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 우는 장애학생, 학폭 피해 4년새 5배

조선일보
입력 2019.09.23 03:00

교육부 조사결과 작년 677명 달해… 초등학교선 피해 8배 넘게 늘어
가해학생 처벌, 사과 1008건 최다… 전학 197건… 퇴학은 21건 그쳐

학교 폭력 피해 장애인
지난해 충북 청주의 한 중학교에 다니는 청각장애 학생이 같은 학교 학생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했다. 당시 열린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 문건에 따르면 6명의 학생이 폭행하는 동안 주변에선 아무도 말리지 않았다. 폭행 이후에도 따돌림은 계속돼 1년이 지난 이달 초에도 3~4명의 학생이 실내화를 빼앗고 괴롭혔다. 피해 학생의 부모는 "아이가 극단적인 생각을 할 만큼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학교에 수시로 도움을 요청했지만, 가해 학생 탓만 하고 있어 부모로서 피가 거꾸로 솟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아픈 아이들을 괴롭히는 장애 학생에 대한 학교 폭력이 늘어나는 추세다.

22일 교육부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도자 의원에게 제출한 '일반 학교 내 장애학생 대상 학교 폭력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학교 폭력을 당한 장애인 학생 수는 677명으로 집계됐다. 4년 전인 2014년(147명)의 4.6배에 달한다. 이번 조사는 각 학교 학폭위에서 열린 심의를 기준으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집계한 것으로, 장애 학생이 피해자인 경우만 별도로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장애 학생 75.5%가 일반 학교 재학 중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특수교육 대상 8만1055명 가운데 75.5%(6만1216명)가 특수학교가 아니라 일반 학교에 다닌다. 5년간 집계된 피해 학생은 초등학교 443명, 중학교 866명, 고등학교 605명이다.

특히 초등학교 교실에서 벌어지는 장애 학생에 대한 학교 폭력이 4년 전에 비해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피해 학생 수가 2014년 21명에서 지난해 173명으로 8배 넘게 늘었다. 폭력 수준도 중·고교 못지않게 심각하다. 2017년 강원도 철원의 한 초등학교에선 뇌병변을 앓고 있는 9세 장애 학생이 5개월간 같은 반 친구들에게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했다. 신체와 관련된 모욕적인 발언을 하고, 축구공으로 때려서 온몸에 멍이 들게 했다. 피해 학생은 정신적 스트레스로 자해 행동을 하는 등 1개월 이상의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지난 2015년에는 서울 강남의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3학년 발달 장애 학생이 집단 폭행을 당해 온몸에 피멍이 든 사진이 공개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지역별로는 경기도(305명)가 피해 장애 학생이 가장 많았고 이어 서울(222명), 경북(195명), 경남(176명), 전북(152명), 부산(131명) 순서로 나타났다.

학폭 피해 장애 학생 보호 강화해야

가해 학생에 대한 처벌은 전체 3698건 중 서면 사과가 1008건(27.3%)으로 가장 많았다. 접촉 금지(723건), 교내 봉사(604건) 특별교육(501건) 등의 순이었다. 강도 높은 조치인 퇴학과 전학 처분은 각각 21건, 197건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장애 학생이 일반 학생에 비해 피해 사실 주장이 어렵고, 학교 폭력으로 인한 후유증도 큰 만큼 이들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현행 학교폭력예방법에서는 장애 학생과 관련해 학폭위에서 보다 적극적인 보호 조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장애 전문가의 상담과 전문 치료 기관의 요양 조치를 학교장에게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구체성과 강제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원용연 교육부 학교생활문화과장은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장애'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교육을 강화하는 등 관련 정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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