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홍콩은 중국이 버릴 수 없는 카드...섣불리 강경대응 안할 것"

입력 2019.09.14 06:00

대만과 ‘일국양제’ 실험 원하는 중국이 홍콩 시위에 강경 대응 하지 않을 것
중국이 금융허브 원한다면 홍콩은 여전히 ‘대체 불가능'한 존재
기업의 ‘국제화'는 배당성향과도 관련...韓기업, 싱가포르 절반도 안돼

"중국은 대만과도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실험을 원하기 때문에 홍콩 시위에 필요 이상으로 강경 대응을 하진 않을 것이다. 섣불리 개입했다가 대만에서 중국에 대한 반감만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최권욱 안다자산운용(‘안다’는 몽골어로 ‘의형제’라는 뜻이다) 회장은 강방천 에셋플러스 회장, 황성택 트러스톤자산운용 사장과 함께 국내 투자자문업계의 성장을 견인한 1세대 그룹을 대표하는 ‘3인방’으로 꼽힌다. 1999년 코스모투자자문을 설립해 업계 1위 자문사로 키웠고, 2008년 코스모투자를 롯데에 매각한 뒤 2011년 안다투자자문(2014년에 운용사로 전환)을 설립하면서 해외 투자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최권욱 안다자산운용 회장| 서강대 독문과, 서울대 경영대학원, 현대투신운용(현 푸르덴셜자산운용) 펀드매니저, 코스모투자자문 사장/ 이용성
최 회장은 업계를 대표하는 ‘홍콩통'이기도 하다. 현지 파트너들과 본격적으로 교류하기 시작한 2003년 부터 아시아의 금융허브 홍콩을 ‘내집 드나들 듯’ 다니기 시작했다. 아시아 최대 자산운용사 중 하나인 밸류파트너스그룹의 공동 창업자 브니 예(葉維義) 명예회장과 홍콩 최대 갑부인 리카싱(李嘉誠) 전 청쿵그룹(CK허치슨홀딩스) 회장의 차남 리처드 리 등 홍콩 재계 거물들과도 두루 교분이 두텁다.

홍콩 사무실을 마련한 2009년 부터 약 7년 동안은 홍콩 란타우 섬 북동쪽에 있는 디스커버리베이에 집을 마련해 가족과 함께 생활하기도 했다. 홍콩 사무소가 위치한 센트럴 업무지구까지는 배로 출퇴근했다. 서울에 사는 지금도 한 해의 절반 정도를 홍콩과 미국 등 해외에서 보낸다.

서울 도산대로와 홍콩 센트럴에 각각 사무실을 둔 안다투자자문은 지난해 말 기준 1조2000억원의 자금을 운용 중이다. 그 중 절반 가량이 해외 자금이다. 한가위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 11일 최 회장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안다투자자문 본사에서 인터뷰했다. ‘글로벌 금융 정글’의 치열한 전투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승부사 답지 않게(?) 온화한 미소로 기자를 맞은 그는 1시간 남짓 이어진 인터뷰 내내 차분한 말투로 막힘 없이 질문에 답했다.

지난 4일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이 ‘범죄인 인도 조례(송환법) 공식 철회'를 발표했지만 시위는 계속 되고 있다. 홍콩 경제에도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주말마다 시위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유통과 관광 분야의 피해는 불가피했다. 하지만 홍콩 경제의 핵심인 금융과 부동산 분야는 아직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사실 일부러 시위 현장을 찾아가지 않는 이상 일상에서 시위대와 마주칠 일은 거의 없다. 또 시위 현장을 목격한 지인들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대부분의 경우 시위 자체도 방송 화면을 통해 비춰진 모습 보다는 훨씬 질서정연하고 평화적으로 진행되는 듯 하다."

앞으로 시위는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까.
"송환법 추진으로 대규모 시위가 촉발됐지만, 1997년 홍콩의 중국 반환 이후 부동산 가격 폭등과 임금 정체, 소득격차 확대 등 경제 상황 변화로 쌓인 불만이 송환법 추진을 매개로 표출된 것으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한 분석이다. 물가 변화를 반영한 홍콩의 실질임금은 지난 20년간 거의 변하지 않았다. 송환법 폐지로 연령대로 중년 이상, 소득 기준으로는 중산층 이상 홍콩 시민들의 시위 참여는 줄겠지만, 젊은층과 중하층의 분노는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다."

홍콩의 평균 주택 가격은 3.3㎡(평) 당 1억원에 달한다. 그런데 홍콩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홍콩의 중위임금은 월 기준으로 약 270만원이고, 4년제 대학교를 졸업한 홍콩의 사회 초년생들이 받는 급여 수준은 150~200만원 정도다. 홍콩의 물가는 한국보다 40% 가까이 비싸지만 법정 최저임금은 시간당 약 5700원에 불과하다.

중국으로 반환될 당시 홍콩의 국내총생산(GDP)은 중국의 20%였지만 이제 그 비율이 4% 정도로 쪼그라들었다. 홍콩 송환법 시위 진압을 위해 중국이 인민해방군을 투입할 것이라는 주장이나 선전과 광저우 등 주변 도시를 키워 홍콩의 경제력을 축소시키려 한다는 의혹이 일각에서 제기된 것도 이 같은 상황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보인다.
"중국 입장에서 홍콩은 버리기 힘든 카드다. 경제적인 비중은 줄었지만 금융중심지로, 자본 조달과 무역 창구로는 여전히 대체 불가능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은 ‘금융허브'를 포기할 이유가 없다. 경제 규모로 보면 상하이(上海)나 선전(深圳)도 홍콩 못지 않지만, ‘하드웨어’만 갖췄다고 금융허브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어떤 도시가 금융허브가 되려면 통화 안정성과 세제의 투명성, 예측가능한 법률 시스템, 보편적인 영어 소통 등 여러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하나같이 중국 본토 도시들이 쉽게 모방할 수 없는 홍콩만의 경쟁력이다. 덧붙이자면, 대만의 존재도 중국이 홍콩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중요한 이유다."

왜 그런가.
"중국은 대만과의 관계에도 일국양제를 적용하고 싶어한다. 그런데 만약 중국이 홍콩에 군대를 투입한다면 대만에서 중국에 대한 반대 여론이 커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 대만과의 관계에서 설득력 있는 카드로 홍콩을 활용하기 위해서라도 무력 개입은 가급적 자제할 것이다."

최 회장의 주장을 증명이라도 하듯 인터뷰 이틀 뒤인 지난 13일, 홍콩과 멀지 않은 선전에는 100개에 가까운 중국 국영기업 고위 임원들이 모여 홍콩 투자를 늘리기로 결의했다. 홍콩의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고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 같은 사실은 같은 날 로이터통신의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장기적으로 중국과 홍콩 관계에서 또 어떤 부분이 중요한 변수가 될까.
"그동안 중국만 홍콩 덕을 본 게 아니다. 홍콩도 중국 덕을 톡톡히 봤다. 14억 인구의 중국 시장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면 이렇게 까지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홍콩에 사무실을 차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홍콩과 중국 관계가 여전히 상호 의존적인 측면이 분명히 있는 만큼 앞으로 홍콩을 이끌어갈 리더들의 소통과 협상 능력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양쪽의 입장과 이해관계를 잘 조율하고 소통시킬 수 있느냐가 주요 변수가 될 것이다."

홍콩에 사무실을 두고 있어 유리한 점이 있나.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지만, 금융도 ‘제품(상품) 경쟁력'이 중요하다.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금융상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정보 수집과 분석 능력도 중요하지만, 역량 있는 글로벌 투자자나 파트너들과 만나 협상도 해야 한다. 그런데 주요 기업들이 해외 투자설명회(NDR)를 할 때 한국에는 안 와도 홍콩과 싱가포르는 반드시 간다. 접촉 기회가 늘어나면 그만큼 좋은 기회도 많이 생긴다.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로 국내에서도 관심이 부쩍 커진 동남아시아와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장점도 있다."

홍콩 도심을 가득 메운 송환법 시위 현장. /트위터 캡처
홍콩 도심을 가득 메운 송환법 시위 현장. /트위터 캡처
국내 기업들이 홍콩을 비롯한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 받으려면 어떤 부분에 더 신경을 써야 할까.
"해외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 받으려면 ‘국제화’가 필수다. 그런데 외국인 직원과 해외 지사 늘린다고 국제화가 되는 건 아니다. 지배구조의 국제화가 중요한데, 투자자의 관점에서 보면 배당성향(기업의 당기순이익 중 현금으로 지급된 배당금 총액의 비율)과도 관련이 있다. 싱가포르는 시장 배당성향이 4%가 넘고, 대만도 3%대다. 그런데 우리는 2%가 채 안 된다.

앞으로 닥칠지 모를 어려운 시기에 대비해 현금을 쌓아두기 때문 아닌가.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높을 때는 배당을 안 해줘도 된다. 효율적인 경영으로 순조롭게 성장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성장도 못 하면서 배당도 안 하고 현금만 쌓아두는 건 문제다. 그런 기업에 글로벌 투자자들이 매력적으로 느낄 리가 없기 때문에 저평가가 불가피하다. 결국 기업의 국제 경쟁력과도 연관된 문제다."

ROE는 자기자본의 운영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이루어졌는지 반영하는 지표로 자기자본에 대한 기간이익의 비율로 나타낸다. 예를 들어 ROE가 10%이면 10억 원의 자본을 투자했을 때 1억 원의 이익을 냈다는 뜻이다. 기업이 자기자본(Equity)을 활용해 1년간 얼마를 벌어들였는가(Return)를 나타내기 때문에, 경영효율성을 보여주는 지표로 널리 사용된다. 안다자산운용은 지난해 8월 자기자본이익률(ROE) 15% 이상, 예상 주당순이익(EPS) 증가율 15% 이상이라는 두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는 아시아 기업에 투자하는 사모펀드 ‘아시아 올스타 펀드'를 출시해 크게 주목 받았다. 출시 이후 지금까지 수익률이 13%가 넘는다.

다른 나라는 어떤가?
"오히려 동남아시아 기업 중에 한국 기업보다 ROE가 높은 경우가 많다. 성장이 정체되면 자본을 빼서 배당을 주는 관행이 정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성장 정체기가 오면 과감한 인수합병(M&A)을 통해 추가 성장을 모색한다. 이런 움직임 또한 국내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대주주가 주주를 기업 경영의 ‘파트너’로 보는 인식이 확산되면 국내 상황도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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