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취중잡담] 아버지 사업 실패로 파산, 14만개 판매 반전의 성공 가져다준 아이템

입력 2019.09.26 06:00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젊은 세대가 스타트업 창업에 뛰어 들며 한국 경제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성장을 돕기 위해 스타트업 CEO 인터뷰 시리즈 ‘스타트업 취중잡담’을 게재합니다. 솔직한 속내를 들을 수 있게 취중진담 형식으로 인터뷰했습니다. 그들의 성장기와 고민을 통해 한국 경제 미래를 함께 탐색해 보시죠.

1997년 외환 위기로 아버지 사업이 망했다. 집이 경매에 넘어가 거리로 나앉았고, 아버지는 중풍으로 쓰러졌다. 아들은 사업 실패가 당사자와 가족에게 얼마나 큰 고통과 상처를 주는지 몸소 체험했다. ‘내 사업’은 평생 없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20년 뒤 아들은 창업을 결심했다. 에어프라이어(기름없이 고온의 공기로 튀김요리를 할 수 있는 기계) 전용 용기를 내놔, 출시 5개월 만에 14만개 넘게 팔았다. 안준기(38) 발상코퍼레이션 대표는 말했다. "진짜 하고 싶은 내 일이 있는데 하지 않으면 마흔 넘어 크게 후회할 것 같았어요."

◇"창업 안 하면 마흔 넘어 후회할 것 같았다"

아버지가 운영했던 금형(金型) 사업체가 도산하면서 집은 경매로 넘어갔다. 안 대표는 친구 집을 전전하며 고등학교를 다녔다. "사업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어린 나이에 깨달았어요."

대학 졸업 후 중소형 쇼핑 회사에 들어가 14년을 일했다. 그 사이 결혼을 했고 아이도 둘 뒀다. 생활은 안정적이었고 회사에선 승승장구했다. 과장으로 입사해 부사장까지 올랐다. 네이버 밴드 등에 제품 판매망을 구축하면서 회사 매출을 연 100억원에서 470억원으로 끌어올렸다.


안준기 발상코퍼레이션 대표 / 큐텐츠컴퍼니
안준기 발상코퍼레이션 대표 / 큐텐츠컴퍼니
그런데 늘 한 가지 아쉬움으로 마음 한 켠이 허전했다. '세상에 없던 내 제품을 직접 만들어 팔고 싶다'는 꿈이 떠나지 않는 것이다. 주변에선 '유통 업계에서 충분히 잔뼈가 굵었고 네트워크도 풍부하니 빨리 창업하라'는 조언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쉽게 결심이 서지 않았다. 어려서 본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나 컸다. "길고 긴 고민 끝에 결국엔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마흔 되기 전에 창업을 하지 않으면 나중엔 크게 후회할 것 같아서요. 꿈에 다가가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작년 12월 회사를 나와 ‘발상코퍼레이션’을 차렸다. 일상에 꼭 필요한 아이디어 제품을 전문적으로 개발하겠다는 의미로 '발상'이란 이름을 붙였다.


에어프라이팟에 치킨을 담아 조리하는 모습 / 발상코퍼레이션
에어프라이팟에 치킨을 담아 조리하는 모습 / 발상코퍼레이션
◇세척 어려운 에어프라이어 불편 해결

첫 아이템은 에어프라이어 전용 실리콘 용기인 ‘에어프라이팟’이다. 창업 4개월만인 지난 4월 첫 출시했다.

기름없이 고온의 공기로 튀김요리를 할 수 있는 기계인 에어프라이어는 사용 후 세척이 불편한 게 가장 큰 단점이다. 전용 실리콘 용기에 음식을 담아 조리하면 부스러기와 기름이 에어프라이어에 묻지 않는다. 전용 용기만 세척하면 된다. 실리콘 재질과 바닥의 돌기가 조리를 돕는다. 에어프라이어 용량 별로 크기를 선택할 수 있다.

4월 처음 나와 출시 5개월 만에 14만개가 팔렸다. 주로 온라인(http://bit.ly/2lfTJ7X)으로 판매한다. "자금 사정이 넉넉하지 않아 제품 홍보를 많이 하지 못했는데, 직접 사용한 주부님들이 입소문을 많이 내주셨어요. 맘카페와 소셜미디어에 에어프라이팟 후기가 여럿 올라오면서 저절로 홍보가 됐습니다."

◇미국·호주 수출 성공

안 대표의 에어프라이팟 개발은 집요한 관찰의 결과물이다. "사람들은 무언가 형상화 시켜주기 전까지 그것이 필요한 줄 모릅니다. '이게 불편하지 않았어?' 얘기하는 순간 깨닫는 거죠. 이렇게 깨닫지 못했던 일상 속 불편을 찾아 해소해주는 게 제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에어프라이어 같은 경우도 세척이 불편하다는 느낌만 있었지 적극적으로 해결해 보겠다는 사람은 없었어요. 그 불편을 파고 들었더니 좋은 제품이 나왔습니다."


안준기 대표가 자동차 히터 직풍을 막아주는 자사 개발품 무풍가드의 사용법을 설명하고 있다. / 큐텐츠컴퍼니
안준기 대표가 자동차 히터 직풍을 막아주는 자사 개발품 무풍가드의 사용법을 설명하고 있다. / 큐텐츠컴퍼니
첫 아이템부터 성공하면서 월 3억원의 안정적인 매출 구조가 만들어졌다. 미국과 호주로 수출도 한다. "창업하고서 집에 돈 한 푼 가져가지 못하다가 두 달 전부터 월급이라는 걸 받고 있습니다. 창업 초기 무리해서 대출 받아야 하나 걱정했던 것을 생각하면 호사죠."

◇‘안카메라’ 개발해 몇 년치 연봉 벌어

안 대표는 10여년 전 크게 유행했던 컴퓨터 화면 캡처 프로그램 ‘안카메라’ 를 컴퓨터 프로그래머인 친형과 함께 개발한 이력이 있다. 컴퓨터 화면 일부만 간편하게 캡처할 수 있는 방식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프로그램을 무료로 배포하면서, 배너 광고를 실어 수익을 냈다.

프로그램 인기를 보고 여러 IT업체에서 인수 제의가 왔다. "가장 큰 액수를 제안한 파일공유 업체에게 프로그램을 넘겼어요. 계약 조항에 따라 구체적인 액수를 밝히긴 어렵지만, 형제가 각각 몇 년치 연봉을 한 번에 벌었습니다. 이때 성공 경험이 지금 사업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직원들과 회의 중인 안준기(오른쪽 둘째) 대표 / 발상코퍼레이션
직원들과 회의 중인 안준기(오른쪽 둘째) 대표 / 발상코퍼레이션
◇‘발상’ 좋은 회사가 꿈

안 대표는 "이제 한 발자국 운 좋게 내딛은 것"이라 했다. "성공으로 가는 계단은 끝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에어프라이팟은 이제 한 계단 밟은 것에 불과합니다. 다행히 첫번째 계단은 무너지지 않고 잘 디뎠어요. 그 덕에 어디로 가야 할지 초반 방향 설정이 잘 된 것 같습니다. 차근차근 탄탄하게 남은 계단도 잘 밟아 가겠습니다."

-회사 장기 비전이 있다면요.
"단순히 돈 되는 제품을 만드는 데 그치고 싶지 않아요. 우리 일상을 좀 더 편하게 만들어줄 창의적인 상품을 만들고 싶어요. 시장 상황에 타협해서 포기하는 아이템이 적지 않아요. '발상'이란 회사 이름답게 아이디어가 번뜩이는 제품을 많이 내놓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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