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배경이 궁금한 요 며칠 사이 정부 발표들

조선일보
입력 2019.09.20 03:19

경찰이 화성 연쇄살인범에 대한 DNA 분석 결과를 통보받은 것은 한 달도 더 전이었다. 보완 수사를 하고 있었는데 그제부터 보도되기 시작했다. 왜 이 시점이냐는 기자들 질문에 경찰은 '일부에서 보도돼 할 수 없이 발표했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 용의자가 부인하는 등 보완이 필요한 수사가 지금 발표된 배경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일각에서는 정권이 국민의 관심을 모을 사건으로 조국 사태를 신문의 1면에서 밀어내기 위해 총력전을 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화성 살인범만이 아니다. 검찰개혁을 논의한다고 모인 당정회의에서 불쑥 전·월세 기간 연장안이 발표됐다. 전·월세 기간 연장은 수많은 국민의 이해관계가 걸린 복잡한 문제이고 기본적으로 국토교통부가 주관할 사안이다. 그런데 국토교통부는 이런 발표가 있는지도 몰랐다. 무언가 다른 목적을 갖고 발표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발표하면 찬반 논쟁이 벌어질 수 있는 소재다. 이 역시 조국에게 쏠린 관심을 돌리려는 시도 아닌가.

이 당정회의에선 벌금을 재산에 비례해 물리자는 발표도 튀어나왔다. 일부 국가에서 하고 있는 제도이지만 시행상의 난점이 많아 중도에 폐지한 나라도 많다. 이렇게 갑론을박을 부를 수 있는 사안을 갑작스레 제기한 배경 역시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발표가 갑자기 쏟아지는 것이 정말 모두 우연인가.

그런가 하면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생산인구 감소 대책을 찾는다면서 핵심 문제인 정년 연장은 정권 마지막 해에 논의한다는 이상한 발표도 했다. 60세 법정 정년을 65세 등으로 늘리겠다는 것도 아니고 일본식 계속고용 제도의 시행 여부를 검토해보겠다는 것이다. 왜 하필이면 3년 뒤부터 검토하겠다는 건지 설명도 없다. 그러면서 정년 연장 문제와 함께 논의해야 하는 고용 유연성 확대나 연공서열형 임금체계 개편 문제는 논의 대상에서 아예 뺐다. 청년층 반발을 부를 수 있거나 세대 간 이익 충돌이 빚어질 사안은 아무리 중요해도 자신들 임기 내엔 덮어두겠다고 한다. 불리한 사태를 덮기 위해 설익은 정책을 마구잡이로 발표하고, 표만 되면 뭐든 하면서도 표 안 되면 반드시 해야 할 일도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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