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부조리 파고드는 의사 역할… 드디어 말썽꾼 이미지 벗어났어요"

조선일보
입력 2019.09.11 03:00 | 수정 2019.09.11 15:30

드라마 '닥터탐정'서 열연한 데뷔 20년차 배우 봉태규

지난 1년은 배우 봉태규(38·사진)가 다른 인생으로 걸어 들어가는 시간이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그의 이름을 MBC 시트콤 '논스톱4'(2003~2004)의 덜렁대는 말썽꾸러기, 영화 '가루지기'(2008)에서 온 마을 사람들에게 놀림당하던 청년 등 20대 시절 코미디 배우의 모습으로 기억하는 이들이 많았다.

배우 봉태규
/iMe KOREA
30대의 마지막에서야 봉태규의 무게감 있는 연기 변신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SBS 드라마 '리턴'에서 폭력적인 날라리 재벌 3세 역할로 시청자들의 분노를 유발하더니, 지난 5일 종영한 '닥터탐정'에서는 사회 부조리를 집요하게 파고드는 의사로 열연했다.

10일 서울 마포구의 사무실에서 만난 봉태규는 "시간이 많이 흐른 뒤에도 이번 작품에 함께했다는 걸 아이들에게 자랑스럽게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닥터탐정'은 산업의학 전문의 출신 송윤희 작가와 시사 프로 '그것이 알고 싶다'를 연출한 박준우 PD가 제작한 사회 고발 드라마. 지하철 스크린도어 사망 사건, 메탄올 중독 사건, 가습기 살균제 사건 등 실제 에피소드들을 재구성해 보여줬다. 극 중 산업재해 전문 의사인 봉태규는 "네가 아픈 건 네 탓이 아니라 널 부려먹은 회사 때문"이라며 피해자들에게 위로를 건넸다.

'주인공'으로서의 욕심을 버린 게 주효했다. "주요 인물들이 그저 피해자의 얘기를 듣고 행적을 좇는 장치로 머무른 점이 참 좋았다"고 했다. 사건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 위해 한 발짝 물러서서 피해자들의 감정에 공감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얻은 가장 큰 자산도 "배우가 개인 플레이를 버려야 더 좋은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2015년 사진작가와의 결혼도 연기 생활에서 큰 힘이 됐다.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KBS 육아 예능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두 아이와 함께 나오며 자상한 아빠이자 남편으로 사랑받기도 했다. 인터뷰 내내 가족 얘기만 나오면 미소를 짓던 그는 "연예인은 댓글로 오만 가지 얘기를 듣다 보니 끊임없이 움츠러들고 상처받는다"며 "누가 뭐라 하든 내 있는 그대로를 지지해주는 한 사람이 생겼다는 사실만으로 내 모습 그대로를 좋아하게 됐다"고 했다.

2000년 영화 '눈물'로 연기 생활을 시작한 그는 내년이면 데뷔 20주년을 맞는다. 환갑이 되는 20년 뒤에도 대본을 외울 수 있고, 현장에서 연기할 수 있으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한다. 영화 출연도, 아내와 함께 책 출간도 준비하고 있지만, 코미디 연기에 대한 욕심은 아직도 버리지 못했다. "원래 제가 제일 잘하는 게 마냥 웃기는 거잖아요. 다시 해 보고 싶고 정말 잘할 자신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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