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자 폴란스키에게 상을? 오 마이 갓!

입력 2019.09.09 04:14

베네치아 영화제 심사위원大賞, 로만 폴란스키 '장교와 스파이'
성폭행 전력에도 주요상 받아… 논란일자 "쉽게 판단 못할 문제"

로만 폴란스키
로만 폴란스키
"심사위원 대상은…, 로만 폴란스키의 '장교와 스파이'!" "오 마이…." 7일 밤(현지 시각) 베네치아 영화제 시상식이 끝나갈 무렵, 사회자 입에서 '로만 폴란스키'라는 이름이 나오자 프레스 룸에 있던 기자들 사이에선 탄식이 터졌다.

폴란스키는 성폭행 전력으로 줄곧 논란을 빚은 감독이다. 1977년 미국에서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기소돼 유죄를 받을 것이 확실시되자 이듬해 유럽으로 달아나 40년간 도피생활을 해왔고, 이후 스위스에서도 성폭행 혐의로 피소됐다가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이번 '장교와 스파이'는 이런 감독 자신의 상황을 빗댄 작품이기도 하다. 1894년 유대인 드레퓌스가 독일 간첩으로 몰려 종신형을 선고받은 '드레퓌스 사건'을 다뤘는데, 감독은 "이 영화의 어떤 부분은 내가 직접 체험한 것 같다. 나를 괴롭히는 사람 대부분은 나를 모르고, 사건에 대해서도 아무것도 모른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5점 만점에 4.10점을 받으면서 올해 베네치아 영화제에서 가장 높은 매체 평점을 기록했는데도, 대부분 섣불리 그의 수상을 점치지 못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한 러시아 기자는 "논란이 많은 감독인데 수상은 어렵지 않겠느냐"고 했다가 수상 결과를 듣고 놀란 표정을 지어 보이기도 했다.

올해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감독 로만 폴란스키(작은 사진)의 ‘장교와 스파이’. 프랑스어 제목은 ‘J’accuse(나는 고발한다)’다. 프랑스 작가 에밀 졸라가 드레퓌스의 무죄를 폭로한 글의 제목이기도 하다.
올해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감독 로만 폴란스키의 ‘장교와 스파이’. 프랑스어 제목은 ‘J’accuse(나는 고발한다)’다. 프랑스 작가 에밀 졸라가 드레퓌스의 무죄를 폭로한 글의 제목이기도 하다. /베네치아 영화제
심사위원장 루크레시아 마르텔의 고민도 깊었던 듯하다. 그는 개막식에서 "한 개인과 작품을 떼놓고 생각할 순 없지만, 폴란스키에 대해서는 쉽게 판단할 수 없다. 그의 영화를 트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를 위한 만찬에는 안 가겠다"고 말해 복잡한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시상식 직후 기자회견에서도 폴란스키의 수상을 향한 질문은 쏟아졌다. "만장일치였나" "반대 목소리는 없었나" 같은 물음에 심사위원들은 "만장일치는 결코 아니었고 논란이 분분했다. 그럼에도 흥미로운 이야기였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폴란스키 감독은 이날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감독 대신 상을 받은 아내 에마뉘엘 세니에르는 "그가 매우 기쁘다고 전해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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