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재, 처제 살해 때도 경찰에 '오리발'..."강압 수사로 허위 자백"

입력 2019.09.20 16:31

청주 사건 수사 경찰 "증거 10개 보여줘야 1개 인정"
"화성 연쇄살인 사건도 계속 오리발 내밀 것"
‘자백’이 핵심인데 혐의 계속 부인…수사 장기화 가능성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유력 용의자 이춘재(56)가 1994년 ‘청주 처제 살인사건’ 수사 때도 혐의를 계속 부인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수사 이후 검찰 조사 때도 "경찰 강압 수사에 의한 허위 자백이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1987년 5월 화성 연쇄살인 사건 피해자의 원혼을 달래기 위해 피해자의 가족들이 범행 장소에 세워둔 허수아비. 허수아비에는 범인에게 “너는 어느 손에라도 잡혀 죽을 것이다” 라고 쓰여있다. /조선DB
1987년 5월 화성 연쇄살인 사건 피해자의 원혼을 달래기 위해 피해자의 가족들이 범행 장소에 세워둔 허수아비. 허수아비에는 범인에게 “너는 어느 손에라도 잡혀 죽을 것이다” 라고 쓰여있다. /조선DB
청주 처제 살인사건을 담당했던 김시근(62) 전 형사는 20일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과 만나 "이춘재가 당시 수사 때도 오리발을 거듭 내밀었다"고 설명했다. 김 전 형사는 "처음엔 ‘내가 안 죽였어요’로 일관했다"며 "유전자(DNA) 증거 등이 나온 뒤 거듭 추궁하자 결국 범죄를 시인했다"고 말했다.

이후 검찰로 송치(送致)된 뒤에도 이춘재는 "나는 죽이지 않았다"며 "경찰이 강압적으로 조사해 어쩔 수 없이 ‘내가 했다’는 식의 자술서를 썼다"고 주장했다. 김 전 형사는 "결국 검찰에 두 차례 가서 다시 증거물들을 보여주며 ‘이렇게 명백한데 왜 거짓말을 하느냐’라고 따졌다"며 "그제서야 이춘재가 고개를 살짝 들고는 ‘사실 제가 죽였어요’라고 다시 시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전 형사는 "이춘재는 예를 들어 증거 10개를 보여줘야 1개를 인정하는 식이었다"며 "화성 연쇄 살인 사건과 관련해서도 오리발을 계속 내밀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당시 수사 관계자 역시 "철저하게 범행을 숨기려고 혈흔이나 증거물을 없앴다"며 "이춘재의 집에서 가까스로 찾아낸 피해자 혈흔이 아니었으면 범죄를 증명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춘재는 1994년 충북 청주시 자신의 집에서 처제(당시 21세)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했다. 당시 흉기와 범행에 썼던 수면제 등을 모두 치웠던 이춘재의 범행은 화장실 손잡이와 세탁기 밑에서 피해자 혈흔이 나오면서 덜미가 잡혔다. 무기징역형이 확정돼, 현재 부산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받은 DNA 감식 결과를 토대로 이춘재를 화성 연쇄 살인사건 5차(1987년 1월), 7차(1988년 9월), 9차(1990년 11월) 사건 유력 용의자로 지목하고 수사 중이다.

그러나 이춘재는 지난 18일과 19일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천 전담 수사팀은 이날 부산교도소에서 이춘재를 상대로 3차 조사를 진행했다.

2006년 이미 공소시효가 끝난 상황에서 이춘재가 자백하지 않을 경우 수사가 장기화될 수 있는 상황이다. 경찰은 화성 연쇄살인 사건 관련 증거물을 모두 국과수에 감정 의뢰하는 한편, 당시 사건 수사기록을 검토해 연관성을 추가로 규명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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