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내린 커피는 어떤 맛? 로봇카페 가보니

입력 2019.09.14 06:00

커피 내리고, 서빙하고…로봇이 일하는 카페·식당
매장 운영 효율성 높이고 색다른 볼거리 제공

라운지엑스의 바리스타 로봇이 핸드드립 커피를 내리고 있다./김은영 기자
라운지엑스의 바리스타 로봇이 핸드드립 커피를 내리고 있다./김은영 기자
커피를 주문하자 로봇 손이 커피를 내리기 시작한다. 둥글게 원을 그리며 커피를 내리는데 그 손놀림이 진짜(사람) 바리스타 못지않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로봇 카페 라운지엑스의 풍경이다. 이곳은 외식업체 월향과 축산 유통 스타트업 육그램이 협업해 만든 로봇 카페다. 지난 6월 14일 개장한 이래 두 달간 로봇이 내린 커피가 2600여 잔에 달한다. 이 카페엔 커피를 내리는 로봇 외에도, 손님에게 빵을 서빙하는 ‘팡셔틀’ 로봇이 있다

로봇이 조리하고 서빙하는 외식 업장이 확산되고 있다. 외식업계는 업장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미래지향적인 서비스를 선보이기 위해 제조와 서빙 단계에 로봇을 도입하는 추세다.

다날이 운영하는 로봇 카페 비트는 서울 경기권에서 50여 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롯데월드몰, 신세계백화점 등 공공장소를 비롯해 KT, 신한은행, SKT, 삼성생명, 경희대학교 등 기업과 학교의 카페테리아에도 도입됐다. 테이크아웃 형태로 운영되는 비트의 7월 주문량은 총 10만699잔으로, 현재까지 누적 판매량 100만 잔을 넘어섰다.

지난해 1월 론칭한 비트는 올해 5월 KT와 협업해 5G와 인공지능(AI) 기술을 탑재한 후 성능이 더 좋아졌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과 무인주문대(키오스크)를 통해 메뉴를 주문하면, 로봇이 해당 메뉴를 제조해 내준다. 주문에서 음료 수령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2분. 가격은 아메리카노가 2000원으로 일반 카페의 반값 수준이다.

다날 관계자는 "별도 인력이 필요 없는 무인화 카페로 고정비와 운영비를 40%가량 절감할 수 있고 24시간 운영할 수 있다. 특히 기업 카페테리아에 최적화된 서비스라는 평을 받으며 사내 카페 도입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점에 위치한 비트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제조하고 있다./김은영 기자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점에 위치한 비트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제조하고 있다./김은영 기자
지난달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개장한 카페봇도 로봇 카페로 입소문이 났다. 로봇 전문 기업 티로보틱스와 콘텐츠 회사 디스트릭트홀딩스가 협업한 이 카페는 이름처럼 로봇이 메뉴를 만든다. 드립봇, 디저트봇, 드링크봇 등 세 가지 로봇이 각각 커피와 칵테일, 디저트 등을 제조한다. 사람은 주문을 받고 완성된 메뉴를 전달하고, 마신 컵을 치우는 역할을 한다.

우아한형제들도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 로봇이 서빙하는 메리고키친을 개장했다. 배달의민족 앱에서 메뉴를 주문하고 결제하면, 모노레일 로봇과 자율주행 로봇이 메뉴를 가져다준다. CJ푸드빌도 LG전자와 함께 ‘푸드 로봇’을 개발해 식당에 도입할 예정이다.

외식업계가 로봇 도입을 확대하는 이유는 체험 콘텐츠로서 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맛과 분위기를 넘어 고객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주기 위해 ‘기술’이 사용되는 것이다. 실제로 로봇이 도입된 업장에선 트렌드에 민감한 얼리어답터들이 찾아와 사진을 찍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이를 인증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서울 송파구 비트 롯데월드 점에서 만난 김민정(39) 씨는 6살 아들과 함께 주문한 음료가 만들어 지는 과정을 촬영하며 즐거워했다. 김 씨는 "아들이 로봇에 관심이 많아 로봇 카페를 찾았는데, 매우 재미있어한다. 가격도 저렴하고 교육 차원에서도 좋은 거 같다"라고 했다.

반면, 경험 이상의 장점을 느끼지 못했다는 소비자도 있었다. A 로봇 카페에서 만난 직장인 박보연(31) 씨는 "로봇이 음료를 만든다는 점이 신기하긴 했지만, 카페의 본질인 맛과 분위기 면에서는 부족하단 생각이 들었다. 다시 방문하진 않을 거 같다"라고 했다.


우아한형제들이 선보인 메리고키친은로봇이 음식을 서빙한다./우아한형제들
우아한형제들이 선보인 메리고키친은로봇이 음식을 서빙한다./우아한형제들
최근 외식업계는 기계화·무인화 설비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미 패스트푸드점과 커피점 등은 무인주문대와 모바일 앱을 통한 주문이 정착됐다. 올 5월 기준 KFC는 전 매장(약 200개)에 무인주문대 설치를 완료했고, 맥도날드는 전체(420개)의 60%, 롯데리아(1300여 개)는 전체 매장 중 50%에 매장에 무인주문대를 설치했다.

스타벅스의 경우 자체 앱으로 주문하는 사이렌오더 주문량이 전체 주문량의 18%에 달한다. 업계는 매장 운영 효율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고객 빅데이터 축적으로 더 나은 서비스가 가능해지리라 전망한다.

다른 한 편에선 외식 업장이 기계화될 수록 사람의 일자리를 위협할 것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로봇 카페 관계자들은 사람이 하지 못 하는 일을 기계가 대신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다날의 경우 사람이 운영하는 카페 달콤커피와 로봇 카페 비트를 동시에 운영한다. 다날 관계자는 "휴식 공간으로서 카페를 찾는 고객을 위한 달콤커피와 사내카페와 학교 등 카페 운영이 어려운 환경을 위한 비트를 운영하고 있다"면서 "비트의 경우 100% 무인화 시스템이지만, 관리는 사람이 한다. 정수기를 관리하는 코디네이터처럼 비트바이저가 매일 50가지 부문을 체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페봇의 디저트봇이 케이크에 이모지를 그리고 있다./김은영 기자
카페봇의 디저트봇이 케이크에 이모지를 그리고 있다./김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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