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만명 집결? 모두 서서 집회장 꽉 채워도 최대 13만명

입력 2019.09.30 03:12 | 수정 2019.09.30 06:37

[與·언론 '조국집회' 부풀리기 논란]

대검 앞 폭 40m·길이 1.2㎞ 도로
"빽빽히 선 사람들이 14명씩 업어야 200만명이 되는 황당한 주장"
집회측 15만→100만→200만 주장, KBS·연합뉴스TV 등 그대로 보도
급기야 여당 공식 성명에도 쓰여

29일 MBC 뉴스가 전날 친여권 집회에 200만명이 참가했다는 주최 측 주장을 보도하고 있다.
29일 MBC 뉴스가 전날 친여권 집회에 200만명이 참가했다는 주최 측 주장을 보도하고 있다. /MBC 뉴스
지난 28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 '조국 법무부 장관 지지 집회'(이하 '조국 집회')를 주최한 '사법적폐청산 범국민시민연대'는 이날 밤 "집회에 200만명이 참가했다"고 주장했다. 주장은 곧바로 '제도권 친문(親文)' 진영에서 '사실'로 취급됐다. 관변 매체가 시민단체 주장 수치를 기사 제목으로 보도했고, 여당이 공식 성명 등에서 다시 숫자를 받아 쓰며 '민심(民心)'이라고 못박았다. 검증은 없었다.

주최 측은 당초 경찰에 이날 집회를 신고하면서 예상 참여 인원을 1만5000명이라고 적었다. 하지만 행사 당일 "집회 시작 한 시간 전부터 15만명이 모였다"고 했다. 발표 숫자는 오후 6시에 50만명, 7시 30분엔 100만명으로 점점 늘어났다.

그렇게 불어난 숫자를 친정부 매체가 퍼 날랐다. 김어준·주진우 등 친문인사들에게 라디오 진행을 맡기고 있는 tbs(교통방송)가 앞장섰다. '100만명 참가' 소식을 교통 정보라며 반복적으로 전파했다. MBC·KBS도 주최 측을 인용해 100만명이 모였다고 보도했다. JTBC는 과감한 직접 추산으로 주최 측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현장 기자가 "현장에서 보기에도 최소 50만에서 100만 정도 되는 참가자들이 집회에 나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민병두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이 소셜미디어에 '100만 가까운 촛불 시민이 다시 모였다'는 글을 올렸다.

주요 방송사 메인 뉴스가 대부분 끝난 오후 9시 30분쯤 주최 측이 "최종 200만명의 시민이 모였다"고 했다. 그러자 연합뉴스TV가 야간 뉴스부터 이를 자막으로 내보냈다.

이튿날 여당이 '200만명'을 공식화했다. 민주당은 29일 오전 이재정 대변인 명의 성명에서 "어제 200만 국민이 검찰청 앞에 모여 검찰 개혁을 외쳤다"고 했다. 오후에는 원내대변인 브리핑에서 "민주시민의 위대한 저력이 다시 재현됐다"며 100여만명의 시민들이 '검찰개혁 촛불문화제'에 참석했다"고 했다. '주최 측 추산'같은 표현조차 없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페이스북에 "국민들의 마음속에 켜진 촛불까지 합치면 1000만일 수도 있고 2000만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썼다.

BTS 콘서트 열린 도쿄돔이 5만인데… - 지난 28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열린 ‘7차 검찰개혁과 사법적폐 청산을 위한 촛불집회’. 주최 측은 이곳에 200만명이 참가했다고 주장했다(위 사진). 아래는 지난해 11월 5만명이 모인 방탄소년단의 도쿄돔 콘서트장.
BTS 콘서트 열린 도쿄돔이 5만인데… - 지난 28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열린 ‘7차 검찰개혁과 사법적폐 청산을 위한 촛불집회’. 주최 측은 이곳에 200만명이 참가했다고 주장했다(위 사진). 아래는 지난해 11월 5만명이 모인 방탄소년단의 도쿄돔 콘서트장. /남강호 기자·BTS 트위터
하지만 200만명이 가능한 숫자일까. 당일 저녁 서초역 일대에서는 2개의 대형 행사가 열려 참가자들이 자동차 도로를 점거했다. 조국 집회와 서초구청이 주최한 '서리풀축제'였다. 경찰에 따르면 조국 집회 참가자는 반포대로상 누에다리~서초역 구간과 서초대로상 서초역~교대역 구간에 모였다. 또 서리풀축제 참가자는 반포대로상 서초역~서초3동 사거리 구간에 모였다.

경찰은 탄핵 정국을 계기로 2017년 1월부터 집회 참가 인원 산정·발표를 중단했다. 과거엔 단위 면적당 수용 가능 인원 기준을 적용해 참가 인원을 추정하는 '페르미 추정법'을 사용했다. 평(약 3.31㎡)당 수용 인원을 '서서 하는 집회'에서는 9명, '앉아서 하는 집회'에서는 5명으로 계산하는 방식이다. 조국 집회의 경우 대검찰청 주변 참가자는 앉아 있었고, 외곽 참가자는 서 있었다. 반포대로와 서초대로는 차도와 인도, 가로수, 화단 등을 모두 포함한 폭이 약 40m로 비슷하다.

28일 저녁 서초동 군중 운집 상황

'전원 기립(起立)' 기준으로 페르미 추정법을 적용하면 조국 집회 참가자 수는 최대 13만명 정도다. 이것도 화단과 가로수 등에 모두 사람이 올라갔다는 가정하에서다. 인터넷에선 "집회 참가자 전원이 인당 14명씩을 등에 업고 바닥에 서면 200만명이 가능하다" 등의 조롱이 나왔다.

조국 집회 주최 측과 친문 진영은 "서리풀축제 구역에도 조 장관 지지자들이 많았다"고 주장한다. 조국 집회 구역은 물론 서리풀축제 구역까지 모두 조국 집회 지지자로만 가득 차 있었다고 가정할 경우 가능한 최대 집회 인원은 23만명이다. 하지만 당시 현장에선 아이돌 가수와 연예인 등이 출연한 서리풀축제 폐막 공연이 열렸고, 의자에 앉아 무대를 바라보며 축제를 즐기는 시민 사진도 다수 기록으로 남았다. 서초구가 조국 집회와 무관하게 이미 일주일 전부터 해당 도로에 사람이 가득 찰 것을 예상해 밤 11시까지 차량 전면 통제를 걸어놓은 상황이었다.

서초구청장 출신 박성중 국회의원(자유한국당)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녹지대와 가로수를 면적에 포함해도 조국 지지 시위대는 많아야 5만명에 불과하고, 서리풀축제는 7만명으로 추산된다. 100만~200만 시위 인원은 현지를 모르는 무지(無知)에 따른 과장"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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