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5촌 조카 조범동, '가족펀드' 의혹 제기되자 전화
"빼도 박도 못해...전부 난리 나고 이해충돌 문제 생겨"
"소명 안 되는 7억3000만원, 건설사 빌려줬다고 하자"
최태식 "조국 키우자고 한 일인데...조국 때문에 낭패"

조국 법무장관 가족이 투자한 사모펀드 운용사의 실소유주로 지목된 조 장관의 5촌 조카가 자금 흐름이 드러나면 "빼도박도 못하는 상황이 된다" "정말 조 후보자가 같이 낙마해야 한다"며 관련 업체 대표에게 거짓증언을 요구하며 말맞추기를 시도한 사실이 10일 드러났다. 조 장관 가족이 투자한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 프라이빗에쿼티(PE) 등이 인수한 가로등점멸기 제조업체 ‘웰스씨앤티’ 대표 최태식(54)씨가 조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36)씨와 통화한 내용이다. 조범동씨는 조 장관 가족의 사모펀드 관련 의혹이 불거진 이후 해외로 도피해 들어오지 않고 있다.

조국 법무장관 일가족이 투자한 사모펀드와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는 가로등 점멸기 업체 웰스씨앤티 최태식 대표가 지난 4일 검찰에 출두하고 있다.

조씨가 최씨와 통화한 녹취록은 A4용지 14장 분량에 이른다. 코링크PE가 사실상 조 장관 일가의 ‘가족 펀드’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던 상황이고, 국회에선 청문회 개최 여부를 놓고 여·야가 다투고 있던 때다.

녹취록을 보면 지난달 25일 해외 도피중이던 조씨는 최씨에게 전화를 걸어 "아이에프엠(IFM·2차전지 업체)에 투자가 들어갔다고 하면 이게 배터리 육성정책에 맞물려 들어간다"며 "완전히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이 된다"고 했다. 이어 "그래서 IFM이 연결되기 시작하면 더블유에프엠(WFM), 코링크 전부 다 난리 난다. 배터리 육성 정책과 관련 됐다고 하면 이게 전부 다 이해 충돌 문제가 생긴다"고 했다. 조국 펀드가 투자한 웰스씨앤티가 2차 전지 업체인 WFM과 IFM과 거래가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정부 정책과 연결이 돼 조 장관에게 ‘공직자 이해충돌’ 문제가 생긴다는 이야기로 보인다.

WFM은 코링크PE가 인수한 코스닥 상장사로 웰스씨앤티와 우회상장을 하려고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회사다. 검찰은 조 장관 일가가 웰스씨앤티를 WFM을 통해 상장한 뒤 거액의 차익을 보려고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코링크 프라이빗에쿼티와 5개 투자처 관계도.

조씨는 그러면서 "이거는 같이 죽는 케이스"라면서 "정말 조 후보자 같이 낙마해야 하는 상황이다. 배터리 연결되고, WFM…"이라고 했다. 또 "정확하게 이게 뭐냐면 지금 소명이 안 되는 부분이 7억3000만원인데, 건설 시행을 하려고 건설업체에 돈을 빌려줬다고 해라. 대여는 범죄가 아니지 않느냐. 웰스에서 개인한테 대여를 해 준 것으로 계약서를 찍은 것으로 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러자 최씨는 "우리가 같은 식구이고, 같이 조국을 카우자는 뜻에서 다 하는건데 자꾸 일이, 말이 꼬여가서… 추후에 청문회가서 이야기를 하던지, 말을 할 때는 정확해야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조씨 요구에 대해선 "건설하는 사람한테 7억3000만원을 그냥 빌려줬다? 이것은 명분이 없다"고 답했다. 최씨는 또 "내가 알지도 못하는 조국 선생 때문에 왜 이 낭패를 당해야 하느냐"며 "조 대표(조범동)와의 그간 관계가 있기 때문에 내가 이 작업을 하는 건데 명분이 없어서 나는 더 망가진다"고 억울해 했다.

조씨는 조 장관이 청문회에서 사모펀드 관련 답변을 어떻게 할지 미리 최씨에게 알려줬다. 조씨는 "조 후보자 측은 다른 사람들은 모르는데 어떻게 얘기할 거냐면 ‘아니 내가 그 업체(웰스씨앤티)에서 돈을 썼는지, 빌려썼는지, 대여를 했을지 어떻게 아느냐. 모른다’(라고 할 것)"이라며 "(최 대표는) ‘내 통장을 확인해 봐라. 여기 들어온 게 조국이든 정경심이든 누구든 간에, 어쨌든 돈이 들어온 게 있는지 없는지 그거만 봐 달라’(고 하면 된다)"고 말했다. 조 장관이 청문회에서 말하는 내용에 대해 혹시 증인으로 출석하면 알려주는대로 답변해 달라고 말 맞추기를 시도한 것이다.

조 장관은 지난 6일 인사청문회에서 "사모펀드가 뭔지도 몰랐다"며 "투자한 펀드는 블라인드 펀드이기 때문에 어디에 투자되는 것인지 투자자에게 알려주지 않도록 설계돼 있다. 투자처도 몰랐다. 코링크의 ‘코’자도 몰랐다"고 주장했다. 또 "5촌 조카가 (사모펀드 운용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알지 못한다"며 "개입을 했다면 검찰 수사를 통해 확인될 것이다. 빨리 들어와서 사실대로 밝혀주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검찰은 지난 8일 최씨에 대해 횡령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최씨가 코링크PE를 통해 들어온 투자금을 실제 사업에는 쓰지 않고 빼돌린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최씨가 코링크PE 측에 제공한 ‘대포통장’에 조 후보자 가족의 투자금을 포함해 20억여원이 들어온 후 다시 코링크로 송금되거나 수표로 인출돼 사라진 정황이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최씨 등이 빼돌린 회삿돈이 10억원 안팎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했다. 최씨의 영장실질심사는 오는 11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