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190원대로 내려왔지만…"안심하긴 일러"

입력 2019.09.13 09:00

지난 한달간 달러 당 1200원을 웃돌던 원·달러 환율이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1190원대로 내려오면서 환율 안정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원화 약세 요인이었던 미·중 무역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협상이 시작되면서 환율 불안을 다소나마 완화시킬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현재 원·달러 환율 흐름을 ‘소강기’라고 표현한다. 미·중 무역협상의 전개 양상에 따라 언제라도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로 올라설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등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을 보여주는 각종 거시경제지표가 여전히 부진한 상태이기 때문에 원화가 강세로 돌아설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당분간 현재의 1190원대에서 1200원 초반을 오르락내리락 할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 1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2.5원 하락한 1190.9원에서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5일 달러 당 1200원 선을 돌파한 원·달러 환율은 지난 6일 1196원으로 거래를 마치며 한달 동안의 ‘1200원대 고공행진’을 멈췄다.

2019년 9월 5일 오후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회복하며 2004.75로 마감한 가운데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김연정 객원기자
2019년 9월 5일 오후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회복하며 2004.75로 마감한 가운데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김연정 객원기자
외환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 1200원대를 ‘외국인의 자금 유출 유인이 발생할 수 있는 구간’으로 인식하고 있다. 원화 가치가 달러 당 1200원대로 떨어지면(원·달러 환율 상승) 외국인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자본 차익이 줄어 한국 금융시장에 투자한 자금을 뺄 수 있다는 게 일반론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수습 국면에 접어든 2011년 이후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를 넘어선 시기는 미국의 금리인상이 시작됐던 2016년 1~2월이 유일했다.

이 때문에 금융시장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지난 한 달간 달러 당 1200원대에 고착되는 듯한 원·달러 환율이 1100원대로 내려온 것을 고무적으로 보는 시선이 적지 않다. 미·중 무역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미국과 중국의 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을 흔들었던 미·중 갈등이 완화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원·달러 환율을 끌어내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환율 상승(원화가치 하락)폭이 커질 때 마다 금융시장 불안을 걱정했던 당국도 최근의 환율 하락에 안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최근의 원·달러 환율 흐름을 ‘추세적 안정’으로 볼 수 없다는 시각을 나타냈다. 미·중 무역협상에 대한 기대감으로 원·달러 환율이 ‘위험 구간’으로 인식됐던 달러 당 1200원대를 밑도는 수준으로 내려왔지만, 양국 협상의 전개 양상이나 국내 경제지표 흐름에 따라 언제라도 1200원 위로 치고 올라갈 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미·중 무역분쟁이 최악의 상황을 지났다고 평가하기에는 이른 측면이 있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꺾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면서 "미국과 중국의 협상 상황, 영국의 노딜 브렉시트(No Deal Brexit) 가능성 등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 요인이 많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수출 규제로 인한 갈등 상황이 지속되는 점도 원·달러 환율 안정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한·일 갈등이 한·미·일 동맹 기조를 흔들리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 원화 약세를 조장하는 지정학적 리스크로 부각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정훈 KEB하나은행 연구위원은 "한일 수출 갈등 여파가 국내 실물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한미일 동맹 등 외교·안보 이슈 관련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기 때문에 원화를 강세로 이끌 재료가 보이지 않는다"면서 "당분간 원·달러 환율이 1200원 부근에서 크게 이탈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근본적으로는 한국 경제 펀더멘탈(기초체력)에 대한 불안감이 진정돼야 환율 불안이 진정될 것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국내 경기 흐름을 보여주는 GDP 성장률은 1분기 마이너스(-0.4%·전기비) 성장에도 불구하고 2분기 1.0% 성장에 그쳤다.

국내 대부분 경제연구기관들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2.0% 안팎으로 전망하고 있고, 한국경제연구원은 국내 기관으로는 처음으로 1%대(1.9%) 성장을 전망하기도 했다. 국내 경제지표가 부진을 탈피해야 원·달러 환율이 안정될 수 있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지속되고 있지만, 단기적으로 국내 경제성장의 기대가 꺾인 것이 원화가 약세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심리를 조장하고 있다"면서 "글로벌 경제상황에 비해 한국의 성장세가 더 꺾여있다는 인식이 변하지 않는 한 원화 약세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