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은 두 다리를 뺏고 정부는 명예를 뺏고… 하재헌 중사의 눈물

조선일보
입력 2019.09.17 03:00 | 수정 2019.09.17 09:21

[목함지뢰 도발로 다리 절단 하재헌 중사의 눈물]

보훈처, 국방부의 戰傷 판정 뒤집고 公傷 결정
하 중사 "대우는 못해줄망정, 날 두번 죽이나"

하재헌 중사
국가보훈처가 2015년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로 두 다리를 잃은 하재헌〈사진〉 중사에 대해 최근 전상(戰傷)이 아닌 공상(公傷) 판정을 내린 것으로 16일 알려졌다. 전상은 적과의 교전이나 이에 준하는 작전 수행 중 입은 상이(傷痍)를, 공상은 교육·훈련 등의 상황에서 입은 상이를 뜻한다. 보훈처가 목함지뢰 도발을 북과 무관하게 발생한 사고인 것처럼 판단한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보훈심사위원회가 지난달 7일 회의에서 하 중사에 대해 공상 판정을 내렸다"며 "이와 같은 결정은 같은 달 23일 하 중사에게 통보됐다"고 했다.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로 두 다리를 잃은 하 중사는 지난 1월 전역했다. 당시 육군은 내부 규정을 근거로 하 중사에게 전상 판정을 내렸다. 그런데 보훈처가 이와 같은 군의 결정을 뒤집은 것이다.

보훈처는 하 중사의 부상이 전상 관련 규정에 해당하지 않아 이 같은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했다. 군은 군 인사법 시행령에 따라 '적이 설치한 위험물에 의하여 상이를 입거나 적이 설치한 위험물 제거 작업 중 상이를 입은 사람'을 전상자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유공자법에는 관련 조항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군 안팎에서는 이번 결정을 납득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군 관계자는 "보훈처는 국가유공자법에 관련 조항이 없다고 했지만 전상으로 해석할 여지가 충분하고 다른 조항을 이용해서라도 전상을 인정할 수 있었다"고 했다. 하 중사는 이번 보훈처의 결정에 불복해 지난 4일 이의 신청을 했다.

하 중사는 이날 본지 통화에서 "보훈처로부터 '공상'을 통보받은 순간 '내가 왜 공상일까'라는 생각에 한동안 멍했다"고 했다. 그는 "저에게 전상 군경이란 명예이고, 다리를 잃고 남은 것은 명예뿐"이라며 "(국가는) 끝까지 책임지겠다고 했는데 저를 두 번 죽이고 있다"고 했다.

보훈처의 이번 결정에는 현 정권 출범 이후 계속된 진영 간 편 가르기 논리가 작용했다는 얘기도 나왔다. 정부 관계자는 "하 중사 심사 과정에서 일부 친여(親與) 성향 심사위원들 사이에 '전(前) 정권의 영웅을 우리가 인정해줄 필요가 있느냐'는 얘기가 나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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