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조국 장관' 취임 후 '피의사실 공개금지' 새 훈령 서둘러...검찰 브리핑 차단 나섰나

입력 2019.09.15 13:22 | 수정 2019.09.15 15:45

법무부 기존 '검찰 공보 준칙'을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으로 바꾸는 훈령 추진
피의자 검찰 출석 공개 금지, 언론 공개 수사 내용은 민간 참여 공개심의위서 결정
법무장관이 수사 내용 유포 검사 감찰 지시할 수 있는 규정도 신설
전임 박상기 장관 "오비이락 될 수 있어 발표 유보"⋯조국 장관 취임하자 본격 추진
野 "검찰의 조 장관 관련 수사에 대한 압박 아니냐"⋯ 검찰 안에서도 불만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오는 18일 조국 법무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당·정 협의를 연다. 이날 회의 주제 중 핵심은 피의사실 공표를 제한하는 방안이다. 이와 관련, 법무부는 조 장관 취임 후 피의사실 공표를 엄격히 제한하고 이를 어길 시 벌칙을 가하는 형사사건 언론 대응 훈령을 준비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에서는 조 장관과 그 가족이 검찰의 전방위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여권이 검찰 수사를 압박하는 것이란 말이 나온다. 검찰도 "정상적인 수사 공보(公報)조차 곤란할 정도로 수사 보안에 각별히 유의하고 있다"고 할 정도라는 것이다. 실제 검찰은 이미 기소한 조 장관 아내 정경심(57) 동양대 교수의 '동양대 총장 표창장' 위조 혐의(사문서위조)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공소사실을 언론에 알리지 않고 있다.

조국 법무장관(오른쪽)과 윤석열 검찰총장./연합뉴스
조국 법무장관(오른쪽)과 윤석열 검찰총장./연합뉴스
◇당·정, 사실상 검찰의 형사사건 브리핑 막는 훈령 제정 추진

법무부가 마련한 형사 사건 관련 언론 대응 훈령 초안에 따르면, 이름부터 종전 '공보준칙'에서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으로 바뀌었다. 수사 내용을 알리는 데서, 공개 금지로 초점을 옮긴 것이다.

또 피의자가 검찰에 출석하는 모습을 공개하는 것도 원칙적으로 막는다. '피의자가 동의하면' 예외적으로 촬영을 허용한다는 규정을, '피의자가 촬영에 동의한다는 내용의 서면을 제출하는 경우'로 한정했기 때문이다. 피의자 등 관련자 소환 날짜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언론에 공개할 수사 내용은 형사사건공개심의위원회를 설치해 심의하도록 했다. 위원회에는 민간위원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도록 해 사실상 검찰의 자체 공보 활동을 제한했다. 사건 관계인이 장관, 국회의원 등 공적 인물인 경우 예외적으로 실명을 공개할 수 있도록 한 조항도 삭제됐다.

법무장관이 수사 내용을 유포한 검사를 감찰 지시할 수 있는 규정도 만들었다. 조 장관은 지난 6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현재는 피의사실 공표 시 "벌칙 규정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벌칙 규정을 새로 만들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실상 법무장관의 감찰권을 동원해 벌칙 효과를 내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법무부 관계자는 "구두 브리핑도 금지하고 오보 대응시에도 수사 내용은 포함시키지 않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될 것"이라고 했다. 이렇게 되면 수사팀을 지휘하는 차장검사가 '티타임'이란 이름으로 진행했던 언론 구두 수사 브리핑도 못 하게 될 공산이 크다. 언론의 오보 대응 시에도 수사 내용은 포함시키지 못하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맞는다, 틀리다'만 확인해주고 뭐가 맞는지, 틀리는지는 언급하지 말라는 것이다.

법무부의 이런 훈령이 제정돼 시행되면 사실상 검찰의 공식 브리핑 외에 언론사 개별 취재는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언론 자체 취재에 대한 사실 확인에도 검찰이 소극적으로 나올 공산이 크다. 한 전직 검찰 고위 간부는 "검찰 브리핑도 법무장관의 감찰 등을 의식해 알맹이 없는 내용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조 장관 때문에 오비이락 될 수 있다"며 전임 장관도 유보한 일을 당사자가 추진?

법무부가 손 보려는 피의사실 공표 문제는 사실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실제 고위공직자나 대기업 등 이목을 끄는 특수 수사 때 검찰이 아니고서는 알기 어려운 내용의 보도가 '단독 보도' 형식으로 흘러나와 검찰의 피의사실 흘리기란 의심을 받기도 했다. 특히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수사 때는 전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의 각종 피의사실이 생중계되듯 했다. 또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 자살 사건에서 보듯, 피의자를 언론 카메라 앞에 세우는 이른바 '포토라인'도 인권 침해 사례로 지적됐다. 이 전 사령관은 작년 12월 3일 영장심사를 받으려고 서울중앙지법에 자진 출석했다. 그런데 검찰은 그의 손에 수갑을 채워 포토라인에 세웠다. 영장이 기각됐는데도 그는 나흘 만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문제는 법무부의 피의사실 공표 금지 훈련 제정이 조 장관 취임 이후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전임 박상기 장관도 관련 대책을 준비했다가 유보했다고 밝힌 적이 있다. 박 전 장관은 지난 3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조 장관 관련 의혹 보도에 대한 피의사실 공표 여부를 묻는 여당 의원 질의에 "이런 행위가 반복되면 표적 수사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어 심각한 문제"라며 "재임 중 대책 발표를 결심하고 준비 중이었는데 오비이락이 될 거 같아서 유보한 상태"라고 했다. 조 장관이 수사를 받게되자 피의사실 공표를 엄격히 제한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어 유보했다는 뜻이다.

그런데 정작 의혹의 당사자인 조 장관이 취임하자마자 자기 때문에 전임 장관도 유보한 일을 스스로 추진하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야당에서는 자신과 자기 가족을 둘러싼 언론의 보도를 통제하기 위해 검찰을 압박하려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재원 의원은 지난 3일 예결위 전체회의 때 "장관 재임 중에 피의사실 공표뿐 아니라 기소 안 된 많은 일도 언론에 대문짝만하게 나오고 저도 포토라인에 섰다"며 "수많은 사람에 피해 줄 땐 가만 있다가 퇴임할 때 되니 각별한 관심이 있어서 발표하려다 못했다고 하니 기가 막힌다"고 했다.

◇野 "조국, 자기 시건 수사 보고 안 받겠다면서 사실상 외압 행사하는 것이냐"

피의사실 공표죄는 형법 제126조에 규정돼 있다. '검찰, 경찰 기타 범죄수사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자 또는 이를 감독하거나 보조하는 자가 그 직무를 행함에 당(當)하여 지득(知得)한 피의사실을 공판 청구(기소) 전에 공표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거꾸로 말해 기소된 내용은 피의사실 공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동양대 총장 표창장 위조 혐의로 지난 6일 전격 기소된 정경심씨의 구체적인 공소 사실은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현직 법무장관과 관련한 의혹이어서 국민적 관심이 쏠린 사안인데도 검찰이 기소 내용을 공개하지 못하는 건 여권과 조 장관 측의 압박을 의식한 측면이 크다는 관측이다. 한국당의 한 의원은 "검찰이 정씨의 표창장 위조 등에 대해 상당한 범죄 혐의를 확인했더라도 조 장관 측의 압박 때문에 브리핑을 못 하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했다.

물론 피의사실 공표가 검찰이 사건을 특정 방향으로 끌고 가기 위해 활용해온 측면이 있다. 또 언론에 흘리는 식의 무차별적 피의사실 공개로 피의자 등 사건 관계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폐해도 작지 않았다. 그렇다 해도 여당과 정부가 조 장관 관련 의혹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인 와중에 피의사실 공표를 막겠다며 관련 훈령 제정에 전방위로 나선 것은 검찰 수사에 대한 압박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 안에서도 여당과 법무부의 이런 움직임을 검찰 수사에 대한 견제 성격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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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조국 피의사실 유포 쏟아져… 검찰 공보준칙 강화 추진" 손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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