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매파’ 볼턴 내친 트럼프...北·이란·탈레반 등 곳곳에서 '잡음'

입력 2019.09.11 15:09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대표적인 외교·안보 강경파’ 존 볼턴 미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1년 6개월만에 퇴진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함께 ‘외교·안보 투톱’인 볼턴은 10일(현지 시각)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해고’ 주인공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외교안보 정책 갈등이 해고의 주 원인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낮 12시쯤 트위터에 글을 올려 "난 어젯밤 볼턴에게 ‘당신은 백악관에 더는 필요하지 않다’고 알렸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가 물러났다는 소식이 오늘 아침 전해졌다. 다음 주에 새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명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볼턴은 해고를 통보받은 게 아니라 직접 사임의사를 밝힌 것이라고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이 나온 직후 "어젯밤 사의를 표명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내일 이야기하자’고 했다"라고 주장했다.

볼턴 사임 결정은 급박하게 이뤄졌다. 볼턴은 이날 낮 1시 30분 폼페이오 장관이 참석하는 국제테러리즘 대책 관련 기자회견에 올 예정이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이 2시간도 남지 않은 시점에 볼턴 경질 사실을 트위터로 알렸다. 결국 볼턴은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않았다. 볼턴은 마이크 플린, 허버트 맥매스터에 이어 트럼프 행정부의 3번째 국가안보 보좌관이었다.

존 볼턴(오른쪽)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해 5월 22일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진행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지켜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행정부 내 대표적인 '슈퍼 매파'인 볼턴 보좌관을 전격 경질했다. /AP 연합뉴스
존 볼턴(오른쪽)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해 5월 22일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진행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지켜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행정부 내 대표적인 '슈퍼 매파'인 볼턴 보좌관을 전격 경질했다. /AP 연합뉴스
◇ 트럼프 심기 거스른 볼턴, 경질은 예견된 일

볼턴 경질은 석 달 전부터 예견됐다. 폼페이오 장관도 볼턴 장관의 퇴진에 "전혀 놀리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그간 볼턴과 트럼프 대통령 간 의견 충돌이 거듭 발생했기 때문이다. 볼턴은 트럼프 대통령의 의견과 상관없이 외교·안보 분야에서 강경한 주장을 내세웠다.

특히 볼턴이 지난 주말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을 캠프 데이비드 별장에 초청해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계획에 반대한 일이 컸다. 트럼프 대통령은 탈레반 지도자를 캠프데이비드 별장에 초대해 평화협정을 체결하기 위해 막판 공방을 벌이고 있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탈레반이 지난 7일 최근 미군 사망자가 포함된 아프간 카불에서의 차량 폭탄 공격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하자 회동을 전격 취소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볼턴이 백악관을 떠난 게 탈레반 협상에 대한 당신과 이견 때문이냐’는 질문을 받고 "해임 결정을 내린 이유에 대해선 대통령이 말하도록 남겨 두겠다. 대통령은 자신이 신뢰하고 외교정책을 수행하는 데 있어 도움되는 사람과 일해야 한다"고 에둘러 말했다. 그러면서도 "볼턴과의 이견은 분명히 있었다"고 덧붙였다. 볼턴도 이날 워싱턴포스트(WP)에 보낸 사임에 관한 문자메시지에서 "내 유일한 관심사는 미국 국가 안보"라고 전했다.

볼턴은 이란과 북한 문제에서도 트럼프 대통령과 맞섰다. 지난 6월 이란이 미군 무인기(드론)을 격추한 일로 볼턴은 대(對)이란 공격을 지지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보복공격을 하려 했지만 사망자 150명이 발생할 것이라는 보고에 실행 10분 전에 공격을 중단시켰다. 지난 8월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이란) 정권 교체를 추구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이란 정권 교체는 볼턴의 오랜 목표기도 했다.

또 지난 6월 30일 남·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도 볼턴과 트럼프 대통령의 사이를 악화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비무장지대(DMZ) ‘깜짝 회동’을 제안했다. 만남은 성사됐지만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볼턴은 판문점 회동에 동행하지 않았다. 그는 원래 예정돼있던 몽고 방문 일정을 진행했고 곧 ‘볼턴 패싱’ 논란이 불거졌다.

볼턴은 트럼프 대통령이 일축한 북한의 미사일 시험도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북한의 미사일 도발 때 "큰 문제 없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볼턴은 "유엔 안보리 위반"이라고 강경 대응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를 두고 "볼턴 보좌관의 사임은 그처럼 행정부 내 강경파가 신뢰할 수 없는 국가로 여기는 북한·이란 등과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 개방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라고 평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볼턴은 기본적인 지향점이 맞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격적인 말을 내뱉으면서도 북한과 이란, 아프가니스탄 등 대외적으로 협상을 지속하고 있었다. 그러나 대표적인 강경파인 볼턴은 자신의 일이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적’과 현명하지 못한 합의를 하는 걸 막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NYT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을 관대하게 대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한 정책이 결정된 후에도 볼턴은 그 정책에 잘 따르지 않았기 때문에 볼턴이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거스르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존 볼턴 미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1년 6개월만에 퇴진했다. /AP 연합뉴스
존 볼턴 미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1년 6개월만에 퇴진했다. /AP 연합뉴스
◇ 볼턴 사임 두고 엇갈린 반응…엄청난 손실 VS 전쟁 가능성 줄어

볼턴이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에서 내려오자 행정부와 의회 내에서도 반응이 엇갈렸다.

전 대통령 후보이자 유타주(州) 공화당 상원의원인 미트 롬니 상원은 소식을 접하고 "우리나라와 백악관에 있어 엄청난 손실이다. 매우 불행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볼턴은 외교정책 분야에서 수십년의 경험을 가진 뛰어난 인물이다"라며 "그의 관점은 언제나 방(회의실)안에 있는 다른 사람과 같진 않았다. 그가 (정책에) 반대를 한 건 부채가 아닌 자산"이라고 했다.

반면 켄터키주 공화당 상원의원인 폴 랜드는 볼턴 사임을 반겼다. 그는 "볼턴이 백악관을 떠나면서 전 세계에서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기하급수적으로 감소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새로운 참모가 있는 세상은 더 좋은 곳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란에서도 이 소식을 듣고 ‘볼턴 사임은 대이란 압박이 실패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신호’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의 정치고문인 헤사메딘 아셰나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이제 이란 봉쇄는 끝날 것"이라고 적었다.

◇ 볼턴 사임으로 美 외교·안보 정책 변화 점쳐져

볼턴의 트럼프 행정부 퇴장으로 앞으로 탈레반뿐 아니라 이란과 북한 정책도 변할 것으로 예상된다. ‘빅딜(큰 거래)론’으로 북한 비핵화 단계적 합의(스몰딜)를 막았던 볼턴이 사라지면서 폼페이오 장관과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 힘이 늘어나게 됐다. 북한과의 대화에서 이전보다 유연한 협상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볼턴 후임으로 폭스뉴스 터커 칼슨 쇼의 안보 해설자인 더글러스 맥그리거와 로버트 오브라이언 대통령 인질 특사, 브라이언 훅 이란특별대표 등이 거론된다. WP는 비건 대표도 후보군으로 거론된다고 전했다.

두 달 전 비건 대표가 볼턴 후임으로 적합하다고 주장한 톰 라이트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트위터에 "볼턴의 경질은 불가피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탈레반과 이란, 북한 심지어 러시아와 협상으로 선회하길 원했지만, 볼턴은 방해만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 "북한과 이란, 탈레반과 협상이 전속력으로 전진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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