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칼럼] '동물농장'과 '1984'가 뒤범벅된 소설 같은 세상

조선일보
입력 2019.09.20 03:17

오만한 권력이 국민을 개돼지 취급하고
조작된 진실이 세상을 휩쓸고 있다
풍자 소설과도 같은 디스토피아가 펼쳐졌다

박정훈 논설실장
박정훈 논설실장
조국 법무 장관 사태는 '동물농장'에 나오는 그 유명한 구절을 떠올리게 한다.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보다 더 평등하다.' 70여년 전 조지 오웰은, 평등을 외치지만 결코 평등하지 않은 소련 공산당의 허구와 위선을 통렬히 풍자했다. 놀랍게도 이 문장은 지금 이 순간 한국에 들이대도 틀리지 않는다. 입만 열면 공정·정의를 말하는 문재인 정권에서도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공정과 정의'를 누리고 있었다. 온갖 편법과 반칙을 범해도 권력의 비호를 받는 조국 같은 특권층이 있었다.

조 장관과 가족을 둘러싼 의혹은 하나하나가 다 해임 사유다. 자녀 편법 입학과 장학금 뇌물, 문서 위조, 사모펀드 불법 투자 등등 헤아리기 힘든 탈법·불법 의혹이 쏟아져 나왔다. 증거 인멸을 시도하고 장관직을 방패 삼아 검찰 수사를 방해했다. 어느 하나라도 입증만 되면 감옥에 가야 할 중대 사안들이다. 그런데 문제가 없다고 한다. 이 모든 의혹이 가짜 뉴스이고 개혁 저지 세력의 음모라고 억지를 부린다. 국민을 우습게 보지 않는다면 이러진 못한다. 이렇게까지 국민을 개돼지 취급하는 정권을 처음 겪는다.

지금 사람들이 혼란스러운 것은 당연하다고 여기던 신념 체계가 송두리째 부정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불공정과 위선을 사회악으로 여겨왔다. 남의 기회를 가로채고, 성공의 사다리를 새치기하고, 법을 회피하는 반칙은 징벌받는 게 정의라 믿었다. 그런데 그 믿음이 깨졌다. 공직은커녕 수사받아야 할 이유가 차고 넘치는 사람을 법무 장관에 밀어붙이는 것을 보고 국민은 심리적 아노미에 빠졌다. 있을 수 없는 비상식에 분노하면서도 정권이 워낙 당당하게 나오니 '내가 틀렸나' 헷갈리기까지 한다. 온 국민을 가치관의 혼돈 속으로 밀어 넣었다.

조지 오웰의 또 다른 걸작 '1984'엔 거짓을 생산·전파하는 '진실부(部)'란 부처가 등장한다. 빅 브러더가 대중을 세뇌시키려 만든 우민화(愚民化) 조직이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일이 '진실부'와 다르지 않다. 정권과 그 주변을 둘러싼 좌파 카르텔이 가짜 논리로 현실을 왜곡하고 거짓을 진실로 둔갑시키고 있다. 명백한 사실을 아니라고 우기며 조작된 진실로 대중을 오도하고 있다. 조국 사태는 그 일각에 불과하다. 외교·안보에서 경제, 일자리·민생까지 전방위로 진실 왜곡이 벌어지고 있다. 우방 관계가 파탄 나고 동맹이 흔들리는데 안보가 굳건하다고 한다. 성장률이 추락하고 일자리가 사라지는데 통계 분식까지 해가며 경제가 견실하다고 한다. 이렇게까지 막무가내인 정권을 본 일이 없다.

국민을 바보로 만드는 이 정권의 진실 조작 시스템엔 일정한 역할 분담이 있다. 청와대와 여권 핵심부가 방향을 정하면 권력 주변의 홍위병들이 달려들어 거짓을 확대 재생산한다. 좌파 지식인들이 현란한 표현으로 억지 논리를 만들고, 관변 매체들이 확성기처럼 추종 보도하며 왜곡된 정보를 쏟아낸다. 골수 친문 행동대는 댓글과 검색 순위를 조작하고 공격 타깃을 찍어 초토화시킨다. 여론 시장이 이들 손에 놀아나고 있다. 여론 조작을 통해 반대자와 비판 목소리에 친일·적폐·수구·기득권의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

무엇보다 무서운 것은 국민의 무의식을 좌우하는 편향적 여론조사다. 몇몇 여론조사 회사가 '가공된 여론'을 공급한다는 의혹이 무성하다. 그동안 심증만 있었는데 조국 사태로 딱 걸리고 말았다. 인터넷 댓글이나 소셜 미디어, 유튜브의 길거리 여론조사 등을 보면 '조국 반대'가 70~80%에 달한다. 이것이 진짜 여론일 것이다. 그런데 여권 편향으로 유명한 어떤 여론조사 회사는 '조국 지지'가 40%대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를 수시로 내놓더니 급기야 찬성·반대가 비슷해졌다고 한다. 믿기지 않지만 사흘이 멀다하고 반복돼 나오니 자신도 모르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것이 독재자들이 즐겨 쓰는 반복 세뇌 수법이다.

편향된 여론조사가 내미는 '숫자의 권위' 앞에 사람들은 인지 부조화를 겪고 있다. 나만 동떨어질지 모른다는 고립의 두려움에 말문이 닫히고 비판의 목소리가 잠재워진다. 국민을 바보로 만들어 거짓을 믿게 하려는 좌파 카르텔의 의도가 성공을 거두고 있다. 정권과 좌파 홍위병, 그리고 친여 여론조사 회사의 3각 카르텔이 '1984'를 연상케 하는 '한국판(版) 진실부'를 완성시켰다.

지금 우리는 '1984'와 '동물농장'이 뒤범벅된 세상을 보고 있다. 어떤 사람은 남보다 '더 평등'하고, 더 많은 공정과 정의의 특권을 누린다. 국민이 개돼지 취급당하고 조작된 진실이 세상을 휩쓰는 풍자 소설 속 디스토피아 같은 나라가 됐다. 이 거대한 부조리극을 멈추게 하려면 국민이 두 눈 부릅뜨고 정신 차리는 수밖에 없다. 권력의 감언이설에 속지 말고 진실 조작에 저항하는 방법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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