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 개혁, 국민 시각에서 과감하게 능동적으로 하라"

입력 2019.10.07 15:37

조국 "檢, 법조계 카르텔 위해 존재" 밝히자 곧바로 응수
尹 대검 간부회의서 "검찰권 행사·수사 관행 등 개선하라"
전국 특수부 폐지· 공개소환 금지 이어 ‘심야조사 폐지’도
曺 자문기구 "검사 자체 감찰권 법무부가 회수" 내놓을 듯

지난달 25일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마약류퇴치국제협력회의(ADLOMICO) 개회식에 참석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달 25일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마약류퇴치국제협력회의(ADLOMICO) 개회식에 참석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59) 검찰총장이 7일 오전 대검 간부회의에서 "헌법정신에 입각해 검찰이 아닌 국민의 시각으로 과감하고 능동적으로 검찰 개혁을 해나가자"고 밝혔다.

윤 총장은 이날 대검 간부들에게 "인권보장을 최우선 가치에 두고 검찰 업무 전체를 점검해 검찰권 행사 방식, 수사 관행, 내부문화를 개선하라"고 지시했다.

윤 총장의 이 같은 발언은 문재인 대통령의 검찰 개혁안 마련 지시 이후 법무부와 검찰 간 개혁 주도권을 의식한 발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조국 법무장관은 이날 법무부 출근길에서 "무엇보다 국민의 시각에서 법무부와 검찰의 현재를 살펴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며 "법무부와 검찰은 그 조직 자체 또는 법조 카르텔을 위해 존재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 장관의 출근길 발언 직후 열린 대검 간부회의에서 윤 총장이 ‘능동적인 검찰 개혁’을 간부들에게 강조한 것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조국 법무장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국민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젊은 검사, 여성 검사, 형사·공판부 검사 등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권력기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제시해 주길 바란다"고 윤 총장에게 지시했다.

검찰은 대통령 지시 하루 만인 지난 1일 서울중앙지검 등 3개 검찰청을 제외한 전국 특수부 폐지, 외부 파견검사 전원 복귀, 검사장 전용차량 이용 즉시 중단 등을 골자로 한 강도높은 자체 개혁안을 내놨다. 이어 4일에는 ‘공개소환 전면 폐지’, 그리고 이날엔 ‘9시 이후 심야조사 원칙적 금지’ 방안을 추가로 발표했다. 대검 관계자는 "검찰은 대통령의 지시를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이 7일 오전 출근을 위해 서울 서초구 자택을 나와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이 7일 오전 출근을 위해 서울 서초구 자택을 나와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 안팎에서는 검찰의 자체 개혁 방안 발표 시점을 두고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문 대통령 지시가 검찰의 조국 법무장관 일가 수사가 한창일 때 나왔기 때문이다. 특히 ‘공개소환 폐지’, ‘심야조사 금지’는 모두 조 장관 부인 정경심씨의 ‘황제 조사’ 논란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발표됐다. 정씨는 지난 3일과 5일 두 차례 검찰에 출석하며 모두 비공개 소환됐다.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사안이고, 현직 법무장관 부인으로서 검찰 수사의 핵심 인물임에도 조사 일시나 출석 장면이 공개되지 않았다. 조사 과정 역시 두 차례 소환돼 23시간 동안 조사받으면서 실질적인 조사 시간은 8시간 안팎으로, 나머지 시간은 조서 열람과 휴식 등에 소요됐고 모두 자정 이전에 종료됐다.

이에 청와대, 여권 등의 압박에 검찰이 꼬리내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공식적으로는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복수의 대검 간부는 개혁안 발표 시점을 정한 경위에 대해 "기존부터 검찰 안팎에서 제기돼 온 개혁방안을 윤 총장 취임 이후 검토해왔고, 대통령 지시에 따라 본격적으로 시행하기로 한 것"이라고 답해왔다. 다만 검찰 내부에서는 "장관 수사만 막으려는 것인줄 알았더니 개혁안 주도권을 통째로 내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작 주무부처로서 검찰개혁을 위해 협조해야 할 법무부는 오히려 검찰 개혁안을 깎아내리는 모양새에 가깝다. 조 장관은 검찰의 특수부 축소, 파견검사 복귀 발표 이튿날 간부회의에서 "특수부 폐지안은 대통령령 개정이 필요하고, 파견검사 복귀안은 법무장관이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개혁 권한은 장관과 국무회의가 갖고 있다는 의미다.

나아가 조 장관이 발족시킨 검찰개혁 자문기구인 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개혁위·위원장 김남준)는 4일 "전국 각 검찰청의 형사·공판부를 제외한 모든 직접수사 부서를 축소·폐지하라"는 권고안을 내놨다. 검찰 개혁안에 대해 "부족하다"고 지적한 셈이다. 개혁위는 "권고안 실현을 위해 대검찰청의 권한 축소와 기능 전환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검찰개혁은 법무부가 알아서 할테니 몸을 낮추라는 말이나 다름없다. 개혁위는 이날도 오후 2시부터 회의를 열고 검찰총장의 검사에 대한 감찰권을 법무부가 회수하는 방향의 권고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 장관은 "법무·검찰 개혁에 박차를 가하겠다"며 "개혁위 권고를 수용하고 검찰청 의견을 수렴해 빠른 시간 내 검찰 개혁의 청사진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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