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이 국민을 두 동강 내 거리 패싸움으로 내모나

조선일보
입력 2019.09.30 03:20

28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조국 법무장관 일가를 수사 중인 검찰에 항의하는 집회가 열렸다. 집회 참가자들은 조 장관과 아내, 자녀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부인하면서 검찰 수사를 강하게 비난했다. 대통령 지지층이 주축인 참가자들은 "문재인을 지켜내자"는 구호도 외쳤다. 대통령과 조 장관의 운명을 동일시하고 있는 것이다. 주최 측은 참석 인원을 처음 10만명이라고 주장했다가 이후 50만명, 150만명이라고 늘려 잡았다. 한참 부풀려진 수치이긴 하지만 대통령 응원단이 이 정도 규모로 뭉친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촉구 촛불 집회 이후 처음일 것이다.

이들을 거리로 불러낸 것은 대통령과 여당이었다. 대통령이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된 사람을 검찰의 인사권과 수사지휘권을 쥔 법무장관에 임명한 것은 검찰 수사를 중단하라는 암묵적인 지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조 장관 본인에 대해 압수 수색을 실시하자 대통령은 "검찰권 행사를 절제하라"고 공개 경고했다. 대통령 충견 역할에 충실하지 않는 검찰에 대한 불만 표시다. 지지층엔 그런 검찰을 압박하라고 지령을 내린 것이나 마찬가지다. 집권당 원내대표는 "주말 10만명 이상이 촛불을 들고 서초동으로 향할 것"이라고 선동했고 집회에 참석한 집권당 의원들은 "백만 촛불이 일으킨 민란이 정치 검찰을 제압한다"고 했다. 대통령이 두 달 전 임명한 검찰총장이 "우리 식구도 차별 없이 수사하라"는 대통령 지시에 따라 진행하고 있는 수사가 대통령 마음에 안 든다고 이제 와서 민란으로 뒤엎겠다는 것이다. 이런 희극이 어디 있나.

집권 세력이 거리로 동원한 지지층 머릿수로 사법 절차의 정당성이 가려지는 것처럼 분위기를 몰아가고 있다. 이러니 야당도 10월 3일 광화문에 100만명이 모여서 대통령 퇴진을 외치겠다고 예고하고 있다. 여야 정당이 여의도 광장으로 지지자들을 버스로 실어 나르던 30년 전 선거판으로 나라가 뒷걸음치고 있다. 이것 역시 대통령과 집권 세력이 자초한 일이다.

장관 한 명 임명 문제를 놓고 나라가 두 달째 난장판이다. 파렴치한 행각과 거짓말로 국민을 화나게 한 조 장관의 임명을 대통령이 거둬들였으면 진작에 끝났을 일이다. 조국이 아니면 검찰 개혁이 안 되는 것처럼 변명하지만 검찰 개혁 법안은 이미 국회로 넘어가 있다. 조 장관이 임명되나 안 되나 아무 상관이 없다. 반칙과 특혜의 상징인 조국이 정의 실현을 책임져야 할 법무부 장관 자리에 앉아 있으면 대통령이 개혁을 말해도 국민은 오히려 콧방귀를 뀔 것이다. 조국 한 사람을 지키겠다는 대통령의 아집이 5000만 국민을 두 동강 내 거리 패싸움을 하게 만들고 대한민국의 국정 전체를 마비시키고 있다. 정말 이래도 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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