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두 차례 경고...檢 "원칙대로→불상사 우려"
정경심, 지하주차장 등 비밀통로로 들어갈 듯
이상득 등 고령에 휠체어 타고 포토라인 서기도
법조계 "정치권 압박에 검찰 수사 위축 우려"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현관 앞에서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씨는 이번 주 초반 검찰에 출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국 법무장관 아내 정경심(57)씨 소환조사를 앞두고 검찰 내부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원칙대로 공개소환을 하겠다던 검찰이 갑자기 비공개 소환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것이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대통령의 연이은 경고가 검찰 수사를 위축시킨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조 장관 가족 비리 의혹 수사팀 관계자는 1일 "지금까지 정씨가 청사 1층 출입문을 통해 출석하는 방향으로 예정을 하고 있었지만, 지난주부터 정씨의 건강상태에 대한 염려가 제기됐고, 또 국민들의 관심이 고조되면서 통상의 소환 방식으로 정씨가 출석하다 불상사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그런 불상사로 인해 신속하고 효율적인 수사에 장애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본다"며 "다른 방식을 취할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전례에 비춰보면 취재진과 접촉을 피할 수 있는 지하 주차장 등 다른 출입로를 통해 검찰에 출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앞서 정씨는 딸(28)의 의학전문대학원 입시를 위해 동양대 총장 명의 표창장을 위조한 혐의(사문서위조)로 기소된 지난달 6일 이후 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했다. 조 장관도 지난달 27일 자택 압수 수색 때 검사와 통화한 경위를 설명하며 "제 처가 건강이 너무 좋지 않아 좀 배려해 달라고 부탁한 것"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검찰 안팎에서는 정씨가 건강상태를 이유로 소환을 미루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검찰 관계자는 "출석 조율 과정에서 검찰과 오간 논의내용을 공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당초 검찰은 "원칙대로 청사 1층으로 출입한다"고 밝혀 정씨는 사실상 공개소환 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따라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에는 매일 취재진 수십명이 24시간 대기하며 정씨의 소환을 기다라고 있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왼쪽) 전 의원과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의 어머니 고(故) 이선애씨.

그러나 검찰이 비공개 소환 쪽으로 방침을 바꾼 것은 이례적이라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검찰은 그동안 수사공보준칙에 따라 공적 인물의 소환이나 조사 사실이 알려져 촬영 경쟁으로 인한 물리적 충돌이 예상될 경우 포토라인을 설치해 촬영을 허용해 왔다. 지난해 1월 국정원에서 억대 불법 자금을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당시 83세) 전 의원은 휠체어를 탄 채로 포토라인에 섰다. 앞서 2011년에는 태광그룹 이호진 회장의 어머니 고(故) 이선애(당시 84세)씨가 병원 앰뷸런스를 타고 서울서부지검에 도착해 휠체어에 실려 포토라인을 거친 뒤 조사를 받았었다.

검찰의 갑작스러운 방침 변화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대통령 등 정치권의 압박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 전직 검사장은 "대통령과 여당이 피의자 인권을 운운하며 검찰을 압박하고 있어 정씨가 건강상태 등을 이야기하면 검찰 입장에선 포토라인에 세우기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검찰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조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정씨 측 요구를 받아준 것으로 보인다"면서 "여권에서 과잉수사 등의 공격을 하고 있어 최대한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 이럴 경우 수사기간이 길어지고, 의혹을 규명하는데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두 차례에 걸쳐 검찰에 경고성 메시지를 보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조 장관 가족에 대한 검찰 수사를 두고 "인권을 존중하는 절제된 검찰권 행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전날에도 "검찰권 행사 방식이나 수사 관행, 조직 문화 등에서 개선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