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수사 女검사 '외모 테러'에도… 여성·인권단체는 침묵

조선일보
입력 2019.10.08 01:30

조국 자택 압수수색했단 이유로 사진·가족관계 등 신상 노출되고
외모 관련 '여혐 악플' 쏟아져도 주요 단체들 이틀째 입장내지 않아
여성 이슈 민감한 맘카페도 조용

한 네티즌이 “누가 더 예쁜가요”라며 임은정(왼쪽) 검사와 조국 법무장관을 수사 중인 김모(오른쪽) 검사의 사진을 나란히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한 네티즌이 “누가 더 예쁜가요”라며 임은정(왼쪽) 검사와 조국 법무장관을 수사 중인 김모(오른쪽) 검사의 사진을 나란히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페이스북

조국 법무장관 자택을 압수 수색했던 김모(여·46) 검사에 대한 친문(親文) 네티즌의 사이버 테러는 7일에도 이어졌다. 당시 압수수색팀은 검사와 수사관 등 6명이었지만, 네티즌들은 유일한 여검사인 김 검사만 타깃 삼아 사진을 공개하고 외모를 비하하는 등의 방식으로 집요하게 공격했다. 여성·인권 단체 등은 사이버 테러 이틀째인 이날도 침묵했다.

김 검사에 대한 사이버 인신공격은 애초 '조 장관 자택 압수 수색 당시 조 장관 전화를 받은 검사'라는 가짜 뉴스와 함께 시작됐다. 6일 언론 취재 등을 통해 전화를 받은 검사는 다른 검사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러나 한번 시작된 친문의 공세는 '진실이 밝혀졌다'는 이유만으로는 중단되지 않았다. 이번엔 '김 검사가 조 장관과 상관의 통화 내역을 상부에 보고했다더라'는 새로운 가짜 뉴스가 동원됐다. 검찰도 조 장관 측도 확인한 바 없는 내용이다. 하지만 7일 인터넷에서는 이러한 가짜 뉴스와 함께 김 검사의 사진·신상 정보가 계속 퍼져 나갔다.

온라인에서는 김 검사에 대한 인신공격을 비판하는 여론도 제기됐다. 그러나 곧바로 반박이 제기됐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개검(개 같은 검찰)이 한 패륜 짓거리에 비하면 아주 예의 바르고 양호한 시민의 저항"이라고 적었다. 인신공격을 비판한 언론 기사에 대해서는 "기레기 퇴출"이라고 적었다. 커뮤니티 사이트 등에도 "(김 검사의 피해는) 조국 장관님 일가가 당한 것에 비해 새 발의 피" "자업자득" 등의 논리도 나왔다. "(김 검사가 피해를 봤어도) 개검이란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예전 발언 보니 외모가 아니라 언행 불일치가 문제" 등과 같은 주장도 폈다.

사진과 함께 외모에 대한 공격도 서슴지 않았다. "반정부 하게 생겼다" "돼지X" "옥상에서 떨어진 개떡" "못생겨서 선배들이 치근덕대지도 않겠네" 등 악성 댓글이 확인됐다. 소셜미디어에는 검찰 조직을 비판한 임은정 검사 사진과 김 검사 사진을 나란히 올려놓고 "임 검사와 달리 김 검사는 시민 혈압 올리는 상(相)"이라고 적은 글도 돌았다.

여성·인권 관련 단체는 침묵했다. 전국여성연대·한국여성단체연합·참여연대·민변 여성위 등 주요 여성 인권 단체들은 이날도 김 검사가 당한 사이버 테러에 관해 입장이나 성명을 내지 않았다. 지난 5월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을 비하하는 비속어 '달창'이란 표현을 썼을 땐 곧바로 그의 사퇴를 촉구하는 논평과 성명이 여성단체 등에서 나왔다.

그간 '여성 혐오'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해온 온라인 유명 맘카페(육아 정보 카페)도 마찬가지였다. 회원 수 303만명에 달하는 친문 성향 맘카페 '레몬테라스'에는 "검찰이 외사부 출신 여검사를 보내 조 장관 일가가 쓰던 고가의 사치품을 찾아내 망신 주려 했다"는 등 검찰을 비판하는 내용의 미확인 정보만 올라왔을 뿐, 여성 비하 문제를 제기한 회원은 없었다.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감에서 이런 문제가 제기됐다. 그러자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조 장관과 가족이 두 달 동안 당한 게 그 여검사의 수백 배에 달할 것"이라고 했다.

조국 옹호 세력이 진영 논리에 매몰돼 '인권' 등 보편적 가치조차 무시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한 트위터 사용자는 "임은정·서지현 검사는 왜 동료인 김 검사가 당하는 인권유린은 침묵하냐"며 "조국 일가만 인권 있고 동료 검사는 아니냐"고 했다. 또 다른 사용자는 "여성 단체와 여당이 미투 운동 초기 좌파 정치인과 예술계 쪽이 많이 터지니 침묵만 하더니 이번에도 똑같다"고 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피의자가 수사받는 과정에서 느끼는 압박과 직무를 수행하던 공무원이 사이버 테러로 받는 압박을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고, 극단적 진영 논리의 결과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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