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노인 늘고 노후빈곤 겹쳐… 고독사, 6년새 2배로

조선일보
입력 2019.09.27 03:43

작년 2447명, 60대 이상이 60%… 10명 중 7명은 기초생활수급자
437명은 死因조차 알 수 없어… 정부는 '무연고 사망' 사실상 방치
전문가 "복지혜택 늘리는 것보다 사각지대 발굴에 집중해야"

연간 무연고 사망자 증가 추이 그래프

지난해 3월 부산의 한 여관에 투숙하던 52세 남성이 숨져 있는 것을 관리인이 발견했다. 이후 조사에서 '이 남성은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해 아사(餓死)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결론이 나왔다. 작년 1월에는 강원도의 한 주차장에서 66세 남성이 동사(凍死)했다. 당일 최저 기온은 영하 20도 밑이었다. 그 한 달 뒤 경기도의 한 야산에서는 33세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정확한 사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홀로 죽음을 맞이하거나, 시신을 인수해 장례를 치러줄 가족·친지도 없는 무연고 사망자가 늘어나고 있다. 26일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이 국회 김승희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무연고 사망자는 2447명으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437명이 늘어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2년 이후 가장 크게 늘었다. 무연고 사망자는 2012년 첫 집계에서는 1021명이었는데 6년 만에 2.4배 수준까지 늘어난 것이다. 정부는 '포용 국가'를 만들고 생애 주기별로 복지를 확충한다고 하는데 사회안전망의 가장 밑바닥에서 쓸쓸한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무연고 사망자 437명은 사인조차 몰라

연간 무연고 사망자 수는 2012년 이후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60대 이상이 1457명으로 60%를 차지하지만, 50대 비율도 매년 20%가 넘는다. 지난해는 565명이었는데 전년(460명)보다 100명 이상 늘었다. 지난해 무연고 사망자 10명 중 7명은 기초생활수급자였다. 남성이 여성보다 3배쯤 많다. 작년 12월 서울시의 한 지하철역에서 숨진 채 발견된 54세 남성의 경우 정확한 사인이 확인되지 않았다. 이렇게 사인이 밝혀지지 않은 무연고 사망자가 437명이다. 이름이나 나이 등 정확한 신원이 확인되지 않는 경우도 152명이나 된다.

정부는 무연고 사망자 현황 파악도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로 이 문제를 방치하다시피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4월 국회에 "지난해 무연고 사망자가 2279명이었다"고 보고했지만, 다음 달 국정감사를 앞두고 "다시 파악해보니 지난해 무연고 사망자가 2447명"이라고 정정했다. 김승희 의원은 "이런 식으로 무연고 사망자 수조차 파악하지 못하면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겠다'는 정부의 약속을 신뢰하기 어렵게 될 것"이라고 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교수는 "독일에서는 지자체별로 노숙인 등 취약 계층을 개별 관리하면서 한파 등 위험 상황이 생기면 찾아서 보호하는 제도를 두고 있다"며 "이처럼 어느 누구도 '외로운 죽음'을 맞이하지 않도록 보호하려고 노력하는 게 선진국의 모습"이라고 했다.

독거 노인 늘고, 경제 악화 등 영향

독거 노인 증가 등 사회적 요인, 노후 파산 등 경제적인 요인이 겹치면서 무연고 사망자가 늘어나는 상황은 계속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통계청에 따르면 독거 노인 비율(전체 노인 중 홀로 사는 노인 비율)이 2015년 18.4%에서 지난해 19.4%로 높아지면서 같은 기간 혼자 사는 노인이 120만명에서 143만명까지 늘었다.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 2016년 기준 46.5%에 달한다. 노인의 절반이 중위 소득(소득 순으로 나열했을 때 한가운데 소득)의 50% 이하 소득으로 살아간다는 뜻이다.

윤석명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무연고 사망이 증가한다는 것은 기존 복지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제대로 도움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의미"라며 "이런 사람을 발굴해 돕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기존 복지 제도의 혜택을 늘리는 것보다 우선시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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