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2030 정치클럽' 30만명 "정치인은 우릴 두려워한다… 弱者 아니란걸 보여줬기에"

조선일보
  • 뉴욕·워싱턴DC·보스턴=김홍균 탐험대원
  • 취재 동행=정상혁 기자
    입력 2019.09.21 03:00

    [청년 미래탐험대 100] [37] 미국의 청년정치 현장… 정치참여에 관심많은 22세 김홍균씨

    자발적 '청년 정치' 조직들, 방학때마다 선거유세 나서
    정당 지원 거부, 후원금으로 운영… 재정적 독립이 의사 표현하는 힘
    "한국 20代들 기성 정치인의 지시·강요받는 존재되면 안돼… 정치 참여자라는 걸 각인시켜야"

    목재 회사를 운영하는 모건 저거스는 지난해 공화당 소속으로 뉴욕주(州) 의원 선거에 출마했다. 득표율 43%를 올렸지만 아깝게 떨어졌다. "출마할 때는 대학생이었어요. 선거 자금 중 일부분은 나무판자에 성조기를 그려 팔아서 모았죠, 하하." 지난달 뉴욕에서 만난 저거스의 나이는 스물둘로 내 또래다.

    젊은이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풀뿌리 정치 모임 '뉴욕 청년공화당(NYYRC)'은 지난 4월 뉴욕주 공화당위원장 닉 랭워시 지지 캠페인을 벌였다. 청년들의 지지는 랭워시 승리에 마중물 역할을 했다. NYYRC 멤버 7명을 만났는데 이들은 모두 다른 일을 하면서도 짬 내서 정치 활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사람들은 청년이 국가의 미래라고 말한다. 하지만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하는 정치에 우리가 발을 들이려고 하면 '벽'에 가로막히는 기분이 든다. 정치 이야기를 꺼내면 '진지충'(지나치게 진지한 사람) 취급을 받기 일쑤다. 운동권이라고 낙인찍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한국에서 왜 정치는 꼭 정치꾼 어르신들만의 전유물이어야 할까. 한 정당 청년대변인으로 활동 중인 나는 이런 답답한 마음을 안고 지난달 말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워싱턴DC·뉴욕·보스턴에서 뛰고 있는 미국의 젊은 정치인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정당 지원금 '노'… "자유로워야 강하다"

    미국에서 만난 젊은이들은 적극적으로 정치 조직을 만들고 이 조직을 통해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대학이나 동네를 가리지 않는다. 뉴욕에서 만난 컬럼비아대 민주당 운영위원장 네이더 조하이어(20)는 자발적 청년 정치 조직이 필요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 멤버 100여 명은 매년 방학 때마다 선거 유세에 나서지. 중요한 건 우리 동아리가 정당이 아닌 학교로부터 예산 지원을 받는다는 점이야. 그래야 자유로운 목소리를 낼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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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이들의 정치 조직인 뉴욕청년공화당(NYYRC)은 공화당이 아닌 학교로부터 예산 지원을 받고 스스로 후원금을 모은다. 그래야 자유로운 목소리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은 탐험 대원 김홍균(맨 오른쪽)씨가 지난달 멤버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정상혁 기자

    미국에선 대학생 약 30만명이 이런 자발적 조직에 속해 정치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올해 창립 109년을 맞은 NYYRC 역시 공화당으로부터 한 푼도 받지 않는다. 개빈 왁스(25) NYYRC 회장은 "우리 뜻대로 활동하려면 재정 독립은 필수"라고 했다. 이들의 주요 재원은 후원금이다. 지난 5~6월 후원금은 1만달러(약 1200만원) 수준이란다. 재정적 독립은 '묻지마 몰표' 문화를 타파하는 힘이라고 이들을 말했다. 아메리카대 공화당 지부 임원으로 일한 앤드루 맥러프린(23)은 "우리는 공화당 모임이지만 지난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에 반대하겠다는 이가 더 많았다. 그래서 우리는 트럼프 반대 성명을 발표해버렸다"고 말했다.

    ◇"그들이 우리를 겁내게 하라"

    미국 민주당 매사추세츠주 사무실엔 ‘한 사람이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 모든 사람이 이를 위해 애써야 한다’는 케네디 전 대통령의 글귀가 적혀 있다.
    미국 민주당 매사추세츠주 사무실엔 ‘한 사람이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 모든 사람이 이를 위해 애써야 한다’는 케네디 전 대통령의 글귀가 적혀 있다. /정상혁 기자

    취업 같은 '내 앞의 일'에 몰두 중인 한국 청년들과 달리 수많은 미국 청년은 정치 현장으로 깊숙이 들어가 있는 듯했다. 지난해 미 하원 선거 때 컬럼비아대 민주당 지부는 펜실베이니아주 후보 수전 와일드 지원을 선포한 후 지역구로 출동했다. 닷새 동안 이들은 수천 가구를 찾아가 문을 두드렸다. 조하이어 위원장은 "우리는 마지막 날까지 최후의 압박을 멈추지 않았다. 우리 노력이 그를 당선시킨 큰 힘이었다고 믿는다"고 했다.

    미국에서 만난 청년 정치인들은 무엇보다 어린 나이라고 약자(弱者) 취급을 받으려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좀 의외였다. '86세대'가 여전히 장악 중인 한국의 정치 생태계에서 청년은 약하고 힘들어하는 존재라는 이미지가 형성돼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청년 실업, N포 세대, 흙수저 같은 단어들에는 우리 20대가 피해자이고 어딘지 모르게 챙겨줘야 할 집단이란 설정이 깔렸지 않던가. 미국 청년들은 이런 약자 코스프레로는 청년 목소리를 관철하기 어렵다고 조언했다. NYYRC 존 두셋(32) 행사 기획 담당은 말했다. "약자나 희생자, 그거 아니지. 희생자보다는 '승자의 자리를 노리는 자'란 대접을 받으려 애쓰고 있어. 아무것도 안 하면서 '우리는 희생자다'라고 자꾸 우기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 옆에서 버라 부위원장이 거든다. "기존 정치인들이 청년에게 '○○을 하라'고 지시하게 해서는 안 돼. '우리(청년) 표를 얻고 싶은가. 그렇다면 아주 많은 노력을 하라!' 우리가 정치 참여자라는 걸 그들에게 확실히 각인시켜야 우리를 겁내게 할 힘이 생겨."

    [미탐100 다녀왔습니다]

    청년 목소리가 무시당하지 않게 한 발 더 뛰겠습니다

    개인과 공동체 사이의 갈등과 조화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정치라고 믿습니다. 한반도정책컨센서스라는 청년 비영리 기구에서 1년간 기획과 홍보를 담당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청년 주도 민초민주주의의 실현이 얼마나 어려운지 느꼈습니다.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 기성세대를 만나 간신히 후원을 성사시켰지만, 독립성이 위태로워졌습니다. 우리가 만들어낸 결과물 역시 기성세대와의 적극적인 상호 작용이라기보다 일방적인 몸부림이란 한계를 느꼈습니다.

    청년들이 활발히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미국을 찾았습니다. 미국 기성 세대는 청년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노력 중이었고 청년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관철하려 발로 뛰고 있었습니다. 공동체 일원이자 푸르러야 할 '청년'으로서 당장 제 주변의 친구들과 함께 한 걸음씩 나아가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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