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도 법의 무서움 깨달아야"... ‘수원노래방 집단폭행 사건’에 다시 불붙은 '촉법소년' 논란

입력 2019.09.25 14:35

‘수원 집단폭행’ 가해자 7명, 만 14세 미만 ‘촉법소년’
형사처벌 불가능…보호관찰 처분받을 듯
"촉법소년 기준 연령 낮춰야" 목소리 커져
靑 "법 개정 추진"…국민청원 20만명 또 넘어 4번째 답변해야

경기도 수원시의 한 노래방에 여중생 A(13)양 등 가해 학생 7명이 여자 초등학생 B(12)양을 폭행한 ‘수원 노래방 집단폭행’ 사건의 파장이 커지면서 14세 미만 청소년을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촉법소년’으로 규정한 현행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논란이 다시 일고 있다. 앞서 만 13세인 여중생들이 얼굴에 상처를 입고 피를 흘리는 초등학생을 수차례 구타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소셜미디어에 공개돼 공분을 샀다.

경찰에 검거된 A양 등 가해 학생 7명은 모두 2006년 생으로 만 13세다. 이들은 형법상 만 10세 이상 만 14세 미만인 촉법소년(觸法少年)에 해당해 형사 처벌을 받지 않는다. 최근 촉법소년의 범죄가 갈수록 흉포화되는 상황이어서 만 14세 미만 학생들도 형사처벌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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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중 처벌해 법의 무서움 깨달아야" VS "청소년 범죄는 처벌보다 예방" 찬반 팽팽
25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06년생 집단폭행 엄벌해달라’는 내용의 청원에 22만여 명이 동의했다. 동의 인원이 20만명이 넘으면 정부는 청원 종료일부터 한 달 내에 공식 답변을 내놔야 한다.

청원인은 게시글에서 "이 학생들을 필히 엄중 처벌해 법의 무서움을 깨우치게 해 달라"며 "본인으로 인해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어지는지, 또 폭행당한 피해 여학생의 인권을 몰락시킨 것에 대해서도 깨우치게 해야 한다"고 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SNS)에서도 소년법 개정과 관련해 찬반 여론이 뜨겁다. 대부분 "어리다고 범죄를 봐주면 안 된다" "처벌이 가볍다는 점을 악용해 범죄를 저지르는 것" "가해자에게 관대한 나라" 등 촉법소년 기준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반면 "청소년 범죄를 성인 범죄와 똑같이 볼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어른들의 따뜻한 말 한마디와 보호가 절실한 나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전문가 의견도 엇갈린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촉법소년 연령 기준은 1953년에 만들어진 이후 60년 넘도록 바뀌지 않았다"며 "청소년 범죄지능이 과거보다 높아졌다는 점에서 연령 기준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촉법소년이라 어차피 처벌 안 받으니 빨리 끝냅시다’라고 경찰에 당당하게 얘기하는 애들도 있다"며 "사회적 해악을 저지르면 불이익이 온다는 명확한 경각심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처벌을 강화하거나 형량을 늘리는 것보다 어떻게 청소년 범죄를 예방할지가 더 중요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촉법소년 기준 연령 하향이 청소년 범죄율을 낮추는데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대륙법계를 대표하는 독일과 일본도 촉법소년 연령을 만 14세로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소년법은 국가가 부모의 역할을 한다는 국친(國親) 사상을 바탕으로 하는 만큼, 청소년이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여건과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했다.

/유튜브 캡처
/유튜브 캡처
◇정부, " 만 13세 미만으로 法 개정 추진"…4번째 청원 답변은?
촉법소년 기준 연령 하향을 둘러싼 논의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갈수록 흉포해지는 청소년 범죄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정부는 2017년 12월 ‘학교 안팎 청소년 폭력 예방 대책'을 발표하면서 형사 미성년자 연령을 현행 14세 미만에서 13세 미만으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지만, 관련법 개정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 형사 미성년자의 강력 범죄를 계기로 소년법 폐지나 개정을 요청한 국민청원이 청와대의 답변을 듣게 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벌써 4번째다.

2017년 9월 올라와 참여인원 20만명을 넘긴 ‘청소년이란 이유로 보호법을 악용하는 잔인무도한 청소년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는 제목의 청원은 현재 법무부 장관인 당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으로부터 국민청원 ‘1호 답변’을 받았다. 당시 조 수석은 "만 14세 청소년 중에는 성숙하지 않은 인격을 가진 학생도 많아 연령만을 기준으로 소년법 개정을 논하기 어렵다"며 "(소년 범죄는) 형벌 강화보다 예방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답했다.

관련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지난해 8월에도 ‘관악산 고교생 집단 폭행 사건’이 발생하자 비슷한 내용의 청원이 올라왔다. 당시 답변자로 나섰던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형사 미성년자 14세 기준은 1953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기존 14세 미만에서 13세 미만으로 낮추는 것을 범정부 차원에서 논의했다"며 "관련 법 개정에 적극적으로 협력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지난해 11월에도 한 여중생을 남학생 2명이 성폭행을 한 ‘인천 여중생 사망 사건’을 계기로 형사 미성년자 처벌을 강화해달라는 청원이 20만명을 넘어, 청와대의 세 번째 답변이 나왔다. 당시에도 "법개정을 추진 중이고, 시간이 걸린다"는 답변을 내놨다.

노영희 변호사는 "청소년 범죄가 최근 심각하다는 점에서 연령 기준을 만 13세로 개정할 필요성이 있다"며 "재판부가 촉법소년에게 내리는 보호처분도 초범일 경우 부모에게 돌려보내는 정도의 약한 처벌이라, 좀 더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정부도 선도시스템을 개선하는 등 청소년 범죄 교육·관리 방법을 다듬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경기 수원서부경찰서는 지난 23일 폭행 혐의로 중학생 A양 등 7명을 검거해 소년분류심사원에 신병을 인계했다. 소년분류심사원은 가해자가 재판을 받기 전 임시로 머무는 곳이다. 촉법소년이 저지른 범죄는 형사사건이 아닌 소년보호사건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촉법소년은 형사처벌이 불가능하다"며 "재판부가 보호관찰이나 봉사활동 처분 등을 내릴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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