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든 학생들 "기회 균등, 과정 공정, 결과 정의" 文취임사 외쳤다

입력 2019.09.20 03:01

[조국 파문]
- 서울·고려·연세대 학생들 "전국 대학 함께 나서자" 공동선언문
서울대, 文대통령 공약 비판하며 법대 앞 '정의의 종' 네번 타종
고려대, 단상에 선 학생 "보수·진보 떠나 불의에 맞서는 것" 눈물
연세대 "공정성 믿고 공부했던 내가 한심하다" 자유발언 이어져

"이것이 정의인가? 대답하라 문재인!"

19일 오후 8시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아크로폴리스 광장에 모인 재학생, 졸업생 등 500여명이 이렇게 외쳤다. 학생들은 '강남양파 조국파면' '딸! 모릅니다. 아내! 모릅니다. 조카! 모릅니다' '파도파도 거짓말뿐'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었다. 조국 법무부 장관에 대한 의혹이 끊임없이 쏟아지는 상황을 양파에 빗대고, "모른다"로 일관하는 조 장관의 태도를 비판한 것이다. 조 장관 딸은 이 학교 환경대학원에 2학기 연속으로 장학금을 받으며 재학하다가 부산대 의전원에 합격하자 학교를 떠났다. 조 장관 아들은 이 학교 공익인권법센터에서 허위 인턴증명서를 발급받은 의혹을 받고 있다.

서울대 학생들이 조 장관 사퇴를 촉구하는 촛불을 든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김근태(재료공학부 박사과정)씨는 "온갖 편법과 위선을 일삼는 조국 장관은 대한민국의 법과 정의를 수호할 법무장관 자격이 없다"면서 "이런 인물을 법무장관 자리에 임명을 강행한 문재인 대통령 또한 책임을 통감하고 국민에게 사과하라"고 외쳤다. 김석현(물리천문학부 졸업)씨는 "조 장관이 사법 개혁의 적임자라고 하는데, 개혁은 외과수술과 같아서 깨끗한 손으로 해야 한다"며 "우리는 어디서 뭘 만지다 왔는지 알 수 없는 외과의사를 믿고 수술대에 누울 수 없다"고 했다.

집회가 끝난 뒤 학생들은 법학전문대학원 앞에 세워진 '정의의 종'으로 향했다. 학생들은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문 대통령의 약속을 외치며 정의의 종을 4번 타종했다. 1956년 세워진 정의의 종은 정의를 이념으로 하는 법학도들에게 각성을 촉구하고 학내외 비리에 경종을 울리는 상징이다. '하늘이 무너져도 정의를 세워라'는 문구가 옆에 적혀 있다. 조 장관은 이 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근무하다 휴직했다.

조 장관 딸의 특혜 입학 의혹을 받고 있는 고려대학교에서도 이날 오후 7시 조 장관 사퇴를 요구하는 네 번째 촛불이 켜졌다. 안암캠퍼스 중앙광장에 모인 이 대학 동문 등 300여명은 "공정과 평등에 떳떳하지 못한 장관에게 대한민국의 법을 맡길 수는 없다"며 "미안하다는 말이 아닌 행동(사퇴)으로 책임져달라"고 외쳤다. 김현종(경영학과)씨는 무대에 올라 "누군가는 우리가 '선택적 분노'를 한다고 매도하지만 우리는 보수·진보를 떠나 단지 불의한 사회에 맞서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며 흐느꼈다. 학생들은 대학본부를 향해 조 장관 딸의 입학 취소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이 문제는 우리 학교에서 시작된 만큼 우리가 매듭을 짓자"고 했다.

같은 시각 연세대학교에서도 "조로남불 무법(無法)장관 퇴진하라"는 구호가 울려 퍼졌다. 신촌캠퍼스 백양로에 모인 이 학교 학생 등 200여명은 '조국 법무장관 퇴진'을 요구하는 첫 번째 촛불을 들었다. 주최 측은 "우리 사회가 가장 기본적인 것은 지켰으면 해서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모였다"고 했다. 이 학교 석사과정에 재학 중이라고 밝힌 한 학생은 "2주 만에 논문 못 쓴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고등학생이 부모 덕으로 논문에 이름 올린 세태가 부끄러워 나왔다"고 했다. 이어 "열심히 공부해 연대 합격한 게 감사했는데 지금은 기회의 공정성을 믿었던 스스로가 한심하다" "정치나 이념 때문에 온 게 아니다. 법무부 장관은 누구보다 정의로워야 한다는 생각에 더 화가 났다" 등 재학생들의 자유발언이 이어졌다.

이날 집회는 3개 대학에서 각각 열렸지만, 똑같은 내용의 공동선언문이 발표됐다. 공동선언문에는 "다시 한 번 저항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이번 집회(대학별 집회)를 끝으로 전국 대학생 연합 촛불집회를 제안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세 학교 집회는 모두 총학생회가 아닌 개별 학생 주도로 진행됐다.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집회를 위한 모임을 구성했고, 학생들이 스스로 피켓과 집회 포스터를 만들고 집회를 홍보했다. 비용도 학생회비 대신 후원금으로 충당했다. 서울대에서는 동문 100여명이 약 400만원을 후원했다. 연세대는 약 200만원의 후원금이 모였다. 고려대는 후원금을 받지 않아 동문들이 빵과 음료, 마스크 등을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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