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센터 파업 나흘째 "환자는 피마르는데… 간호사들이 없어 항암주사 제때 못맞아"

조선일보
입력 2019.09.10 03:00

국립암센터 파업 나흘째인 9일 병원동 2층 외래주사치료실 앞 대기 좌석 24개는 항암 주사를 맞으려는 환자들로 가득 찼고, 자리를 잡지 못한 환자들이나 보호자들은 복도 벽에 기댄 채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 보호자는 주사실 앞에서 "주사실에 베드(침대)가 없는 게 아니라 간호사가 없어서 순서가 밀리고 있다"며 병원 관계자 앞에서 울먹였다. 또 다른 보호자는 "말기 암 환자는 하루하루 피가 마르는데, 파업으로 인해 항암 주사를 못 맞을 수도 있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국가 암 진료의 메카인 국립암센터에서 벌어지는 이런 풍경은 고용노동부 산하 경기지방노동위원회가 이 병원 파업에 따른 방사선치료실과 항암주사실의 필수 유지 인력을 '0%'로 지정한 납득하기 어려운 조치 때문이다. 고용부 판단대로라면 항암 주사 처치 인력이 0명이어도 그만이라는 얘기다. 그나마 병원이 8명의 인력을 동원했지만 평소 21명이던 외래주사치료실 인력의 38% 수준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환자는 평소 수준(250명)의 60%(150명)로 줄었는데도 항암 주사를 제때 맞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환자가 생겨난 것이다.

노조원들은 이날도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파업을 나흘째 이어갔다. 병원 추산 480여명, 노조 추산 850여명의 노조원은 이날 병원동 1층 로비에서 집회를 열어가며 파업을 강행했다. 노조는 시간외수당과 위험수당 등을 빼고 올해 임금을 1.8% 올려 달라고 주장했지만, 병원 측은 총인건비 기준 인상률을 1.8% 이내로 제한하는 기획재정부의 올해 공공기관 예산 편성 지침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못박았다. 노조 요구를 들어주면 국립암센터는 기획재정부의 가이드라인을 어긴 만큼 이듬해 인건비가 깎인다. 손해는 고스란히 노조원을 포함한 직원들에게 돌아간다. 이날 노조는 성명서를 내고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사태 해결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2001년 개원한 국립암센터는 지난해 민주노총 계열의 노조가 결성됐고 지난 6일 개원 18년 만의 첫 파업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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