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황교안, 보수 다당 선거연대 고려하나..."보수통합, 선거법 개정 보면서 해야"

입력 2019.09.14 08:11 | 수정 2019.09.14 12:43

黃, 최근 참모들과 선거법 개정과 연계한 보수통합 추진 문제 논의
연동형 선거법 시행되면 통합 단일정당 과반 의석 사실상 불가능
반면 민주당·정의당 등 범여 좌파연합이 과반 의석 가능성 거론
한국당 등 보수 다당 구조로 선거 치르는 게 유리하다는 분석도
한국당 관계자 "黃, 범보수 다당 간 선거연대도 검토하는 듯"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최근 보수 통합 추진 문제와 관련해 준(準)연동형비례대표제 선거제 도입 여부를 지켜본 뒤 판단하는 게 좋겠다는 뜻을 주변에 밝힌 것으로 14일 알려졌다. 준연동형비례제는 최근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4당이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 통과시킨 선거법 개정안을 말한다. 이 선거법 개정안은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돼 있어 이르면 올 연말이나 내년 1월쯤 본회의 표결에 부쳐질 전망이다. 개정안이 본회를 통과해 21대 총선부터 적용되면 앞으로 특정 정당이 과반 의석을 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대신 정의당 등 제3당 의석이 대폭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황 대표가 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통합보다는 범(汎)보수 다당 구도를 만들어 선거연대를 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7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한민국 위기극복 대토론회 '야권 통합과 혁신의 비전' 행사장에 참석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왼쪽 둘째). 맨 왼쪽은 원희룡 제주지사, 황 대표 오른쪽은 박찬종 전 의원, 박관용 전 국회의장.
27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대한민국 위기극복 대토론회 '야권 통합과 혁신의 비전' 행사장에 참석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왼쪽 둘째). 맨 왼쪽은 원희룡 제주지사, 황 대표 오른쪽은 박찬종 전 의원, 박관용 전 국회의장.
◇黃, 측근에 "보수 통합 추진, 연말까지 선거법 개정 여부 지켜본 뒤 결정해야"

황 대표는 추석 연휴 며칠 전 참모들과 보수 통합 추진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는 보수 통합 추진에 빨리 나서야 한다는 의견과, 선거법 개정 여부를 봐가면서 보수 야권 재편 문제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함께 제시됐다고 한다. 그런데 황 대표는 "보수 통합 문제는 선거법 개정 여부가 판가름날 연말까지 정국 추이를 지켜보면서 판단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황 대표가 총선에서 보수가 분열해선 안 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범여권이 밀어붙이는 이른바 '심상정 선거법'이 통과돼 '범여 좌파 연합 대(對) 범보수 단일정당' 대결 구도로 총선이 치러질 경우 범여 좌파 연합 세력에 과반 의석을 넘겨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 같다"고 했다.

황 대표는 최근 당내 중진(重鎭) 의원들을 만나서도 이 문제에 대해 의견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모임에 참석한 한 의원은 "황 대표가 조국 법무장관 임명 사태 대응 방안과 보수 통합 등 현안에 대한 질문을 주로 했다"며 "중진들은바른미래당 등 야권과 '반(反)조국' '반문재인' 연대를 하고, 이를 계기로 보수 통합을 이어가야 한다면서도 연동형 비례제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고 했다.

실제로 황 대표도 민주당과 정의당 등이 연대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을 밀어붙일 경우를 상정한 여러가지 시나리오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모는 "한국당의 반대에도 선거법 개정이 이뤄지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한다면, 중도보수 야권 재편 문제도 원점에서 논의해야 할 상황"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4월 선거법 개정안의 패스트트랙 강행 지정에 맞서 강력 항의한 한국당 의원 50여명이 국회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상황에서 지난달 범여권이 정개특위에서 강행처리하는 것도 속수무책으로 당했다"며 "회의 방해를 엄격히 처벌하는 현행 국회법 아래서 사실상 범여권이 선거법을 강행처리할 경우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準연동형 선거법 개정안으로 총선 치르면 단일 정당 과반 의석은 사실상 불가능

황 대표의 애초 구상은 한국당을 중심으로 바른미래당 유승민·안철수계 의원 등과의 통합을 통해 자유 우파 통합정당으로 내년 총선에 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선거법 개정안은 현행 253석인 지역구 의석수를 225석으로 줄이고 비례대표는 47석에서 75석으로 늘리되, 비례대표 의석수 배분 방식을 '50% 연동형'으로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전국 정당득표율을 기준으로 총의석수를 배분하기 때문에 한국당이 보수 통합에 성공한다 해도 과반 의석을 얻는 것은 불가능할 수 있다. 선거법 개정안은 A 정당이 전국 정당득표율 40%를 얻었다면, 전체 의석(300석)의 40%인 120석을 총 의석으로 배정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통합 보수 야당을 만드는 데 성공한다 해도 정당득표율 50% 이상을 얻지 못하면 과반 의석 달성은 불가능하다.

역대 총선 결과를 봐도 특정 정당이 정당득표율 50% 이상을 얻기는 어렵다. 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이 각각 과반 의석을 달성한 18·19대 총선 때, 두 당의 정당득표율은 37.4%, 42.8%에 그쳤다. 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이 과반 의석을 했던 17대 총선 때도 정당득표율은 38.2%에 불과했다.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지역구 의석이 많은 대형 정당일수록 상대적으로 불리하다는 것이다.

반면 민주당은 다소 의석수가 줄 수도 있지만 정의당 등의 의석수가 늘어나면서 전체 범여권 정당의 의석수는 지금보다 크게 늘어날 수 있다. '범여권 과반'을 내다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2016년 20대 총선 득표 결과를 이 개정안에 적용해 산출한 결과, 민주당과 새누리당(한국당의 전신) 의석수는 실제 총선 결과보다 16석과 13석씩 줄어드는 반면, 국민의당(현재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대안정치로 분당)은 22석이 늘고, 정의당은 2배 넘게(8석) 의석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당의 한 의원은 "보수 진영이든 진보 진영이든 연동형 선거제 아래서는 단일 정당보다 다당 연대 구조로 선거를 치른 뒤 다수 연대를 구성하는 게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했다.

민주당이 정의당 등과 함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개정에 적극적인 것도 그럴 경우 범여 다수연대를 구성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런 만큼 우파 진영도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우리공화당 등 다당 구도로 선거에 임해야 한다는 주장이 한국당 내에서도 무게감 있게 거론되고 있다. 황 대표의 한 측근은 "통합 보수 정당 추진은 현행 선거제 아래서 민주당과 일대일 구도로 선거를 치른다는 전제에서 실효성이 있는 얘기"라며 "선거제가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개정된다면 원점에서 전략을 다시 짜야 할 판"이라고 했다.

◇보수 다당 선거연대 가능할까

중도·보수 야권이 여러 당으로 나뉘어 총선에 임할 경우 1·2위 간 근소한 표차로 당락(當落)이 갈리는 수도권 등 일부 지역구에서는 야권 성향 유권자들의 표가 분산돼 불리할 수 있다. 바꿔 말해 선거 승리를 위해서는 여든 야든 진영 간 후보 단일화 등 선거 연합이 필수적이란 얘기다. 황 대표도 현재의 한국당, 바른미래당, 우리공화당이 그대로 총선에 후보를 내거나 우파 성향의 또 다른 제3신당이 총선에 가세할 경우 선거연대가 불가피하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황 대표가 내년 총선에서 우파 진영의 분열은 안 된다는 입장을 계속 강조한 것은 물리적 정당 통합뿐 아니라 선거 연합까지 염두에 둔 측면이 있어 보인다"고 했다. 다른 한 관계자는 "만약 정권 심판론이란 기치 아래 우파 정당들이 선거 연합을 이뤄낸다면 민주당·정의당의 범여권 다수 연대를 저지할 가능성이 있다"며 "향후 보수 통합 논의의 초점은 단일정당 결성에서 선거연대 쪽으로 옮겨갈 공산이 크다"고 했다. 지역구 후보 단일화나 전략적 정당투표 등에 대한 정당 간 논의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한국당에서 주요 통합 대상으로 꼽던 안철수 전 의원도 중도·보수 통합보다는 독자 노선에 무게를 두고 정치권 상황을 좀 더 지켜보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독일을 찾아 안 전 의원을 만나고 온 바른미래당 이태규 의원이 안 전 의원의 보수 통합 동참 가능성에 대해 "호사가들이 하는 말"이라면서 "안 전 의원은 20대 총선 당시 기득권 양당제 구도를 깨야 한다는 입장이었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선거전에 들어갈 경우 중도·보수 야당 간 선거연합이나 연대가 성사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특히 정당 별로 후보자 공천 등 예비선거 과정에 들어가면 후보단일화 등 지분 협상에서 합의를 이끌어내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이런 난관들 때문에 야권 일부에서는 "범여권이 추진하는 선거법 개정안 드라이브를 저지하지 못할 경우 오히려 보수 야권이 분열해 범여 좌파 다수 구도를 만들어주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선거법 개정안 저지 투쟁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국회 정치개혁특위 정치개혁 제1소위에 보고한 선거법 개정 시뮬레이션 자료. 20대 총선 결과를 선거법 개정안 방식에 적용하면 민주당과 한국당 의석이 줄고 국민의당과 정의당 의석이 크게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국회 정치개혁특위 정치개혁 제1소위에 보고한 선거법 개정 시뮬레이션 자료. 20대 총선 결과를 선거법 개정안 방식에 적용하면 민주당과 한국당 의석이 줄고 국민의당과 정의당 의석이 크게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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