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 코리아] '낀낀세대' X세대의 재발견

조선일보
  • 김민희 톱클래스 편집장
입력 2019.10.05 03:15

'센' 위아래 세대 중간에 끼어 '가엾은 조연'으로 전락
선후배 잘 알고 脫이념적… 새 시대 걸맞은 잠재력 주목

김민희 톱클래스 편집장
김민희 톱클래스 편집장
얼마 전 X세대(1970년대생)를 주제로 한 심포지엄에 토론자로 참여했다. 50대 3명이 발제하고, 40대 3명이 토론하는 자리. 김호기 연세대 교수, 홍성국 혜안리서치 대표, 이은형 국민대 교수 등 세대론 전문가들이 발제자로 나섰다. 주제는 'X세대에서 낀낀세대로; 40대, 그들은 누구인가.'

어젠다를 제시하는 미디어 '피렌체의 식탁' 주최로 열린 심포지엄은 행사 전부터 반응이 뜨거웠다. '40대의 맺힌 한(恨)을 풀어달라'는 요구가 많았다. 40대는 그간 세대 담론에서 투명인간이었다. 1990년대 초반 '서태지와 아이들'의 '난 알아요'를 소비하면서 화려하게 등장한 X세대는 존재감이 막강했다. '난 달라요'를 외치며 전에 없던 패션과 사고방식으로 무장하면서 기성세대를 긴장하게 했다. 키메라를 연상시키는 진한 화장법과 전위적인 패션은 지금 다시 봐도 깜짝 놀랄 만큼 파격적이었다.

신인류, 신세대로 불리던 그 대단한 X세대는 도대체 다 어디로 간 걸까. 새로운 가치관과 세계관으로 새 시대를 열 것 같았지만, 현실은 그렇게 흘러오지 못했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 1970년대생들은 크게 부각되지 않고 있다. 오죽하면 '낀낀세대'로 불릴까. 바글거리는 인구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서바이벌 스킬을 장착한 '센 윗세대'(베이비부머·86세대)와, 욜로와 워라밸을 외치며 할 말 다 하는 '센 아랫세대'(밀레니얼·Z세대) 사이에 끼어 존재감을 상실하고 있다. 낀 데다 또 끼어 납작해지기 직전이다.

한동안 투명인간 취급을 당하던 X세대가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들이 40대가 된 이후부터다. 주목받는 지점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당당한 주연'이 아닌 '가엾은 조연'이 돼버린 X세대만의 정체성을 정립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에 의해서이고, 다른 하나는 X세대의 특질이 새 시대 리더에 걸맞은 잠재력을 지녔다는 평가에 의해서다. 전자가 암울한 현실을 대변한다면, 후자는 장밋빛 미래를 기대하게 한다.

어느 세대든 낀 세대의 고충은 있게 마련이지만 X세대의 고충은 남다른 지점이 있다. 이들은 보고 배운 대로의 리더십이 통하지 않는 첫 세대다. 윗세대의 특성과 아랫세대의 특성이 달라도 너무 달라서 통역자로서의 자질이 일단 요구된다. X세대는 의외로 '퇴사 유발자'들이다. 보고 배운 대로 했다간 '우리 팀장님까지 저럴 줄 몰랐어'라며 희망 잃은 밀레니얼 세대의 집단 퇴사를 부른다. 실제로 최근 기업 현장에서 꽤 자주 발생하는 '웃픈' 상황들이다. '사수 부재의 시대'라는 표현도 나돈다.

중요한 건 X세대가 본인의 아이덴티티를 잘 정립하고 자기다운 리더십을 구축해 나가는 거다. X세대는 남다른 밈(meme·문화 유전자)을 지녔다. '개인주의 탄생의 첫 세대(김호기 교수)'로, '선배 세대와 후배 세대를 모두 이해하는 포용적 리더십(이은형 교수)'을 지녔다. 윗세대처럼 성실하면서도, 아랫세대처럼 탈권위적이다. '디지털 이주민'의 첫 세대로서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가치를 가장 잘 아는 세대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무당파(無黨派)와 중도파가 가장 많은 세대라는 분석이 많다. 냉전 시대 이후에 20대를 보낸 X세대는 비교적 탈이념적인 사고방식을 지녔다. 정파나 당파, 이데올로기에 함몰되지 않고 사안에 따라 합리적이고 미래 지향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다는 얘기가 된다. X세대를 위한 리더십 교과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새로 써 나가야 한다. 기존의 리더십에서 정답지를 찾으려 우왕좌왕하기보다, 자신만의 리더십 정답지를 차곡차곡 채워가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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