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장관 되자마자 인사권에 이어 감찰권까지...다음엔 수사지휘권으로 검찰 옥죄나

입력 2019.09.11 18:16 | 수정 2019.09.11 18:29

조국 법무장관이 취임 이틀 만인 11일 세 가지로 구성된 '2호 지시'를 내렸다. 이 가운데 검찰을 술렁이게 한 것은 ‘감찰 활성화’였다. 조 장관은 "검사 비리 및 위법 사항에 대해서는 더 엄정한 기준을 적용해야만 지금까지의 관행과 구태를 혁파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장관이 가진 세 장의 카드(인사권·감찰권·수사지휘권) 중 두 장이 이틀 만에 현실화했다"는 말이 나왔다. 검찰이 조 장관 일가 의혹 수사에 속도를 내는 만큼 조 장관도 묵직한 반격 카드를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조 장관은 취임 당일 검찰개혁 추진 지원단 구성을 지시하며, 단장에 민변 출신의 황희석 법무부 인권국장, 실무를 총괄할 단원에 이종근 인천지검 2차장검사를 임명하는 ‘원 포인트 인사’를 단행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취임하자마자 인사권·감찰권이라는 2장의 카드를 꺼내든 조 장관이 헌정 사상 단 한 차례밖에 없었던 ‘수사지휘권 발동’ 카드까지 쓰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조국 법무장관이 11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고 있다./연합뉴스
조국 법무장관이 11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고 있다./연합뉴스
◇"관행·구태 혁파" 내세워 피의사실 공표가 첫 타깃?
조 장관은 이날 "법무부 감찰관실과 대검찰청 감찰본부의 활동을 활성화하고 구성을 다양화하라"고 지시했다. 또 공석인 대검찰청 감찰본부장의 임명 절차를 신속하게 마무리하라고도 했다. 외부 개방직인 대검 감찰본부장은 윤석열 검찰총장 취임 이전인 지난 7월 정병하 본부장이 사임한 이후 공석이다. 검찰 한 관계자는 "통상 총장 의중이 많이 반영되는 자리로 한 달 전쯤 후임 후보군이 압축됐지만, 아직 임명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감찰 강화의 명분은 "관행과 구태의 혁파"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관행적으로 해왔던 일들에 대해 조 장관이 감찰권을 앞세워 메스를 들이댈 것으로 관측한다. 법무부 감찰규정을 보면 검사에 대한 1차 감사권은 대검찰청에 있다. 검찰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다만 '대상자가 대검 감찰본부 업무를 지휘·감독하는 지위에 있는 경우'나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사항으로 검찰의 자체 감찰로는 공정성을 인정받기 어렵다고 판단해 법무장관이 명령한 경우'에는 법무부가 1차적으로 감찰을 할 수 있다. 법무부의 직접 감찰은 검찰의 자정력을 불신하거나,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에 해당하는 경우인 것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특히 피의사실 공표를 첫 타깃으로 삼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조 장관에 대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여권에서는 검찰이 피의사실을 흘리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특히 전날에는 ‘조국 펀드’ 의혹과 관련한 녹취록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조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코링크 PE 관련 사건 관계자들의 대화 녹취록이 무차별적으로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며 "이 녹취록이 어떻게 언론에 들어갔는지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했다. 그는 "내용의 진위와 맥락이 전혀 점검되지 않은 녹취록으로 인해 저의 방어권이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음에 대해 강력한 항의를 표명한다"고 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언론에 들어갔다’ ‘방어권이 침해되고 있다’ 등의 표현을 보면 사실상 검찰을 겨냥한 것"이라며 "전방위적 수사에 맞서는 방법으로 피의사실 유출을 계속 부각하고 있다"고 했다.

수도권의 한 부장검사는 "검찰에 의한 피의사실 공표 등 비위 행위가 있었다고 볼 만한 이유가 있는 경우 장관이 감찰을 명할 수 있다"며 "(감찰 결과) 범죄 혐의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고발하거나 수사를 의뢰할 수 있다"고 했다. 문제가 되는 조 장관 일가 의혹에 대한 수사 기록도 감찰 과정에서 전부 확인할 수 있다. 감찰을 거부하는 경우 징계가 내려질 수도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내부에서 바깥에 대기 중인 취재진들을 바라보고 있다./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내부에서 바깥에 대기 중인 취재진들을 바라보고 있다./연합뉴스
◇ ‘돈봉투 만찬 사건’처럼… 특수활동비 들여다보나
법무부의 검찰에 관한 감찰권은 포괄적이다. 기강감사와 행정사무감사는 기본이다. 또 법무장관이 구체적 사건에 대한 지휘권을 행사하는 게 필요할지 검토하기 위해 수사사무에 대한 감사도 할 수 있다. 검찰의 사건처리 과정이나 처분이 적법했는지, 인사·회계·총무 등이 적법했는지를 하나하나 따져볼 수 있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특히 특수활동비가 검찰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방에서 근무 중인 한 부장검사는 "정권 초기 검찰 개혁의 신호탄처럼 보였던 게 '돈봉투 만찬' 아니었느냐"며 "당시 문제가 된 것이 특수활동비다. 특수활동비 사용 내역을 전면 감사하겠다고 나서면 후폭풍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고 했다.

대검의 ‘안살림’에 대한 견제가 이미 시작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검 사무국장 자리를 놓고 법무부와 대검이 미묘한 신경전을 하고 있어서다. 대검 사무국장은 검찰의 행정 사무와 회계 등을 총괄한다.특히 일선 검찰청에 지원되는 수사 지원비 등의 집행 업무도 맡는다. ‘총장의 복심’이 주로 임명된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취임 이후 대검 사무국장으로 강진구 수원고검 사무국장을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조 장관의 취임 이후 기류가 다소 변했다는 게 검찰 안팎에서 나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법무부는 "대검 사무국장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검증 절차가 진행 중인 상태"라고 했다.

조 장관은 "법무·검찰의 감찰제도 전반에 관한 개선방안을 마련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임은정(45·사법연수원 30기) 울산지검 부장검사 등 검찰 내부의 자정과 개혁을 요구하는 검사들로부터 의견을 들으라고 했다. 임 부장검사는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사의 범죄를 덮은 검찰의 조직적 비리에 대한 봐주기 수사라는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그 부인(조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보다 독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했다.

때문에 검찰 안팎에서는 ‘부적절’ 사건에 대해 감찰·감사 등의 방법으로 재검토하는 게 수순 아니겠느냐는 말이 나온다. 조 장관이 임 부장검사를 지목한 만큼 그가 감찰제도 개선 방안에 대해 주도적으로 의견을 낼 수 밖에 없는 형국이 되어서다. 법무부 근무 경험이 있는 한 검사는 "사건 처리 과정이나 처분이 적정했는지에 대해 검토를 강화하는 것은 옳은 방향"이라면서도 "특정 사건이나 검사를 타깃으로 삼아 손을 보겠다는 의도로 변질되지 않을 지 우려된다"고 했다.

조 장관에겐 ‘수사지휘권’이라는 카드도 남아있다. 법무장관은 법무부의 외청인 검찰의 일반사무를 최고 감독하는 지위에 있지만 구체적인 개별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에 대해서만 지휘권을 갖는다. 하지만 법무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은 헌정 사상 단 한 번 뿐이었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 천정배 당시 법무장관이 강정구 동국대 교수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에 대해 "불구속 수사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당시 김종빈 검찰총장은 장관의 수사지휘를 받아들이는 대신 스스로 총장직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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