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띠·자유의 여신… 反소련·反중국 상징 차용하는 홍콩 시위대

입력 2019.09.10 03:00

해외 민주화 시위 방식 적극 활용
포스트잇 덮인 '존 레넌벽'도 등장

지난 6월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시작된 이후, 홍콩 시민들은 홍콩 입법회(국회) 인근 보행통로 벽에 포스트잇 메모지를 붙이기 시작했다. '홍콩 힘내라'며 시위대를 지지하거나 홍콩·중국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이다. 색색 포스트잇으로 뒤덮인 이 벽을 시민들은 '존 레넌 벽' '레넌 벽'이라고 부른다.

이는 39년 전 체코슬로바키아의 반소(反蘇) 민주화 운동에서 착안했다. 1980년 영국 록밴드 '비틀스'의 멤버 존 레넌이 살해되자 옛 체코슬로바키아 수도 프라하 도심 벽에는 그를 추모하는 글이 붙기 시작했다. 반전·평화 운동을 벌인 존 레넌을 추모하는 글 내용은 점차 체코슬로바키아 공산 정권과 소련을 비판하는 내용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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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띠·자유의 여신상 - 홍콩의 명문 중·고등 사립학교인 세인트폴의 외벽을 9일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인간띠 모양으로 둘러싸고 있다(왼쪽). 1989년 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 등 발트 3국 시민들이 소련으로부터 완전 독립을 요구하며 벌인 인간 사슬 시위를 본뜬 것이다. 전날 홍콩 시내에는 한 시민이 미국 '자유의 여신상'처럼 꾸몄다(오른쪽). 1989년 베이징 천안문 민주화 시위 때 등장하던 모습이다. 석 달 넘게 이어지는 홍콩 시위에 과거 해외 민주화시위의 상징물을 차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AP 연합뉴스
홍콩 시위대가 1980년대 외국의 민주화 운동 방식과 상징물을 적극적으로 차용하고 있다. 홍콩 시위가 송환법 반대로 시작됐지만 이제는 '홍콩의 민주화' '홍콩의 자유'를 지향한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23일 있었던 홍콩 시위대의 인간띠 잇기 시위는 발트 3국의 민주화 시위에서 영감을 받았다. 홍콩 시민들은 당시 홍콩 도심 60㎞를 인간띠로 잇는 '홍콩의 길' 시위를 벌였다. 이는 1989년 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 시민들이 소련으로부터 완전 독립을 요구하며 벌인 인간띠 시위에서 따왔다. 등교 거부에 나선 홍콩 고등학생과 대학생들도 학교 주변에서 손을 잡고 인간띠로 잇는 방식으로 시위하고 있다.

지난 주말 홍콩 시위 현장에는 '자유의 여성상'도 등장했다. 여성이 방독면과 안전모를 쓰고 우산을 든 흰색 조각상이다. 1989년 6월 중국 베이징 천안문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며 대학생·시민들이 시위를 벌일 당시 등장했던 '자유의 여신상' 조각을 연상케 한다. 당시의 자유의 여신상에 홍콩 시위대의 상징인 방독면과 우산을 덧붙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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