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조국 수사 검찰총장 배제 시도, 靑 개입한 직권 남용 아닌가

조선일보
입력 2019.09.12 03:20

법무차관과 검찰국장이 지난 9일 대검 간부들에게 전화를 걸어 조국 법무장관에 대한 별도 수사팀 구성을 제안했다고 한다.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수사 상황을 보고하지 않는 특별수사팀이라는 것이다. 조국 법무장관 취임식이 있은 그날 벌어진 일이다. 윤 총장은 이를 거절했다고 한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제안 당사자들은 "아이디어 차원이었을 뿐 조 장관은 몰랐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비슷한 시각에 법무차관은 대검차장에게, 검찰국장은 대검 반부패부장에게 제안했다. 여기에 등장하는 4명은 모두 법무부와 검찰의 핵심 인물이다. 법무부의 조직적 시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

검찰총장에게 보고하지 않는 특별수사팀의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강원랜드 수사 때 검찰 지휘부가 압력을 행사한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었다. 조국 장관 수사는 경우가 전혀 다르다. 윤 검찰총장은 이 수사에 외압을 가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외압을 막는 보호벽 역할을 하고 있다. 윤 총장을 수사에서 배제하면 그날로 조국 수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다.

조 장관은 취임 다음 날 '검찰 개혁 추진 지원단'이란 조직을 만들고 민변 출신을 책임자로 앉혔다. 지금 법무부엔 이 사람 말고도 민변 출신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나 공수처법안 등은 모두 국회로 넘어가 있다. '개혁 지원단'이라는 조직이 별로 할 일도 없다. 이 기구가 실제로는 조 장관이 검찰 조직을 장악하기 위한 태스크포스로 활용될 수 있다. 이들의 가장 시급한 목적은 검찰의 조국 수사를 막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 현재 검사장 여섯 자리가 공석(空席)이다. 윤 총장 배제 시도에 이어 조 장관의 인사권으로 수사 핵심 검사들을 다른 자리로 보내려 할 수 있다. 만일 조 장관이 본인 관련 수사를 저지하거나 방해할 목적으로 인사권이나 감찰권을 휘두른다면 그 자체로 직권 남용죄가 된다. 지금 직권 남용죄로 많은 사람이 감옥에 가 있다.

조 장관은 예상대로 "나는 몰랐던 일"이라고 하고 있다. 자기 바로 밑의 핵심 참모 둘이서 동시에 검찰 중심부에 제안한 중대한 문제를 모른다고 한다. 정말 몰랐다면 조 장관은 완전한 허수아비이고, 알았으면서도 거짓말하는 것이라면 범죄다. 조 장관에게는 증거 인멸 교사에 이어 직권 남용 혐의가 추가돼야 한다.

법무차관과 검찰국장이 청와대와 상의 없이 이런 심각한 일을 벌였다는 것도 믿기 어렵다. 검찰 수사로 조 장관의 혐의가 드러나고 피의자로 전환되면 장관직을 수행할 수 없다. 그 경우 문재인 대통령의 조 장관 임명 강행은 더 큰 역풍을 맞게 된다. 이를 막기 위해 청와대와 법무부가 머리를 맞대고 '윤 총장 배제'라는 아이디어를 낸 것은 아닌가. 이 역시 검찰 수사로 명백히 밝혀져야 한다. 사실로 드러나면 중대한 문제다.

앞으로 조 장관 수사를 막으려는 다양한 시도가 이어질 것이다. 청와대와 여당의 검찰 매도가 계속될 것이고, 김명수 법원이 어떻게 나올지도 예상하기 힘들다. 만약 검찰이 도중에 굴복해 조국 수사가 용두사미가 된다면 검찰은 권력 충견(忠犬)의 오명을 벗을 수 없을 것이다. 조 장관의 혐의를 있는 그대로 밝히면 그것이 바로 검찰 독립이고 검찰 개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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