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심·가족·종교… 미국의 3대 전통 가치가 흔들린다

조선일보
입력 2019.09.12 03:00

WSJ·NBC방송 설문조사 - "애국심이 중요" 61%로 하락
자녀양육 43%, 종교 48%로 줄어 "美, 실존적 위기 겪고 있어"

미국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성경에 한 손을 얹고 다른 한 손을 들어 취임 선서를 한다. 성경은 영부인이 받쳐주고, 대통령 부부 주변에는 자녀 등 가족이 둘러싼다. 이 장면은 미국인이 전통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해 온 가치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미국의 국가 정체성을 받쳐온 세 개의 축, 바로 '애국심' '가족' 그리고 '종교'다.

이 가치관이 흔들리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과 NBC방송이 지난달 10~14일 미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내게 중요한 가치'를 조사한 결과, 애국심·자녀 양육·종교가 매우 중요하다고 답한 응답자가 20여 년 전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 1998년 조사에서 애국심을 중요한 가치라고 답한 응답자는 70%였는데, 이번 조사에서는 61%로 나타났다. 자녀 양육은 59%에서 43%로, 종교는 62%에서 48%로 줄었다. 특히 밀레니얼과 Z세대를 이루는 18~38세 청년층은 중·장년층보다 이 가치들을 덜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이 뚜렷했다. 애국심이 중요하다는 응답은 55세 이상에서 79%였지만, 청년층은 42%에 그쳤다. 자녀 양육과 종교 역시 세대 간 각각 22%포인트, 37%포인트가량 차이가 났다.

미 시사주간지 애틀랜틱은 이 같은 변화에 대해 "미국이 전통적 가치가 와해되는 실존적 위기를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건국이념과도 맞닿아 있는 기독교적 가치는 다른 종교의 유입과 무신론의 확산으로 침식됐고, 정체성의 근간인 가족과 국가는 전통과 정치에 대한 혐오와 무관심으로 인해 평가절하됐다는 것이다. 특히 청년층의 사회제도와 권력기관에 대한 불신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애틀랜틱은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를 직격탄으로 맞은 청년들은 잘못한 게 없지만 빚더미에 앉은 세대"라며 "그런 이들이 구시대의 개념인 국가나 종교, 가족에 속하고 싶어 할 유인이 없다"고 지적했다. 최근 미국 청년을 중심으로 인터넷상에서 '#BurnItAllDown(다 불태워버리자)' 해시태그가 유행처럼 번지는 것도 청년들의 좌절감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이는 다가오는 미 대선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뉴욕매거진은 "젊은 층이 외면하는 가치들이 공화당이 추구하는 핵심 가치들이라는 점에 시사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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