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정은 비위 맞추려 부상 군인 두 번 죽인 정권

조선일보
입력 2019.09.17 03:20

국가보훈처가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로 두 다리를 잃은 하재헌 중사에 대해 전상(戰傷)이 아닌 공상(公傷) 판정을 내렸다고 한다. 목함지뢰 사건은 2015년 비무장지대(DMZ) 우리 측 수색로 출입문 바로 앞에 북한이 몰래 매설한 목함지뢰에 의해 우리 군인 두 명이 부상을 입은 사건이다. 군 조사 결과, 북한이 우리 군 수색대를 겨냥해 매설한 것으로 명백히 밝혀졌다.

전상은 적과의 교전이나 이에 준하는 직무 수행 중 입은 상이(傷痍)를, 공상은 교육·훈련 등의 상황에서 입은 상이를 뜻한다. 따라서 하 중사의 부상은 전상이 당연한데도 보훈처는 공상이라고 판정한 것이다. 하 중사의 두 다리를 앗아간 북한의 목함지뢰 매설을 적의 도발이 아니라고 한다. 북한 눈치를 보는 것에도 정도가 있다. 보훈처가 적과 한편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군은 하 중사에 대해 전상 판정을 내렸지만 보훈처가 이를 뒤집었다. 군의 내부 규정과 달리 국가유공자법에는 '적이 설치한 위험물에 의한 상이' 등의 조항이 없기 때문에 공상으로 판정했다는 것이다. 수색·경비 작전 중 북한의 도발로 발생했다는 점에서 목함지뢰와 똑같은 천안함 폭침사건 생존 부상 장병들의 경우 전상 판정을 받았다.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당시와 비교해 관련 규정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는데도 이 정권 보훈처는 하 중사의 부상에 대해 전혀 다른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 결정을 내린 보훈처 보훈심사위원회의 일부 친여 성향 심사 위원들은 "전 정권에서 영웅이 된 사람을 우리가 굳이 전상자로 인정해줘야 하느냐"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정치 패싸움에 미쳐 이성을 잃은 사람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런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지금도 수많은 장병이 고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기가 막힐 뿐이다.

모든 문제는 김정은 비위 맞추는 것이 정권의 최우선 순위이기 때문일 것이다. 대통령은 북의 서해 도발로 순국한 우리 장병들을 추모하는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2년째 가지 않았다. 국방부 장관은 천안함 폭침 등을 "불미스러운 충돌" "이해할 부분이 있다"고 했다. 북한 정권 수립에 참여했고, 6·25남침에 관여한 인물에게 훈장도 주려 했다. 이제는 북의 도발로 청춘을 빼앗긴 젊은이의 희생까지 함부로 모독하고 있다.

하 중사는 보훈처의 결정에 대해 "나를 두 번 죽인다"고 절규했다고 한다. 국군 전체를 두 번 죽인 이 만행을 언젠가는 조사해 관련자 전원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