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세력이 '거리 정치'로 法治 위협

조선일보
입력 2019.09.30 01:35 | 수정 2019.09.30 01:38

文대통령의 검찰압박 공개 메시지, 與원내대표의 집회 선동에
여권인사·지지세력, 검찰청 몰려가 "검찰 개혁 촉구하는 민란"
여당, 유튜브로 생중계… 野 "홍위병 떠올리게 하는 관제데모"

28일 조국 법무부 장관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 서초동 검찰청사 앞에선 친여권이 주도한 초유의 대규모 검찰 규탄 집회가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전·현직 의원, 단체장들과 함께 '정치검찰 물러가라'는 구호를 외치면서 "검찰이 위헌적 쿠데타를 벌이고 있다"고 했다. 정치권의 장외 집회는 통상 제도적 수단이 막힌 야당이 선택하는 저항 수단이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이 검찰을 정면 비판하자 여권 주도로 장외 집회를 열어 법적 절차에 따라 수사 중인 검찰을 노골적으로 압박한 것이다. 법치와 국정은 실종되고 여야 간 극한 장외 대결로 치닫는 모습이다.

집회에 참석한 민주당 인사들은 "(오늘 집회는) 검찰 개혁을 촉구하는 민란(民亂)"(민병두 의원), "조국은 무죄"(정청래 전 의원), "문 대통령 탄핵 사전 예방 집회"(최민희 전 의원)라고 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지역 강연에서 "(검찰이) 총과 칼은 안 들었지만 위헌적인 쿠데타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9월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중앙지검 앞에서 열린 검찰 개혁 촛불 문화제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9월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중앙지검 앞에서 열린 검찰 개혁 촛불 문화제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여권은 두 달 전만 해도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이만한 사람 또 없다"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하는 유일한 검사"라며 두둔했었다. 문 대통령이 "살아있는 권력도 수사하라"고 했지만, 실제 조 장관을 수사하자 태도가 돌변한 것이다. 여권 인사들은 이날 집회를 '촛불혁명 시즌2'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촛불 집회 하루 전인 27일 특별발표 형식으로 "절제된 검찰권 행사가 중요하다"며 검찰을 향해 경고성 메시지를 날렸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26일 "주말 10만명 이상이 촛불을 들고 서초동으로 향한다고 한다"고 했다. 대통령이 깃발을 들고 여당이 참여를 독려하자 지지층이 대거 결집한 모양새다.

집회 규모를 놓고 여당은 "100만~200만이 모였다"고 했지만 야당은 "기껏해야 5만명"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은 당 공식 유튜브 채널로 집회 장면을 생중계했다. 또 "다음 서초동 집회(10월 5일)에서 더 많은 촛불이 타오를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에 대해 야당은 "중국 문화혁명 때 홍위병을 떠올리게 하는 친위 관제 데모"라고 비판했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은 "헌정의 근간인 법치주의를 파괴하는 행위"라며 "문 대통령이 '문위병'의 나라를 만들고 있다"고 했다. 야당은 주말 동안 전국 8곳에서 조국 규탄 집회를 가진 데 이어 10월 3일 서울 광화문에서 '100만명이 모이는 대규모 집회를 열겠다'고 했다. 여야가 대규모 장외 집회로 정면 충돌하면서, 국정은 실종된 채 온 나라가 '조국 찬반'으로 양분되는 상황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29일 자기 명의 입장문을 통해 "검찰 개혁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검찰 개혁에 반대할 생각이 없으며, 조 장관 수사는 해오던 대로 진행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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