牛마차로 위성 끌던 인도, 50년만에 우주 강국 점프

입력 2019.09.09 04:06 | 수정 2019.09.09 15:36

화성과 달에 탐사선 보내 2022년 유인 우주선 발사 계획
7일 달 착륙 시도… 교신은 끊겨… 예산, 영화 어벤져스의 절반 안돼
예산 부족해 가성비 전략 치중, 발사체 재활용과 경량화 힘써
위성발사 대행 1조원 넘는 수입도

소련·미국·중국에 이어 달 표면에 착륙하려던 인도의 꿈이 잠시 접혔다. NDTV 등 인도 현지 언론은 7일 오전 1시 55분(현지 시각) 달 탐사선 찬드라얀 2호에서 분리된 착륙선 비크람이 달 남극 부근 2.1㎞ 상공에서 교신이 끊어졌다고 보도했다. 이튿날 오후 인도 우주연구기구(ISRO)는 "달 표면에서 착륙선의 위치를 확인하고 교신을 시도 중"이라고 밝혔다. 착륙선이 무사한지 여부는 파악되지 않았다. 앞으로 2주간 계속 교신을 시도한다는 방침이지만 재개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벵갈루루 ISRO 본부에서 착륙 상황을 지켜보던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곧 새로운 새벽과 밝은 내일이 올 것이다. 과학에는 실패가 없다"며 과학자들을 격려했다. 네 번째 달 착륙국이 되겠다는 꿈은 미뤄졌지만 50년 전 '빈국이 무슨 우주개발을 하느냐'는 비아냥 속에서도 우마차로 위성을 끌고 다니며 우주를 넘봤던 인도는 이미 화성과 달에도 탐사선을 보낸 우주 강국으로 발돋움했다. 2022년까지는 유인 우주선을 발사한다는 계획이다.

올해는 인도 우주개발 시작 50주년이자 인도 우주개발의 아버지 비크람 사라바이 박사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다. 인도는 사라바이 박사의 주도로 1969년 남부 카르나타카주 벵갈루루에 ISRO를 설치하면서 본격적인 우주개발에 나섰다. 당시 1인당 국민소득 81달러에 불과했던 빈국 인도는 철저하게 통신용·기상관측용 위성 개발에 몰두했다. 인도는 인력도, 예산도 부족했다. 1981년 첫 통신위성 '애플'의 안테나 범위 테스트를 할 때는 차량이 아닌 우마차에 위성을 싣고 돌아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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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동부 안드라프라데시주의 사티시 다완 우주센터에서 지난 7월 22일 달 탐사선 찬드라얀 2호를 실은 로켓 GSLV-3가 발사되고 있다/인도우주연구기구

이후 매년 수십 개의 위성을 성공적으로 쏘아 올리면서 자신감이 붙은 인도는 달과 화성을 정조준했다. 2008년 첫 달 탐사선 찬드라얀 1호를 달에 충돌시켜 달에 물과 얼음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고, 2014년에는 망갈라얀호를 화성 궤도에 안착시키는 데 성공했다. 단 한 번의 시도로 화성 탐사를 성공한 나라는 인도가 유일했다. 인디아투데이는 지난 7월 찬드라얀 2호 발사 성공 직후 "우마차에서 시작해 달까지 왔다. 우리의 과학자들이 인도를 자랑스럽게 했다"고 보도했다.

인도판 '가성비 전략'이라 할 수 있는 '주가드(Jugaad) 정신'도 1인당 국민소득 2000달러 수준인 인도가 우주 강국으로 오르는 데 한몫했다. 주가드는 힌디어로 '예기치 못한 위기 속에서 즉흥적으로 창의력을 발휘하는 능력'이라는 뜻이다. 예컨대 첨단 기술 연구보다는 발사체 재활용과 경량화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로켓을 발사하고 난 뒤 바다에 떨어진 추진체를 건져 수차례 재활용한다. 부품은 모두 인도산 제품이다. 2014년 발사한 화성 탐사선 망갈라얀에는 이전 달 탐사선에 썼던 장비를 그대로 이식해 썼다. 2017년 로켓 한 대에 위성 104개를 한 번에 담아 발사한 것도 대표적인 인도식 가성비 전략으로 꼽힌다.

ISRO의 지난해 예산은 12억달러로 미국 우주항공국(NASA)의 예산 210억달러의 5.7%에 불과하다. 타임스오브인디아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번 찬드라얀 2호 프로젝트에 들어간 비용은 1억2400만달러(약 1479억원)다.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 제작비 3억5000만달러(약 4120억원)의 절반에도 훨씬 못 미친다.

인도의 우주 사업은 외화벌이에도 톡톡히 이바지하고 있다. ISRO는 지난 3년간 239개의 위성을 발사해 629억루피(약 1조693억원)의 수입을 올렸다. 다른 나라 위성을 대신 쏘아 올려주고 돈을 버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1999년 우리별 3호 발사 때 인도 발사체를 이용했다. 인도는 지난 3월 상업용 위성 발사 프로그램을 전담하는 정부 산하기관 NSIL(New Space India Limited)을 발족시켰다.

인도의 우주개발에 대해 국내외에서 '수많은 국민이 굶주리는데 우주개발에 돈을 쏟느냐'는 비판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인도 정부는 "우주개발은 국내의 우수한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에게 하이테크 일자리를 제공한다. 우주개발을 통해 얻은 기술로 기상관측, 수해 예측 등 실생활에 적용하고 있다"며 반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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