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백만장자들 엑소더스 조짐… 100여명 아일랜드 투자이민 신청

조선일보
입력 2019.10.08 03:00

은행·상점 습격에 사재기도
시위대, 軍 병영에 레이저 투사… 중국군 "결과에 책임져야 할 것"

홍콩 시위가 당국의 긴급법 발동에 따른 복면금지법 시행 이후 폭력적인 양상이 더 격화하면서 홍콩 경제 전반이 혼란에 빠져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시위가 이어진 지난 주말 홍콩 내 수퍼마켓과 마트에는 사재기 인파가 몰려 진열대가 텅 비는 일이 벌어졌다. 현금자동인출기(ATM) 앞에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선 풍경도 곳곳에서 포착됐다. 은행·상점이 습격당하는 일이 벌어지자 생필품이나 현금을 제때 구하기 어려울지 모른다는 불안 심리가 번진 것이다.

부유층의 홍콩 엑소더스(Exodus·대탈출)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7일 "최근 두 달 새 홍콩 백만장자 100여명이 아일랜드에 투자 이민을 신청했다"고 보도했다. 아일랜드는 100만유로(약 13억원)를 투자하면 영주권을 부여하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홍콩의 한 이민 알선 업체는 "홍콩 사태가 벌어지기 전에는 아일랜드 투자 이민을 문의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고 통신에 밝혔다. SCMP는 "홍콩 사태 이후 대만·캐나다를 비롯해 과거 마카오를 통치했던 포르투갈로 향하는 이민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7일 홍콩 도심에 있는 중국은행 지점이 시위대의 공격을 받아 유리창이 깨지고 낙서로 훼손돼 있다. 홍콩 정부가 지난 5일 ‘복면금지법’을 발효한 이후 반정부 시위가 격화하고 있고, 중국계 은행과 상점이 습격당하는 일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보도했다.
7일 홍콩 도심에 있는 중국은행 지점이 시위대의 공격을 받아 유리창이 깨지고 낙서로 훼손돼 있다. 홍콩 정부가 지난 5일 ‘복면금지법’을 발효한 이후 반정부 시위가 격화하고 있고, 중국계 은행과 상점이 습격당하는 일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보도했다. /AFP 연합뉴스

홍콩 정부는 지난 5일 발효된 복면금지법을 실제 시위 현장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홍콩 언론들은 지난 5일 밤 마스크를 쓰고 시위에 참가한 혐의로 18세 남학생과 38세 여성을 기소했다고 보도했다. 복면금지법은 위반자에게 최고 1년의 징역형 및 2만5000홍콩달러(약 382만원)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홍콩 정부의 강경책을 제도적으로 견제할 방법이 없다 보니 시위대가 폭력에 호소하는 경향도 강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홍콩 곳곳에서 충돌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6일엔 택시 한 대가 시위대를 향해 돌진해 시위 참가자 2명이 택시에 깔려 중상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소셜미디어에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시위대에 둘러싸여 멈춰 있던 택시가 갑자기 시위대를 향해 돌진한 뒤 건물 벽과 충돌하고 멈춰 섰다. 분노한 시위대는 택시기사를 차에서 끌어내려 심하게 폭행했다. CNN은 "택시가 시위대로 갑자기 돌진한 이유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택시에 깔린 시위 참가자와 폭행당한 기사 등 3명 모두 병원에 옮겨졌으나 중태로 알려졌다.

이날 밤에는 홍콩 주둔 인민해방군 병영 건물에 시위대가 레이저포인터를 비추는 시위를 벌이자 중국군 병영 측은 시위대를 향해 "추후 발생하는 모든 결과는 자기 자신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육성으로 경고했다. SCMP는 "홍콩 시위대와 인민해방군이 직접 접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경고 방식도 전례가 없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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