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보식이 만난 사람] "현 정권 세력은 제정신 아니다… 우리는 재앙을 막아야 한다"

조선일보
입력 2019.10.07 03:11

['광화문 보수 집회'를 주도한 牧師… 전광훈 한기총 회장]

나치 저항 본 회퍼 목사 "미친 자에게 운전대 못 맡긴다"고 했다
내게는 진리냐 아니냐, 자유민주주의 사수하냐 못하냐가 중요
전광훈 하나만 죽이면 조용해진다며 지금껏 80차례 고발 당해
언론들도 달려들어 나를 이상한 사람 만들어왔지만 꿈쩍 안 해

광화문 보수 집회 다음 날,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한 여당 의원이 감사(監査)를 받아야 할 경찰청장에게 고발장을 제출했다. 대규모 집회를 주도한 전광훈(63)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에 대해 내란 선동 혐의로 수사해달라는 것이었다.

고발당한 그는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현 정권 세력은 제정신 아닙니다. 어떡하든 날 죽여보려는 거지. 전광훈 하나만 죽이면 조용해진다는 거죠. 지금껏 80차례 고발당했어요. 작년에 공직선거법 위반을 빼면 다 무혐의입니다. 언론들도 달려들어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어왔지만 꿈쩍 안 합니다."

―광화문 집회 전에 '저와 함께 청와대에 들어가서 경호원들의 실탄을 맞고 순교(殉敎)하실 분들, 목숨을 내놓으실 분들은 모여달라'는 신문 광고를 냈지요. 요즘 세상에 이런 비상식적 문구를 사용해도 되나 싶었습니다.

"황당하겠지만 그보다는 진리냐 아니냐, 자유민주주의를 사수하느냐 못 하느냐, 나라와 국민을 위하느냐 아니냐가 중요하죠. 저는 다른 계산은 안 합니다."

―그날 '순국결사대' 머리띠를 두른 수백 명이 청와대 진입을 시도하다 경찰과 충돌이 잠깐 벌어졌지요. 여권에서는 이를 대통령을 체포하려는 '내란 선동'으로 보는군요.

"우리는 '미친 자에게 운전대를 맡길 수 없다'고 말한 독일 나치 시절 본회퍼 목사의 심정을 갖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을 끌어내리기 위해 청와대로 진입하겠다고 사전에 공언했습니다. 그러자 청와대 경비대에서는 '시위대가 어떻게 나와도 막아낼 수 있다. 다만 분신자살은 하지 않겠다고 약속해달라'고 했어요. 그건 지켜줬어요."

전광훈 목사는 “광화문 집회 경비는 대부분 우리 교회 신도의 헌금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전광훈 목사는 “광화문 집회 경비는 대부분 우리 교회 신도의 헌금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김지호 기자
―'미친 자에게 운전대를 맡길 수 없다'는 구절은 시국 광고마다 들어가 이제 일반 대중에게도 친숙해졌습니다.

"히틀러가 집권하자 모든 독일 교회가 그를 우상으로 숭배했습니다. 그때 삼십 대 초반의 본회퍼 목사가 나치즘을 경고했습니다. 그는 '성직자는 재앙이 터진 뒤 국화 한 송이를 들고 애도하는 자가 아니라 먼저 재앙을 막아주는 자'라고 말했어요. 히틀러 암살단에 가담한 그는 체포돼 처형됐습니다. 히틀러가 비밀 벙커에서 애인(愛人) 에바 브라운과 숨진 채 발견되기 일주일 전이었지요."

―본회퍼가 목사님의 롤모델인가요?

"저는 악과 싸우는 데 두려움이 없습니다.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면서 한·미 동맹 와해, 경제 실정, 안보 위기 등으로 자유대한민국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국제무대에서 대한민국의 존재감은 사라지고 있는데, 어떻게든 북한의 김정은을 불러와서 오직 선거에만 이기려고 합니다. 문 대통령은 국민을 무시하는 행태를 넘어 전체주의의 길로 가고 있습니다."

―집회 연단에서 "문재인 저X을 빨리 끌어내려 주시옵소서, 주사파를 척결하여 주시옵소서"라고 연설하더군요. 최순실 국정 농단 촛불시위 때는 이보다 훨씬 더 심했지만, 그럼에도 공개적으로 막말과 욕설을 하는 성직자에 대해서는 불편함이 있지 않을까요?

"욕 안 먹을 놈에게 욕하면 막말이지만, 욕먹을 놈에게 욕하는 겁니다. 예수님은 바리새인들에게 '독사의 새끼들'이라고 했어요. 다른 선지자들도 악에 대한 분노로 막말했습니다. 막말 프레임을 뒤집어씌워도 흔들리지 않을 겁니다. 사람들은 '목사가 왜 정치·사회 문제에 개입하나'라고 하지만, 눈앞에서 잘못이 저질러지고 있는데 가만히 있는 게 목사의 역할입니까?"

―목사님은 좌파 세력과 맞서고 있지만, 온건한 보수나 중도 쪽에서도 목사님과는 거리를 두고 싶어 하지요. 너무 극단에 서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목사가 교회에서 설교만 하면 편합니다. 가만히 있으면 시비 거는 사람이 없어요. 세상에서 악을 지목하면 반드시 공격당해요. 목사라면 잘못된 것을 잘못된 것이라 말해야지요. '한 가지 비판이 없으면 한 가지 진리도 없는 사람이다. 하나의 저항을 하지 않으면 하나의 소신도 없다'고 했습니다."

―목사님을 비판하는 이들에게도 '진리'가 있겠군요.

"내가 말하는 진리는 성경의 절대 진리를 말하는 겁니다. 나는 성직자로서 성경의 선(線)을 넘어선 적 없습니다."

―성경의 선이 정확하게 무얼 말하는지 모르겠지만, 목사님은 세상에 통용되는 도덕 기준에서 부끄러움이 없다고 말할 수 있나요?

"나는 예수그리스도 안에서 사는데 어떻게 파렴치하게 살겠습니까. 그러면 어떻게 설교하겠습니까."

―본인에게 '빤스 목사'라는 낙인이 따라붙더군요.

"주사파 언론이 나를 죽이기 위해 정반대로 꾸몄습니다. 15년 전 어떤 목사가 여집사와 불륜 관계로 경찰 조사를 받자 '나는 안 하려고 했는데 여집사가 유혹했다'는 식으로 답변했답니다. 그 일을 전해듣고 분노했습니다. 내가 목사들을 모아놓고 강의하면서 '설령 그렇다 해도 자기 잘못이라고 해야지 여집사에게 뒤집어씌워? 그런 놈은 목사가 아니다. 성경에 보면 주님의 종들을 교인들이 얼마나 좋아했느냐. 갈릴레아 교인들은 바울 사도에게 눈알까지 빼준다고 했다. 우리 교회를 와보라. 내가 우리 신도들에게 빤스를 벗으라면 다 벗는다'고 했는데, 이 말의 앞뒤를 자르고 빤스 운운한 겁니다. 이 때문에 정말 곤욕을 많이 치렀어요."

―당초 어떻게 목사가 될 생각을 했습니까?

"경북 예천에서 상경해 집안 어른인 전성천(全聖天) 박사 댁에 기숙했습니다. 이분은 미국 프린스턴과 예일대를 나온 목사로, 이승만 정부의 공보부장관을 지냈습니다. 박정희 정부에서는 기독교방송 사장을 했고 빈민운동에 헌신했습니다. 이분이 제게 '이승만 공부를 하라'고 권했습니다. 기독교인 이승만이 어떻게 대한민국을 만들었는지를 공부하면서 제 진로를 신학대로 정했지요."

―본인에 대해 '정치 목사' '극우 성향 목사'라는 비판은 어떻게 받아들입니까?

"정치와 사회에 관여하면 '정치 목사'로 매도하는 것은 일제 식민지에서 비롯된 겁니다. 교회가 독립운동을 하니 그걸 못하게 한 겁니다. 원래 교회는 정치하는 조직이었습니다. 서양 역사는 교회 정치의 역사입니다. 장로교 창시자인 존 칼빈은 제네바 시장이었고, 신(新)칼빈주의를 만든 목사 아브라함 카이퍼르는 네덜란드 총리를 지냈어요. 현재 세계 76개 나라에 '기독당'이 있고, 미국 상원에는 담임목사가 있습니다. '정치 목사'라는 말은 무식의 소치입니다."

광화문 집회 사진
/김지호 기자

―그전까지 우파는 집회 조직이나 진행 능력에서 좌파에 비해 형편없었습니다. 이번에는 집회 개최 사실이 사전에 신문 광고와 유튜브를 통해 광범위하게 알려졌지요. 현 정권에 분노한 시민들을 광화문으로 불러들인 겁니다. 목사님이 그 역할을 해냈다고 봅니다. 마치 좌파 집회에서 돈과 조직을 맡았던 민노총의 역할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집회의 구심점이라는 점에서 비슷할지 모르나, 그쪽은 노조 기득권과 좌파 이념으로 움직였다면 우리는 신앙과 애국심입니다."

―신문 광고와 행사 비용을 어떻게 마련했습니까? 본인이 회장을 맡고 있는 한기총의 자금이었습니까? 몇 달 전 한기총의 일부 임원에 의해 공금 횡령 및 사기 혐의로 고발된 적 있었지요?

"9시 방송 뉴스에서 내가 한기총 공금을 횡령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내게는 한마디 물어보지 않았습니다. 얼마 전 경찰에서 이는 무혐의 처리됐습니다. 사람들이 그렇게 믿도록 해놓고 무혐의 나오면 뭘 합니까. 무혐의 결론은 보도하지도 않았습니다. 신문 광고와 집회 경비는 내가 담임을 맡고 있는 사랑제일교회의 헌금에서 나왔습니다."

―교회 신도의 헌금이 얼마나 되기에 대규모 집회 경비를 감당할 수 있습니까?

"우리 교회에는 십일조 헌금만 있는 게 아니라 '애국 헌금'이 따로 있습니다. 교회 신도가 5000명인데, 이들이 10만원씩 헌금하면 5억원이 됩니다. 거기에다 내가 이끄는 '청교도영성훈련원'이라는 목회자 모임이 있습니다. 이 두 곳에서 주로 돈이 나왔습니다."

―교회 헌금을 시국 집회에 사용하는 걸 신도들이 용인했습니까?

"노무현 정부 시절에 처음 교회 세무조사를 받았습니다. 그때 한 법조인이 '돈 쓰는 것을 조심하라. 교회 정관(定款)을 정돈하라'고 충고해줬어요. 그래서 신도 개개인을 만나 정관 개정에 동의를 받았습니다. 지금은 '내 헌금은 전광훈 목사에게 위임한다. 어떤 용도로 쓰든 묻지 않고 결과를 보고받지 않는다'는 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헌금을 목사님 마음대로 쓸 수 있다는 것인데, 교회에서는 '1인 독재'이군요.

"독재든 뭐든, 정관을 그렇게 고쳐놓았습니다. 우리 사회를 위해서도 헌금을 쓰겠다는데 그게 마음에 안 들면 우리 교회에 안 나오면 되는 거지요. 우리 교회에서 내게 부쳐주는 생활비는 매달 500만원입니다."

―광화문 집회에서 "오늘 행사 중 가장 기쁜 시간이 돌아왔습니다. 헌금하는 시간입니다. 다 주머니를 털어서 하나님의 영광과 갈음하여 주시옵소서"라고 했지요. 대놓고 돈 얘기를 한 것에 대해 비판도 꽤 있더군요.

"이런 집회를 한번 하려면 20억~40억원이 듭니다. 우파는 경제적으로 좌파보다 낫지만 공동체를 위한 행사에 돈을 안 냅니다. 그날 헌금으로 들어온 돈은 1억7000만원입니다. 행사 진행비의 10분의 1도 안 됐지요. 이번 광화문 집회 전에 지방 도시에서 순회 집회를 열었을 때는 사람들이 내 호주머니에 돈을 막 넣어줬어요. 나라 상황이나 뻔뻔한 조국 사태에 국민이 열받아 그랬겠지요. 그게 이번 광화문에서 대규모 인파로 터져 나온 겁니다."

3년 전 국정 농단 촛불집회의 구호는 '이게 나라냐'였지만, 이번에는 '이건 나라냐' 구호가 보였다. 박근혜 정권을 극복하고 진전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퇴행했다는 뜻이다. 참석자 연령대는 낮아졌고 특히 주부가 눈에 띄게 많았다. 주부들이 몰려나온 것은 결코 간단한 사안이 아니다. 문 대통령에게 머리끝까지 화가 났구나, 7시간 가까이 집회 현장을 돌며 관찰한 내 결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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