가 빈번히 이루어지는 거래처

가생이 : 가장자리의 방언

가악중에 : 갑자기의 방언

갬치 : 호주머니의 경남 방언

정나 : 화장실, 뒷간의 경상도 방언

갱시기 : 김치나 나물 등을 넣고 끓인 국밥

세우리 : 부추의 제주 방언

진진 : 곤지곤지의 경상도 방언

꼴세보다 : 노려보다의 전라도 방언

여룹다 : 부끄럽다의 전라도 방언

지깡지깡 : 곤지곤지의 충청·전라 방언

연달래 : 철쭉의 경남 방언

물외 : 오이의 강원·전라 방언

지레 : 간장의 함경도 방언

빼두리 : 서랍의 전북 방언

사륙 : 윷의 충청도 방언

고딩이 : 우렁이의 경남 방언

송고송고 : 곤지곤지의 강원 삼척·양양 방언

아듬다 : 안다의 경남 방언

개꽃 : 철쭉의 경상·전라 방언

쑤왁하다 : 부끄럽다의 평북 방언

기렁 : 간장의 강원·충청 방언

꽁굴레 : 공기놀이의 경남 방언

찔꽁이 : 지렁이의 강원 정선·삼척 방언

찌글떠보다 : 노려보다의 함경남도 방언

쉬상하다 : 부끄럽다의 함경남도 방언

제라 : 최고, 아주, 매우란 뜻의 제주 방언

끄내끼 : 끈의 경남 방언

에나 : 진짜라는 뜻의 경남 진주 방언

시거리 : 늦은 밤 바다에서 플랑크톤이 반짝이는 모습

바다리 : 말벌의 방언

백지알 : 사람이 아주 많음을 뜻하는 강릉 방언

보셍이 : 고물의 강원도 방언

퉁사바리 : 핀잔의 강원도 방언

뷰덕 : 화장품에 대한 박식한 정보를 가지고 잘 활용하는 뷰티 마니아를 뜻하는 신조어

앵글쎄보다 : 노려보다의 전라도 방언

척축 : 철쭉의 제주 방언

지개지개 : 곤지곤지의 전남 방언

헤울음 : 거짓 울음을 뜻하는 강원도 방언

흘미하다 : 흐릿하다의 강원도 방언

보갚음 : 앙갚음의 순우리말

너래 : 넓고 평평한 바위를 뜻하는 강원도 방언

그마리 : 거머리의 강원·충남 방언

꺼싱이 : 지렁이의 경상도 방언

구렁창 : 시궁창의 강릉 방언

매착없다 : 이유나 조리가 없다는 뜻의 경남 방언

해우 : 김을 뜻하는 전라도 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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