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면 레임덕" 文대통령, 정권 방어 선택...돌파할 지, 모험될 지 文·檢 한쪽은 치명상

입력 2019.09.09 13:21 | 수정 2019.09.09 16:40

文대통령, 현 정권 상징성 갖는 조국 낙마시 발생할 수 있는 레임덕 차단하려는 듯
조 장관 법적 낙마 사유 없고 野의 지명 철회 요구 총선 겨냥한 '정치 공세'로 본 듯
검찰의 조국 수사, 정권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인 측면도
40% 넘는 일부 임명 찬성 여론조사 결과 믿고 밀고가겠다는 듯

문재인 대통령이 9일 결국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지난달 9일 조 장관을 지명한 이후 한달 동안 그와 그 가족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배우자 정경심씨가 기소까지 된 상황에서 지명 철회 대신 임명을 밀어붙이는 쪽을 택한 것이다. 야당이 "임명을 강행하면 정권 몰락이 시작될 것"이라며 경고했지만 문 대통령은 듣지 않았다. 조 장관에 대한 신뢰와 함께, 이번에 밀리면 레임덕으로 급속히 내몰릴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이 작용한 결정이란 해석이 나온다. '정권 방어' 차원의 결단 성격이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9일 조국 법무부 장관을 임명했다. 사진은 문 대통령 취임 2주년인 지난 5월 1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식당에서 문 대통령과 식사한 뒤 함께 걷고 있는 조국 당시 민정수석.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9일 조국 법무부 장관을 임명했다. 사진은 문 대통령 취임 2주년인 지난 5월 1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식당에서 문 대통령과 식사한 뒤 함께 걷고 있는 조국 당시 민정수석. /연합뉴스
청와대는 공식적으로는 조 장관과 그 가족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아직 사실로 드러난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 본인은 압수수색을 당하지 않았고, 조 장관 부인이 지난 7일 사문서 위조 혐의로 기소됐지만 이는 검찰이 공소시효(7년) 만료를 앞두고 취한 무리한 조치였다는 것이 여권의 생각이다. 장관 지명을 철회할 만한 위법 사항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입장의 이면에는 야권과의 싸움에서 물러설 수 없다는 정치공학적 판단이 깔려있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인식이다. 자유한국당 등 야권에서는 조 장관을 현 정권의 상징으로 보고 지명 직후부터 낙마를 기정사실화하고 총공세를 가했다. 그런 상황에서 여권이 조 장관을 두고 형성된 전선에서 한 발이라도 물러설 경우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시점에 정국 운영에서 주도권을 잃을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여권 관계자들은 조 장관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이후 "이번에 밀리면 끝장"이라고 해왔다.

문 대통령은 조 장관 지명을 철회할 경우 그를 중심으로 결집한 핵심 지지층이 와해할 수 있다는 판단을 했을 수도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반대 여론이 찬성보다 높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찬성 여론도 40%대를 넘는 등 여권 지지층이 결집하는 양상이었다"며 "문 대통령은 이런 상황이라면 지지층을 결집해 조 장관 임명에 대한 역풍을 버텨낼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했다. 더구나 21대 총선이 7개월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조 장관 낙마는 야당의 정권 심판론에 불을 붙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일단 맞불을 놓고 나온 측면도 있다.

조 장관 거취 문제가 검찰 수사와 연계된 점도 문 대통령이 퇴로(退路)를 찾기 어렵게 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와 민주당에서는 현직 법무장관 후보자에 대해 검찰이 인사청문 기간 중에 강제수사에 착수하고 청문회 당일 그 배우자를 전격 기소한 것을 사실상 대통령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대통령 인사권을 검찰이 좌지우지하려 했다는 것이다. 조 장관에 대한 수사를 단순 범죄 의혹에 대한 수사를 넘어 조 장관을 좌초시키기 위한 검찰의 정치적 공세로 봤고, 이를 용인할 경우 집권 후반기 검찰 통제가 사실상 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문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실시된 검찰의 조 장관 관련 압수수색을 보고받고 격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에 출석해 조 후보자 관련 수사에 대해 "(검찰이) 정치하겠다고 덤비는 것은 검찰의 영역을 넘어선 것"이라고 검찰을 정면 공격한 것도 문 대통령의 이런 기류가 반영된 것이란 얘기다. 한 민주당 의원은 "문 대통령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조 장관 관련 수사를 자신이 당부한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라기보다 검찰의 정치적 도전으로 받아들일 공산이 크다"고 했다.

그밖에도 조 장관 본인의 부인에도 그가 여권의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 중 한명이란 점도 문 대통령이 임명 강행이란 강수를 둔 이유로 꼽힌다. 한 여권 관계자는 "조 후보자는 문 대통령의 비서를 넘어 여권 지지층의 팬덤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며 "문 대통령은 조 장관 관련 사건이 정치쟁점화한 상황인 만큼 조 장관 팬덤을 통해 어느 정도 돌파할 수 있다고 본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조 장관 후보 지명 이후 반대 여론이 줄곧 높았고 검찰의 관련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그에 대한 임명을 강행한 것은 문 대통령에게 모험이 될 수도 있다. 이렇게 된 이상 검찰 역시 조 장관 관련 수사에서 물러설 퇴로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검찰이 조 장관 임기가 시작한 이날 그의 아내와 자녀가 투자한 사모펀드 운영사와 투자사 관계자 2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 전직 검찰 간부는 "검찰이 조 장관 관련 수사에 속도를 높인 것은 대통령이 간접적으로나마 인사 참고 자료로 삼아주기를 바란 측면이 있을 것"이라며 "대통령의 권력과 검찰 고유 권한이 대충돌하는 사태가 불가피해졌고 그 결과에 따라 어느 한쪽은 치명상을 입을 공산이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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