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정부가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시설 공격과 관련해 자신들이 공격 주체가 아니라고 미국에 공식 전문을 보낸 가운데, 이란의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외무장관이 19일(현지 시각) 이란이 미국 등으로부터 어떠한 공격이라도 받게 되면 이는 곧바로 ‘전면전(all-out war)’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CNN은 이날 이란 테헤란에서 자리프 장관을 만나 ‘미국이나 사우디의 이란 공격은 어떤 결과를 낳을 것으로 예상하나’라는 질문을 했다. 이에 자리프 장관은 "전면전이 일어날 것이다. 우리는 군사적 대결로 치닫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하게 말하지만, 우리 영토를 지키는 데에 우리는 겁먹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자리프 장관은 "이란은 분쟁을 피하고 싶어한다"며 "지역적 경쟁국인 사우디아라비아나 아랍에미리트와도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과의 협상에 대해서는 2015년 핵협상에서 미국이 약속한 것처럼 완전한 제재 완화를 하지 않는다면 협상 복귀 가능성은 없다고 전했다.
자리프 장관의 이날 발언은 하루 전 미국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사우디를 방문하는 길에 이란을 가리키며 "사우디에 대한 전쟁 행위를 했다"고 말한 것에 대한 대응으로 볼 수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14일 새벽 4시 사우디 동부의 아브카이크 정유시설과 쿠라이스 유전이 드론 및 미사일 공격을 당해 산유 능력이 반 정도 훼손됐다고 사우디 정부가 발표한 뒤 8시간 지나 이란을 공격 주체로 지목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증거를 내놓지 않았는데 사우디 정부는 18일 오후 피격 현장에서 수거한 드론과 미사일 잔해들을 공개하며 이란산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란이 공격했다고는 주장하지 않았다. 사우디를 거쳐 아랍에미리트를 방문 중인 폼페이오 장관은 아직 자리프 장관의 경고에 대응하지 않고 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8일 "재무장관에게 이란 제재를 대폭 강화하라고 지시했다"고 트윗을 썼다. 이란에 대해 추가 제재에 나서는 것이다. 미국은 이란 석유시설 타격, 사이버 공격 등의 보복 조치도 검토 중으로 알려졌다.
NBC방송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군 지도부로부터 이란에 취할 수 있는 대응 조치 옵션을 보고받았다.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과 조셉 던퍼드 합참의장 등은 이란의 석유시설이나 이란 혁명수비대 소유의 자산 등을 물리적으로 타격하거나, 이란 정보망에 대해 사이버 공격을 하는 방안 등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