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사실 공표 금지' 與의 내로남불

조선일보
입력 2019.09.18 03:00

[조국 파문]

野의원 수사땐 "실체적 진실 밝히는게 중요, 공표해야"
조국 사건엔 "검찰 정치 개입 심각… 공표해선 안돼"
조국, 과거 트위터엔 "언론 자유 범위내라면 공표 무방"

더불어민주당이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를 사실상 전면 제한하는 방안을 밀어붙이면서 정치권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18일엔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 조국 법무부 장관까지 참석하는 당정(黨政) 협의회를 열고 법무부 장관 훈령을 개정해 피의사실 공표를 사실상 금지하는 조치를 공식화할 예정이다. 야당은 "가족이 피의자가 돼 있는 조 장관이 훈령을 '셀프 개정'해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겠다는 것"이라며 "'정경심 훈령'을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조 장관 인사청문회 국면에서 검찰의 '정치 개입'이 심각하다는 것이 증명됐다"는 입장이다. 설훈 최고위원은 17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피의사실 공표는 형법상 분명히 못 하도록 돼 있는데, (검찰이) 그걸 사문화시키려 하고 있다"고 했다. 설 최고위원은 "재판도 하기 전에 (여론을) 완전히 굳혀 놓으려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27일 검찰이 조 장관과 관련해 대대적 압수 수색을 벌인 직후부터 검찰의 수사 내용 유출을 문제 삼았다. 당시 이해찬 대표는 "피의사실을 유포하는 자는 반드시 색출하고, 그 기관의 책임자까지도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윤석열 검찰총장을 직접 겨냥했다. 민주당은 추석 연휴 직후부터는 법무부 훈령 개정 방침을 공식화했다.

현재 법무부가 마련한 훈령 개정안대로라면 모든 형사사건의 수사 내용은 원칙적으로 언론에 공개해선 안 되고, 주요 피의자가 검찰에 출석할 때 '포토라인'을 만들어서도 안 된다. 수사 내용을 유포한 검사에 대해선 법무부 장관이 감찰을 지시할 수 있다. 민주당은 "법률을 좀 더 엄격하게 적용하자는 얘기로 민주당이 오랫동안 주장해왔던 내용"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야당에선 "조국 일가(一家) 수사를 방해하려는 목적"이라고 했다. '표창장 위조' 혐의를 받고 있는 조 장관의 아내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포토라인'에 서는 것을 막기 위한 '정경심 훈령'이라는 말도 나왔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당 회의에서 "공보 준칙 강화를 빙자한 명백한 수사 방해"라고 했다. 법조계에선 "피의자 인권 보호를 명목으로 국민의 알 권리를 지나치게 제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논란의 중심에 선 조 장관이 하필이면 이런 때, 이런 훈령 개정을 추진하면 '정당성' 문제가 생긴다"고 했다. 윤웅걸 전 전주지검장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피의사실 공표를 못 하게 하는 방향은 옳다"며 "다만 조국 (법무부) 장관 가족 수사 이후 적용하는 게 헌법 정신에 맞다"고 했다.

야당은 민주당의 과거 피의사실 활용 전력도 비판했다. 과거 '국정 농단' 사태나 '적폐 수사' 때 "국민의 알 권리가 중요하다"며 검찰 수사 내용을 적극 활용했던 민주당이 또 '내로남불'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2016년 말 탄핵 국면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진료 내역, 최순실씨의 현금, 명품 가방 수수 의혹 등 각종 피의사실을 공공연하게 언급했다. 이듬해 3월 특검팀이 수사 결과를 발표했을 땐 공식 논평을 통해 "최순실과 박 대통령이 공범임이 명명백백하게 드러났다"며 환영했다. 지금의 민주당 논리대로라면 검찰이 '불법'으로 유출한 피의사실을 민주당이 정치적으로 활용한 셈이 된다.

민주당은 지난 4월 한국당 김성태 전 원내대표 딸의 채용 비리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에도 검찰 수사 상황을 언급하며 '철저한 수사'를 주문했다. 한국당이 피의사실 공표 문제를 제기하자 "실체적 진실 발견이 중요하지 않으냐"고 했다.

조 장관 본인도 2011년 5월 트위터에 '피의사실 공표도 정당한 언론의 자유 범위 안에 있으면 위법성이 조각돼 불벌'이라고 썼다. 한국당 관계자는 "과거에는 피의사실 공표를 '불가피한 일'이라며 감싸더니 자신이 수사 대상이 되니 정반대 조치를 강행하려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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