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청각장애인이라 소개한 분이 '물속 동작을 생생하게 볼 수 있어 좋다'며 제 영상을 보고 수영을 시작했다는 댓글을 달아 줬어요. 코끝이 시큰해지더라고요."
이현진(30·사진)씨는 유튜브 채널에 수영 강습 영상을 올리는 구독자 수 19만명의 '수영 크리에이터'다. 수영 선수를 거쳐 강사가 된 경험으로 채널 '러블리스위머'에 노하우 담긴 다양한 영법을 소개한다. 초보자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영상으로 마니아들에게 '스위머계 바이블'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그는 "그날 이후 모든 영상에 자막을 단다. 기분 좋은 칭찬"이라고 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안 다칠 수 있는 운동을 고민하다 수영을 시작했다. 동네 대회에서 메달을 딴 뒤 중·고등학교 수영 선수로 활동했다. 2007년 제79회 동아수영대회 여자고등부 계영 400m, 800m 메달을 목에 걸었다. 부모의 권유로 단국대 생활체육학과에 진학했다. 대학 1학년 때부터 수영 강사로 활동했다. 영상을 찍기 시작한 건 강습을 하며 학생들에게 동작을 잘 이해시키기 위해서였다. 반응이 좋아 수중 카메라를 사 촬영하고 2014년부터 유튜브에 올렸다.
이씨 콘텐츠의 특징은 '물속에서 찍은' 수영 동작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접영 기초 발동작에 슬로모션까지 걸어 구독자들에게 "수영장에서 직접 배우는 것보다 이해가 쉽다"는 평을 받는다. "카메라 앵글을 물 위에서 잡기도 하고, 물 밖 바닥에 엎드려 동작을 하기도 하죠." 설명도 귀에 쏙쏙 들어온다. '자유형과 배영은 한 팔씩 교차로 돌아가기 때문에 좌우 흔들림이 생겨 머리를 의식적으로 고정해야 한다' '시선을 수영장 바닥으로 둬라' '재밌는 놀이라고 생각하며 짧은 거리로 반복 연습하라'는 식이다.
그는 채널 강점으로 "해외 수영장 투어처럼 다양한 수영 콘텐츠 영상을 볼 수 있는 점"을 꼽았다. "호주, 영국, 스위스, 베트남으로 수영장 투어를 하고 있어요. 수영복 리뷰도 올려 마니아들 사랑을 받죠." 현재 30명 인원의 스포츠 클럽 팀을 운영하는 그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볼 수 있는 채널을 만드는 게 꿈"이라고 했다. "요즘은 청각·시각장애인이 수영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영상을 찍는 방법도 고민 중이에요. 유튜브를 하며 찾은 보람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