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바지에 어울려야 진짜 보석"

조선일보
입력 2019.09.10 03:00

[발레리 사무엘]
영화 '귀여운 여인' 속 목걸이와 그레이스 켈리 주얼리로 유명한 佛 브랜드 '프레드' 아트 디렉터

'프레드' 창업자의 손녀이자 총괄 아트디렉터인 발레리 사무엘(위).
'프레드' 창업자의 손녀이자 총괄 아트디렉터인 발레리 사무엘(위). 아래는 프레드 목걸이를 한 줄리아 로버츠(왼쪽)와 리처드 기어. /프레드·영화 '귀여운 여인' 속 장면
'길거리 여인' 줄리아 로버츠가 백만장자 리처드 기어를 만나 화려한 귀부인으로 변신하던 순간을 기억하시는지. 줄리아 로버츠의 목에 두르던 붉은 루비와 다이아몬드 목걸이는 붉은 롱드레스에 붉은 립스틱을 짙게 바른 커다란 미소와 어우러져 스크린을 수놓는다. 영화 '귀여운 여인'(1990) 주인공의 인생이 바뀌는 결정적 장면에 등장한 이 목걸이는 프랑스 보석 브랜드 '프레드'를 만든 아르헨티나 출신 프레드 사무엘(1906~2006) 작품. 영화 속 대사에선 25만달러(약 3억원)라고 했지만 실제 가격은 훨씬 비싸다.

얼마 전 한국을 찾은 '프레드'의 총괄 아티스틱 디렉터이자 프레드 사무엘의 친손녀인 발레리 사무엘은 "할아버지는 '자기보다 낮아 보인다고 천대하거나 반대로 특별 대우 하지 않고, 모두에게 똑같이 잘해야 스스로가 더 귀해질 수 있다'고 하셨다"면서 "할아버지는 '옆자리 사람도 여왕님 대하듯 잘하라'고 누누이 말씀하셨다"고 했다. 매주 토요일 아침이면 직원들에게 줄 크루아상을 잔뜩 사 들고 오는 할아버지 모습이 아직도 선하다고 덧붙였다. "보통 자기 성(姓)을 따서 브랜드를 만드는데 할아버지는 친구들이 부르듯 당신 이름을 따서 상호를 만들어 좀 더 친근하게 느껴지고 싶어 했어요."

1936년 프랑스 파리에서 탄생한 '프레드'는 남미 출신의 열정적 기질로 유색 보석을 적극 사용하고, 프랑스 해변에서 영감 받은 닻 고리 형태 주얼리로 이름을 알렸다. 모나코 대공비(大公妃) 그레이스 켈리가 모나코 왕실 전속 보석상으로 임명하면서 더욱 명성을 날렸다. 그의 손녀 발레리가 한국에 새롭게 선보인 '옹브르 펠린느' 라인도 1970년대 당시 그레이스 켈리가 자주 착용하던 표범 모양 주얼리의 발 부분을 응용했다. 발레리는 "브랜드를 유지하는 최고 방법은 무작정 열심히 일하는 것"이라면서 "더 좋은 보석을 확보하고, 장인들을 더 잘 모시고, 고객들에게 인사 한 번 더 하면서 남들보다 더 바쁘게 살려고 한다"고 말했다.

보석 명가에서 태어났지만 그녀가 택한 직장은 프랑스 보석·유리 회사인 라리크와 오스트리아의 크리스털 회사 스와로브스키였다. 프레드로 오기 전 20년 가까이 재직했다. 좀 더 대중적이고 실용성 있는 제품을 만들고 싶어서다. "보석함이 아닌 제가 착용하며 저와 함께 나이 드는 것이야말로 가치를 매길 수 없는 것이죠. 보석은 청바지, 드레스 모두에 잘 어울릴 수 있어야 해요."

발레리 사무엘이 모나코 대공비 그레이스 켈리가 자주 착용하던 표범 모양 주얼리에서 영감 받아 제작한 팔찌.
발레리 사무엘이 모나코 대공비 그레이스 켈리가 자주 착용하던 표범 모양 주얼리에서 영감 받아 제작한 팔찌. 표범이 발을 포갠데서 착안해 리본처럼 디자인했다. /프레드
남들보다 더 많이 보고 영감 받기 위해 어디 한 군데 편안히 엉덩이를 붙이지 못한다는 그녀는 "보석을 만난다는 건 길을 가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걷다 보면 많은 사람을 만나고, 그들에게서 새로운 관점을 배우고, 우리 삶은 풍성해지죠. 중요한 순간을 기념했던 보석을 일기장처럼 매일 지니고 다니다 보면 매 순간이 중요하게 느껴진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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