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한글이 문화 아이돌… 해외 유튜버들 앞다퉈 한글 전도사로

입력 2019.10.07 03:00

[조선일보 100년 기획 - 말모이 100년, 다시 쓰는 우리말 사전]
[1] 소셜미디어 타고 한국어 열풍

자발적으로 강의영상 만들어 올려… '국수 먹여줄거냐' 표현 해설까지
"한국어 써야 제맛… 영어는 심심" 전세계 누적 조회수 10억회 넘어
"세종은 당대 최고의 크리에이터, 佛서 한국어 쓰면 힙하다고 해요"

"세종대왕은 당대 최고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reative director)'였다. 국민을 위해 언어를 만들다니, 정말 쿨(cool)하지 않은가."(프랑스 1호 한류 웹진 'K페노멘' 구니 편집장)

"처음엔 외계어처럼 보였다. 이응(ㅇ), 리을(ㄹ) 같은 단어들! 하지만 배우기 쉬워서 놀랐다. 음운변동 규칙까지 배우고 나니 굉장히 과학적인 언어라고 생각됐다."(영어로 한글을 강의하는 미국 유튜버 빌리)

"김소월 시의 '진달래꽃'을 영어로 번역하면 '고이'(beautifully, nicely) '아름따다'(pick) '걸음걸음'(step) '사뿐히'(lightly, softly) 이런 식이라 본래의 느낌이 전혀 살지 않는다. 영어가 3차원이라면 한국어는 4차원이랄까? 한국어를 배운 뒤 영어로 살던 때가 얼마나 심심하고 평범했는지 알게 됐다."(한·미 문화를 강의하는 미국 유튜버 '올리버쌤')

우리말과 글이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를 타고 전 세계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 세종학당을 통한 정부주도형 에서 싸이·BTS 등 한류를 통한 전파를 지나 이제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매료된 외국 유튜버들이 '자발적 메신저'로 나서면서 새로운 '문화 아이돌'로 떠올랐다.

한글 강의 동영상으로 22만4000명 구독자를 거느린 미국 유튜버 빌리는 2005년부터 부산에서 3년간 영어 선생님을 하면서 한국어에 눈떴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했지만 미국으로 돌아간 뒤 한국어로 전공을 바꿨다. 2012년 유튜브를 개설해 현재 누적 조회 수 870만회. 2017년 올린 '90분 안에 한글 끝내기' 동영상은 조회 수가 169만회나 된다. 'ㄱㄴㄷ' 'ㅏㅓㅜ' 같은 한글 자음·모음과 '목마르다(몽마르다)' '학년(항년)' 같은 각종 음운변동까지 가르치는 동영상이다. 또다른 영상에선 '밑'과 '아래'의 미묘한 차이를 설명하는가 하면, '머리가 크다'(나이를 먹다), '국수 먹여줄 거냐'(결혼 언제 하느냐) 같은 한국식 표현에 대한 해설도 덧붙인다. 이메일에 한글로 장문의 답변을 보낸 빌리는 "프랑스, 불가리아, 독일, 뉴질랜드 등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지켜봐 주는 팬들이 큰 힘이 되고 있다"며 "최근 방탄소년단 인기가 커지면서 구독자 수가 2배로 늘었다"고 했다.

빌리 외에도 한국어와 한글, 한국 문화를 콘텐츠로 삼은 외국인 유튜버들이 적지 않다. 구독자 345만명을 거느린 '영국남자' 조쉬와 올리를 비롯해, 영어 강의를 하면서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올리버쌤'(125만명), 한·미 문화 비교를 주요 콘텐츠로 내세운 미국인 '하이채드'(23만명), '외국인 반응 with 에밀리'를 운영하는 독일 여성 에밀리(17만명), 싱가포르에서 한글 등을 알리는 남아공 출신 '린디 보츠'(12만3000명), K뷰티와 한글을 알리는 호주 여성 '엘라 K'(9만명), 이란에서 한국을 알리는 '이란여자'(1만2000명) 등 전 세계에 퍼진 유튜버들이 우리말·글의 첨병 역할을 한다. 이들의 영상 누적 조회수만 10억회가 넘는다.

이 유튜버들은 대부분 한국어를 구사할 줄 알고, 영상에 한글 제목과 자막을 곁들인다. 미국 유타주에 사는 '하이채드'의 채드 테너는 전화 인터뷰에서 "작년 한글날 부모님에게 한글을 알려주는 특집 영상을 찍었다"면서 "한글이 어렵지 않으냐는 이들에게 한글은 정말 체계적이고 쉬운 문자라 30분이면 배울 수 있다고 강조한다"고 말했다.

프랑스에서 2011년 한류 웹진 'K-페노멘(한국 현상)'을 창간한 우고나 애니에케(일명 구니) 편집장은 자신을 '강남스타일 세대'라고 했다. 현재 패션, 뷰티, 푸드, K팝 분야 기자 6명과 일하며 인스타그램으로도 한국을 알린다. 각자 직업이 있는데도 '무료'로 글을 쓴다. 사이트 방문객이 한 달 6만여명. 패션 담당 스테파니 기자는 "프랑스에선 한국어를 말하고 쓰는 것을 매우 힙(hip)하고 세련된 취향으로 받아들인다"고 했다. K페노멘 여행 담당으로 한국·부산 여행서를 낼 예정인 올리비아 기자는 "한국어가 아름다운 건 이를 더욱 컬러풀하게 해주는 사투리의 힘"이라며 "지역별 독특한 사투리 속에 고유의 문화적 정서가 담겨 있다는 점에서 한국어의 창조성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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