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확인 소식에 전율… 처벌 못하는게 분해… 밤새 제대로 못 자"

조선일보
입력 2019.09.20 03:01

사건 수사했던 하승균 前총경

하승균 전 총경
"어젯밤 '잡혔다'는 말을 듣는 순간 온몸이 부르르 떨렸습니다."

19일 오후 서울 광화문 조선일보사에서 만난 하승균(73·사진) 전 총경의 얼굴에는 아직 흥분이 가시지 않고 있었다. 그는 화성 연쇄살인사건 당시 수원경찰서 형사계장을 맡아 총 10차례 사건 중 4~9차 사건 현장을 지휘했다. 영화 '살인의 추억' 주인공 박두만(송강호 분)의 실제 모델로도 유명하다.

그는 "범인 못 잡은 패배자란 자괴감은 좀 덜었지만 좋지만은 않다"면서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할 수 없다는 게 분해 잠을 제대로 못 잤다"고 했다. 그는 10건 중 6건의 시신을 수습하며 "유족보다 더한 분노가 쌓였다"고 했다. "'범인 검거하면 총으로 쏴 죽여버리겠다'는 마음마저 들었습니다."

하 전 총경은 "절박하게 수사하고, 집요하게 증거를 모았다"고 했다. 자장면과 라면을 주식(主食) 삼아 오전 9시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꼬박꼬박 현장을 누볐다. 현장 인근 짓다 만 가건물 2층 소파에서 38일간 쪽잠을 잤다. 팀원 한 명은 수사 도중 뇌졸중으로 쓰러져 아직도 다리를 전다. 그렇게 모은 증거가 30년 만에 DNA 분석을 거쳐 끝내 '범인 확인'으로 이어졌다.

하 전 총경은 퇴임을 3년 남긴 2003년 영화 '살인의 추억'을 동료와 함께 자동차 극장에서 봤던 때를 기억한다. "여중생이 팔다리가 뒤로 꺾여 범인에게 붙들려 가는 장면에서 옆자리 동료가 볼까 좌석 등받이를 최대한 낮추고 흐느껴 울었다"고 했다. 가장 큰 충격을 줬던 아홉 번째 피해자가 연상됐기 때문이다. "이미 숨진 어린 여자애 가슴을 면도칼로 20여 차례나 격자무늬로 그었죠. 가장 분개했던 사건인데 어찌 잊겠어요." 그때부터 수사 노트를 뒤져 책을 썼다. '후배들에게 단서를 남기기 위해서'였다. 실제로 이번 사건 수사 경찰관들은 하 전 총경의 책을 읽었고, 한 달 전까지 그에게 전화해 수사 조언을 받은 끝에 이번 용의자를 특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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