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式 ‘화장실 정치’?…'조국 사퇴 집회' 0개 VS '조국 수호 집회' 20개

입력 2019.10.04 14:39

서울시가 개천절인 지난 3일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를 요구하는 보수단체들의 대규모 집회가 열린 광화문광장과 서울시청 일대에 이동식 화장실을 한 대도 설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서울시는 오는 5일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인근에서 진보 성향 네티즌들이 주도하는 ‘8차 검찰개혁 촛불집회’가 열릴 때는 이동식 화장실 20대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해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4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전날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열린 ‘조국 사퇴 요구’ 보수단체 집회 때, 서울시는 이동식 화장실을 한 대도 설치하지 않았다. 인근 건물과 상가 화장실을 일반인이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개방화장실 숫자도 따로 늘리지 않았다. 서울시 측은 "광화문광장과 시청 일대에는 개방 화장실이 많아 안내를 했다"며 "앰뷸런스 지원 등은 모두 이뤄졌다"고 했다.

3일 서울 청와대 인근에서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단체가 문재인 대통령의 하야와 조국 법무부장관의 퇴진을 요구하며 집회를 하고 있다. / 고운호 기자
3일 서울 청와대 인근에서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단체가 문재인 대통령의 하야와 조국 법무부장관의 퇴진을 요구하며 집회를 하고 있다. / 고운호 기자
하지만 서울시는 2016~2017년 최순실 사태로 광화문광장과 서울광장 등에서 촛불집회가 열릴 때는 이동식 화장실을 5대 이상 설치했다. 또 집회 장소 인근 개방화장실을 기존 40여 개에서 5배 가까이 늘리기도 했다. 당시 주최 측 추산 100만 명 내외가 집회에 참가했다.

서울시는 오는 5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서초역과 교대역 인근에 이동식 화장실을 10개씩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달 28일 서초동 집회 때 참가자들이 지하철 역사 화장실에 몰려, 지하철 이용자들이 불편했기 때문에 이동식 화장실 설치를 논의 중"이라며 "광화문광장 일대와 달리 서초동 대검찰청 인근에는 개방 화장실을 찾기 어려운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의 해명과 달리 전날 조 장관 사퇴 요구 집회 참가자들은 화장실을 찾지 못해 곤란했다고 입을 모았다. 집회에 참가했던 정모(44)씨는 "행진 중에는 인파가 너무 몰려서 옴짝달싹 못하는 상황이었는데, 화장실 하나 없었다"며 "우스갯소리로 박원순 시장이 싫어하는 집회 나올 때는 기저귀를 차야겠다고 친구에게 말했다"고 했다.

또 다른 참가자 김모(52)씨도 "개방화장실이 얼마 되지도 않아서, 세종문화회관 같은 곳 화장실은 남자도 줄을 10분 넘게 서기도 했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집회 성격 등에 따라 화장실 이용을 차별한다는 논란이 불거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6월 우리공화당이 광화문광장에 천막을 설치하고 농성에 돌입하자, 서울시는 광화문광장에서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으로 가는 9번 출입구를 차단했다. 결국 당시 농성에 나섰던 이들은 9번 출구 안쪽 화장실을 이용하지 못해 "화장실까지 차별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 6월 27일 서울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9번 출구가 닫혀 있는 모습. /김우영 기자
지난 6월 27일 서울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9번 출구가 닫혀 있는 모습. /김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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