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입니다" "특수부OOO입니다"...장관 전화에 '관등성명' 댄 압수수색 검사

입력 2019.09.26 22:11

26일 국회 본회의 대정부 질문을 마친 조국 법무장관이 국회를 나서고 있다./조선DB
26일 국회 본회의 대정부 질문을 마친 조국 법무장관이 국회를 나서고 있다./조선DB
"장관입니다."
"특수부 OOO입니다."

지난 23일 오전 검찰이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은 압수 수색 영장을 집행하던 서울 서초구 방배동 조국 법무 장관의 아파트. 조 장관 부인 정경심(57)씨의 휴대폰을 건네 받은 압수수색팀장은 반사적으로 ‘관등성명’을 대며 소속을 밝혔다.

2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조 장관이 자택 압수수색 당시 현장에 있던 검사와 통화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검찰과 법무부의 설명을 종합하면 당일 조 장관 자택 상황은 이렇다. 조 장관이 법무부 과천정부청사로 집을 나선 지 20여 분 뒤인 오전 9시쯤 서울중앙지검의 압수수색팀이 조 장관 자택에 도착했다. 현장 지휘를 맡은 서울중앙지검 A 부부장검사는 검사와 수사관 5~6명을 대동하고 조 장관 부인 정씨에게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했다. 변호인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려 달라는 정씨의 부탁에 수사팀은 잠시 대기했다. 사상 초유의 현직 법무장관 주거지 압수수색인데다,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원칙적으로 허용되는 것이다.

정씨가 전화를 걸어 통화하더니 압수수색팀장인 A 부부장검사에게 전화기를 건넸다. 전화기 건너편에서 들려온 첫 마디는 "장관입니다"였다. 검찰 사무 최고감독자인 법무 장관의 전화에 팀장은 반사적으로 "특수부 OOO입니다"라고 소속을 밝혔다.

이후 이어지는 대화에서 조 장관이 "처(妻)가 몸이 좋지 않고 아들과 딸이 집에 있으니 신속하게 압수 수색을 진행해 달라"는 취지의 말을 수 차례 반복하자, 팀장은 "절차에 따라 신속하게 집행하겠다"는 원론적인 응대를 거듭할 수밖에 없었다.

법무부는 "정씨가 충격으로 쓰러져 119까지 부르려던 상황이었다"면서 "(장관은) 건강이 너무 염려되는 상태여서 남편으로서 말한 것이 전부"라고 대화내용을 부연했다. 또 "압수수색을 방해하려는 취지의 언급을 하거나 관련 수사에 어떠한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도 없다"고도 했다. 수사팀은 그러나 이 통화가 ‘굉장히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현장 판단으로는 압수수색 집행을 일시 중단하고 구급차를 불러야 할 정도로 정씨가 위중해 보이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조 장관의 대화가 불법 행위에 가까울 정도로 부적절했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 부장검사는 "수사에 영향력을 미치려고 했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고 했다. 지방의 한 검찰 간부는 "통화 내용이 시작부터 상하 관계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것 아니냐"며 "장관의 말이 ‘부탁’인지 ‘지시’인지 반사적으로 혼동이 왔을 것"이라고 했다. 검사 출신 변호사는 "심각하게 부적절하다, 아무리 검찰 지휘권을 갖는 장관이라지만 그건 검찰총장에 국한된 것"이라며 "수사팀이 아니라 윤석열 검찰총장에게도 같은 내용으로 전화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현행법 위반이어서 ‘탄핵’감이라는 말도 나온다. 사건에 대한 지휘 범위를 넘어서서 검찰청법 위반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직권남용죄에 해당한다는 분석도 있다. 검사에 대한 일반적 지휘·감독권을 갖는 장관의 권한을 남용해 검찰의 압수수색 집행 업무를 방해한 것이라는 취지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검찰로서도 많은 부담을 안고 진행하는 수사에서 압수수색이 정상 집행되지 않았을 리 없고 결국 직권남용죄로 처벌하기 위한 업무방해는 이뤄지지 않았을 걸로 본다"면서도 "피의자가 되레 갑질을 한 형국이어서 놀라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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