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돈 많이 든다며… 동맹 쿠르드족을 '늑대'에 넘겼다

조선일보
입력 2019.10.09 03:00

- 트럼프 시리아서 미군 철군 선언… 터키군, 쿠르드 민병대 공격
5년간 IS戰서 1만명 희생 당한 쿠르드족 "우리 등에 비수 꽂아"
美정계 초당적 비판 "동맹 지지 원한다면 우리도 동맹 지지해야"
NSC 관계자 "중심 없는 대통령, 美안보 수십년 지속될 위험에 빠뜨려"

7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리아 북동부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을 철수하겠다고 선언하자 미 정계가 발칵 뒤집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이 사실상 지난 5년간 이 지역에서 미군과 연합해 이슬람국가(IS)와 싸워온 쿠르드족을 배신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전날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한 직후 성명을 통해 "터키가 오래 준비한 시리아 북부 군사작전을 곧 추진할 것인데, 미군은 그 작전에 지원도 개입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물론이고 공화당 인사들도 동맹을 헌신짝처럼 내던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배신" "대재앙"이라는 용어까지 쓰면서 비판을 쏟아냈다. 쿠르드 민병대 인민수비대(YPG)를 주축으로 구성된 시리아민주군(SDF)은 "(미군 철군은) 우리 등에 비수를 꽂는 일"이라며 반발했다. 터키와 시리아 언론은 8일 터키군이 쿠르드 민병대 YPG 부대와 SDF 기지 등에 대한 공격을 부분적으로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맨 왼쪽) 미 대통령이 7일 백악관에서 열린 미군 고위 간부 회의에서 이야기하는 동안 마크 밀리(왼쪽에서 둘째) 합참의장 등 간부들이 듣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맨 왼쪽) 미 대통령이 7일 백악관에서 열린 미군 고위 간부 회의에서 이야기하는 동안 마크 밀리(왼쪽에서 둘째) 합참의장 등 간부들이 듣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우리 위대한 용사(미군)들은 경찰이 아니다. (시리아에서의) 끝없는 전쟁에서 집으로 데려와야 한다"고 말했다. /AFP 연합뉴스
돈 때문에 쿠르드족 토사구팽한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철군 이유는 '돈' 때문이었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는 지원에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수년간 미군과 함께 싸운 쿠르드족 전사들을 포기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나는 우리의 위대한 군이 심지어 미국을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들의 이익을 위해 경찰 노릇을 하는 터무니없는 끝없는 전쟁에서 빠져나오겠다는 것을 토대로 당선된 것"이라며 시리아 철군이 자신의 공약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군과 쿠르드족의 IS 격퇴 일지 외
쿠르드족은 2014년부터 미국과 동맹을 맺고 이 지역에서 미군과 함께 IS와 싸웠다. 독립된 국가를 세우진 못했지만 약 4000만명에 달하는 쿠르드족은 터키와 이라크 북부, 시리아·이란·아르메니아 고원 지역에 퍼져 살고 있다. 1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쿠르드족은 수차례 독립을 시도해왔는데 그때마다 주변국의 방해 등으로 실패했다. 쿠르드족은 지난 5년간 IS와 치열하게 싸웠는데, 희생된 쿠르드족 전사만 1만1000명이 넘는다. 쿠르드족이 이렇게 악전고투한 까닭은 IS와의 전쟁에서 공을 세우면 미국이 자신들의 독립을 지원해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런 쿠르드족을 '눈엣가시'처럼 여겼다. 독립국가를 세우고 싶어 하는 쿠르드족이 터키 내 쿠르드계 반정부 세력과 연계해 터키의 정치적 안정을 해친다고 생각한 것이다. 터키에는 쿠르드계가 약 1500만명(터키 인구의 약 19%) 살고 있다.

美 정계 초당적 비판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성명을 내고 "철군은 오직 러시아와 이란, (시리아의) 알아사드 정권만 이롭게 할 것"이라며 "IS와 다른 테러집단의 재결집을 야기할 위험성도 증가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 의원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근시안적이며 무책임한 처사"라고 혹평했다. 니키 헤일리 전 유엔주재 대사는 트위터에 "커다란 실수"라며 "동맹국이 우리를 지지해 주기를 기대한다면 우리 역시 동맹국을 지지해야 한다"고 올렸다. "동맹을 버리는 배신"(밋 롬니 상원 의원), "대재앙적 실수"(리즈 체니 하원 의원) 등의 격앙된 비난도 나왔다. 익명의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는 뉴스위크 인터뷰에서 "중심(spine)이 없는 대통령 때문에 미국의 국가안보가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지속될 위험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의 중요 파트너인 쿠르드 동맹을 버렸다"며 "이는 지역 안보와 안정에 심각한 위협을 제기할 뿐만 아니라, 이란·러시아는 물론 동맹국에도 미국이 더는 신뢰받는 파트너가 아니라는 위험한 메시지를 보낸다"고 말했다. 오바마 행정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수전 라이스는 CBS방송에 나와 "쿠르드족은 엄청난 희생을 치르며 우리 편에서 싸웠는데 우리는 단지 '또 보자'는 말만 남기고 그들을 굶주린 늑대 같은 터키에 넘겼다"며 "(철군은) 미친 짓"이라고 말했다.

거센 후폭풍에 트럼프 대통령은 진화에 나섰다. 그는 7일 트위터에 "만약 터키가 '금지 행위'로 간주될 조치를 하나라도 취할 경우 터키 경제를 완전히 파괴하고 말살할 것"이라고 올렸다. 이어 8일에도 트위터에 "우리는 훌륭한 전사인 쿠르드족을 버리지 않았다"고 썼다. 푸아트 옥타이 터키 부통령은 트럼프의 경고에 대해 "터키는 위협에 굴하지 않는다. 계획대로 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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