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추석특집극'은 어디 갔을까[Oh!쎈 초점]

  • OSEN
입력 2019.09.09 18:03

추석특집 드라마가 사라졌다. 명절을 맞아 지상파 방송사마다 한편씩은 선보이던 특집 드라마들이 자취를 감춘 상황. 그 많던 추석 특집, 명절 단막극들은 어디로 갔을까.

12일 추석 전날을 기준으로 방송국 시계가 맞춰지기 시작했다. 주말을 포함해 추석 연휴만 나흘 동안 이어지는 가운데 시청자들의 달라진 환경에 맞춰 특집 프로그램들을 선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드라마 몰아보기, 특선영화, 파일럿 예능 등 각종 특집 편성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2019년 기해년 추석 연휴 유독 희귀한 편성이 있다. 바로 추석 특집 드라마다. 11일과 12일 밤 10시에 방송되는 KBS 2TV 추석특집 드라마 '생일편지'(극본 배수영, 연출 김정규)가 유일하다.

# "사명감으로…" KBS 유일무이 추석특집극 편성 이유

KBS는 지난 5일 오후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위치한 본사 누리동 쿠킹스튜디오에서 '생일편지'의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작품을 연출한 김정규 PD와 대본을 쓴 배수영 작가를 비롯해 극 중 주요 인물을 연기한 배우 전무송, 송건희, 조수민과 문보현 KBS 드라마센터장이 참석해 작품에 대해 이야기했다. 특히 문보현 센터장은 '생일편지'의 편성 자체에 대한 의의를 힘주어 말했다. 단막극에 대한 관심이 예전 같지 않은 가운데 KBS로서 최소한의 사명감을 갖고 '생일편지'를 편성했다는 것이었다.

이와 관련 문보현 센터장은 "지난 20년 정도, 드라마 산업이 굉장히 발전하면서 산업적으로 팽창하고 좋은 드라마들이 많이 나온 건 사실이다. 그러나 다양성이 유지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대작 위주의 미니시리즈가 중심이 되면서 과거의 드라마보다는 장르적 다양상이 줄어든다고 본다. 수익성이 드라마 제작 환경에 중요한 지표가 되면서 의미 있고 시대의 아픔을 담았다거나 진정성 있는 드라마들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현했다. 그는 "KBS는 명색이 공영방송이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매해 이런 드라마들을 조금이라도 선보이려고 노력 중이다"라며 나름의 자부심을 드러냈다. 

실제로 KBS는 '눈길'이라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소재로 한 드라마, '옥란면옥'처럼 실향민들의 애환을 다룬 드라마를 단막극으로 선보이며 호평받은 바 있다. 이에 문보현 센터장은 '생일편지'에 대해 "작은 작품이고 추석 연휴에 방송돼 결과가 어떨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러한 작품을 만들고자 하는 시도가 없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년에도 이런 작품 만들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시장에도 이런 메시지를 담을 수 있는 드라마들이 존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 드라마 제작 환경 악화→예정된 특집극 소실

추석특집드라마들이 사라진 것은 결국 단막극에 힘써온 지상파 방송사들의 드라마 제작 환경이 악화된 여파다. 현재 SBS는 월화 예능 '리틀 포레스트'를 선보이며 밤 10시대 월화드라마를 중단했다. MBC 또한 '웰컴2라이프'를 끝으로 월화극을 중단한다. KBS 또한 현재 방송 중인 2TV 월화드라마 '너의 노래를 들려줘'와 후속작 '조선로코-녹두전'을 끝으로 월화극을 잠정 중단한다. 지상파 3사가 가장 중요한 드라마 시간대 중 하나였던 월화극 자리를 자발적으로 포기할 정도로 드라마 제작 여건이 어려운 모양새다.

이 가운데 대부분의 지상파 방송사가 나름의 돌파구를 모색 중이다. MBC와 SBS의 경우 사라진 월화극 드라마의 역량을 수목극과 주말극에 집중하겠다는 각오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적은 자원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KBS 또한 월화극을 없앤 것은 마찬가지이나 돌파 방식은 다르다. 수목극, 주말극의 효율을 높이는 것과 동시에 단막극 전용 시간대를 확보한 것. KBS는 오는 27일부터 매주 금요일 밤 11시에 2TV에서 'KBS 드라마 스페셜 2019(이하 드라마스페셜)'을 선보인다. 이에 총 10편의 단막극이 편성을 기다리고 있다.

# "명절=예능 파일럿 or 추석 특선영화"

드라마 제작 환경이 나빠진 것과 별개로 더 이상 명절이 드라마 팬들을 위한 시간이 아니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한 지상파 편성 관계자는 "명절 연휴 시청자 표본을 고려할 때 고향에서 가족들과 함께 TV를 시청하는 인구가 많다고 보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이럴 경우 압도적으로 인기 있는 작품이 아니고서는 시청자 구성원 사이에 시청 연속성이 깨지기 쉽다. 가족들마다 보던 드라마가 다를 수 있지 않나, 애초에 다시 보거나 새로 보기에 부담이 덜한 '특선영화'를 편성하는 이유다. 방송 최초로 전파를 타는 '특선영화'를 선점하기 위한 물밑 작업이 치열한 것도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지상파 예능 관계자는 "방송사 입장에서 명절 연휴는 예능 파일럿 존으로 인식된 지 오래다. 드라마는 명절이 아니어도 특집극 형식으로 편성할 수 있지만 예능을 개편 철, 명절 연휴가 아닐 때에 갑자기 선보이기엔 부담이 크지 않나. '몰아보기'를 하더라도 주말과 연결되는 기대작이 아니고서야 예능 몰아보기가 효과적이라는 의견도 존재한다"고 했다.

결국 특집 드라마가 필요하다는 당위성은 인정되지만 경제적 여건과 현실적인 인식은 뒤따르지 못하는 형국이다. 이 가운데 시청자들의 반응은 어떨까.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긴 연휴와 채널을 돌려도 볼 게 없는 지루한 휴일 사이, 방송가 추석 편성 성적표에 귀추가 주목된다. / monami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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