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절에 다니다 보면 '절로'?

조선일보
  • 이주윤 '제가 결혼을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저자
입력 2019.09.17 03:00

이주윤 '제가 결혼을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저자
이주윤 '제가 결혼을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저자

불화(佛畵)를 배우다 보니 불교에 관심이 생겼다. 그리하여 어느 사찰에서 진행하는 불교 기본 교육을 받게 되었다. 불자가 되는 길은 쉽지 않았다. 가부좌를 틀고 앉아 수업을 듣는 일 자체가 고행이었다.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힘겨워하는 사람들에게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다리가 많이 저리죠? 자세가 몸에 익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처음엔 힘들겠지만 절에 다니다 보면 '절로' 될 겁니다." 불교 개그가 취향에 딱 맞는 예비 불자들이 방바닥을 구르며 깔깔 웃었다.

그 와중에 엄마에게서 문자가 왔다. '뭐 해?' 불교 기본 교육을 받는 중이라고 답장을 보내자 휴대폰이 득달같이 울려댔다. 급한 일인가 싶어 교실에서 슬쩍 빠져나와 전화를 받았다. 성이 잔뜩 난 엄마의 목소리가 수화기 밖으로 뻗쳐 나왔다. "그런 교육을 도대체 뭐 하러 받는 거야!" 다단계 교육을 받는 것도 아닌데 왜 화를 내느냐고 묻자, 돌아온 엄마의 대답. "나는 네가 스님 된다고 할까 봐 아주 그냥 무서워 죽겠어!"

다른 집 딸내미들은 진즉 결혼해서 손주를 안겨주는 마당에 당신 막내딸은 절에만 들락날락하고 있으니, 엄마의 눈엔 내가 당장에라도 머리를 깎고 산에 들어가 속세와의 인연을 끊을 것처럼 보인 모양이다. 자나깨나 자식 걱정하며 사는 게 부모의 일생이라지만 하다 하다 별걱정을 다 하신다. 없는 걱정거리 만들어가며 속 끓이는 엄마의 모습이 귀엽기도, 애처롭기도 하니, 아아~ 이 어머니를 어쩌면 좋을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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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식 된 도리로 어머니의 얼굴에 웃음꽃을 피워드리고자 방금 익힌 불교 개그를 써먹기로 했다. "엄마, 절에 다니면 뭐든지 '절로' 된대. 생각해 보니까 진짜 그래. 만약에 내가 스님이 되면 평생직장, 주거의 안정, 마음의 평화까지 절로 얻을 수 있잖아. 별 볼 일 없는 남자랑 결혼해서 고생하는 것보다 훨씬 낫지 않아?" 하지만 교회에 다니는 우리 엄마는 웃음기 없는 목소리로 탄식했다. "에그, 주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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