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판 '검사와의 대화'..."일도 많은데 왜 이런 자리까지" 불만도

입력 2019.09.20 19:28 | 수정 2019.09.20 21:50

조 장관, 첫 ‘검사와의 대화’ 엿들어보니...
형사부 검사 고충, 근무 환경 이야기가 대부분
"가족 수사 등 껄끄러운 질문엔 짧게 대답"
檢 내부 "가족 수사 받는데 왜 ‘지금’ 하나" 비판도

조국 법무장관이 취임 11일 만인 20일 처음으로 일선 지방검찰청을 방문, 비공개로 ‘검사와의 대화’를 했다. 일부 검사는 조 장관에게 ‘업무량이 많은데 이런 자리까지 동원해야 하느냐’는 취지의 불만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장관은 이날 "일선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는 검사와 직원들의 목소리를 듣는 게 중요하다"고 했지만, 검찰 내부에선 "각종 의혹을 받고 있는데 이런 행사가 적절한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나왔다.

조국 법무장관이 20일 의정부지검에서 ‘검사와의 대화’를 마치고 나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조국 법무장관이 20일 의정부지검에서 ‘검사와의 대화’를 마치고 나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조 장관은 이날 오전 10시 50분쯤 의정부지검을 방문했다. 점심 전까지는 청사 소회의실에서 의정부지검 소속 수사관 등 일반직 직원 19명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이후 대회의실에서 ‘검사와의 대화’를 가졌다. 점심 도시락을 곁들여 진행된 조 장관의 ‘검사와의 대화’는 오후 12시 15분부터 오후 2시 15분쯤까지 2시간가량 이어졌다고 한다. 당초 예정됐던 오후 1시 30분보다 길어졌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이야기하자며 간부들 없이 평검사 21명만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관계자는 "참석은 검사들 자율에 맡겼고, 사전에 따로 질문을 취합하거나 순서를 정하진 않았다"고 했다. 의정부지검 소속 평검사는 58명이다. 한 평검사는 "자연스럽게 행사 준비가 이뤄진 것으로 안다"면서도 "재판 일정이 있어 애초부터 참석 못할 상황이다보니 대화 시간이나 장소 등은 전혀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법무부에서는 박재억 대변인만 조 장관과 함께 배석했다. 법무부는 "검사들이 대화 비공개를 요청했다"며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통상 장관 방문 때 하는 기념 사진 촬영도 없었다고 한다.

이날 '검사와의 대화'는 안미현(40·사법연수원 41기) 검사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 수사 당시 "검찰 수뇌부의 수사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한 인물이다. 대화 주제는 주로 형사부 검사의 고충. 형사부 검사들이 다른 부서에 비해 업무가 많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고 한다. 그동안 검찰 안팎에서는 이른바 '적폐수사'로 파견 인력이 늘어 일선 지검 형사부 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일부 검사들은 "그러잖아도 일이 많은데 행사까지 참석해야 하느냐"는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검사의 인사 문제나 육아휴직 등에 대한 의견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의정부지검은 상대적으로 검사들의 선호도가 낮지만, '수도권'으로 분류돼 이곳에서 근무하면 다음 2년간은 지방에서 근무해야 한다. 이날 행사에 참석하지 않은 한 검사는 "근무환경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았다고 들었다. 특별히 의미있거나 구체적인 실효성 있는 이야기들은 없었다고 한다"며 "참석자들은 대부분 ‘장관과 직접 대화한다는 의미 외에는 별 게 없었다'는 반응이었다"고 전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 등 검찰개혁 문제에 대한 질문과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조 장관 일가 수사에 대한 질문도 있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조 장관은 "(검찰 수사에 대한 얘기가) 짧게 나왔다"고만 했다. 검사와의 대화를 마친 뒤 조 장관은 기자들에게 "주로 들었고 앞으로 어떻게 조치할 것인지 간략히 말했다"며 "이야기가 점점 많아지는 등 활발한 대화를 해 줘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법무부는 "‘일과 시간에 꼭두각시처럼 준비된 말을 읊게 만든 다음 일장 훈시나 하는 식’의 행사는 아니었다"면서 "언론 비공개는 진솔하고 자유로운 대화와 건의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비판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조 장관의 대학 동기인 임무영 서울고검 검사는 내부 통신망에 "일시, 장소, 참석자, 내용이 모두 공개되지 않고 사전 각본도 있는데 도대체 그런 걸 뭐하러 하는지, 추구하는 바가 뭔지 모르겠다"고 했다. 수도권의 한 부장검사도 "장관이 일선 검사들을 만나 고충을 듣고 격려하는 것은 충분히 할 수 있지만, 일가가 수사를 받고 있는 '지금' 해야 하는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서울중앙지검 한 검사는 "수사를 받아야 할 장관이 아무일 없는 듯 저러고 다니니까 참 당혹스럽다"면서 "오히려 검찰의 개혁을 바라고 검찰을 존중한다면 지금은 차분히 자숙하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하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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