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건국 70주년을 자축한 1일 홍콩에서 수만명이 참여해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시위가 열린 가운데 시위에 참여한 한 고등학생이 경찰이 쏜 실탄에 맞아 중태에 빠졌다. 홍콩 경찰과 언론에 따르면 이날 오후 홍콩 췬완 지역에서 벌어진 시위 도중 한 고등학생(18)이 경찰이 쏜 실탄에 왼쪽 가슴을 맞아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총알은 심장을 살짝 비켜나 폐에 맞아 학생은 중태로 알려졌다. 인터넷에 공개된 당시 동영상에 따르면 여러 명의 시위대가 경찰을 둘러싸고 쇠막대기를 휘두르며 공격하자 경찰이 몸을 돌리며 바로 앞에 있던 학생에게 권총을 발사했다. 영상을 보면 권총의 총구에서 불꽃이 튀면서 총알이 발사됐고, 이에 가슴을 맞은 시위 참여자가 뒷걸음치다가 쓰러진다. 총에 맞은 학생은 "가슴이 아프다. 병원에 보내달라"고 호소했다. 이 학생은 자신의 이름을 청즈젠이라고 했다. 명보(明報)는 청즈젠이 "중학교 5학년(한국의 고 2)"이라고 전했다.
이 사건에 대해 홍콩 경찰 대변인은 실탄 발사 사실을 확인하면서도 "해당 경찰이 폭도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지난 6월 시위가 시작된 이후 홍콩 경찰이 시위대에 실탄 경고 사격을 한 적은 있지만 시위대가 실탄에 맞은 적은 없었다. 홍콩 언론은 이날 시위로 31명이 부상당하고 이 중 2명이 위중하다고 보도했다.
이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베이징에서 열린 건국 70주년 국경절 기념식에서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 홍콩인에 의한 자치, 헌법과 기본법에 의한 업무 처리를 전면적으로 관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홍콩에서는 검은 옷을 입은 시위대가 "국경(國慶·국가 경사)은 없다. 국상(國殤·국가를 위해 희생한 사람)만 있다"고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홍콩 야권 단체 연합 '민간인권전선'은 이날을 '애도의 날'로 선포하고 오후 2시부터 홍콩 도심 빅토리아공원에 집결해 거리 행진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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